[Opinion] 책 좋아하세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8.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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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을 읽을 때 내 안에 깊이 감춰진 정서가 짙게 투영되는 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면 현재 나의 상태를 어렴풋이 알 수 있다. 밑줄을 치거나 메모한 문장만 봐도 비슷한 분위기의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는 ‘다정함’이라는 말에 꽂혀 다정함의 뜻, 다정한 사람의 공통점, 내가 바라는 다정함의 이유를 소설 속 주인공에게서 찾으려 했었다. 어느 때는 한 철학자의 말에 깊게 감명하여 한동안 그 말에 취한 채로 지냈었다.

 

어쩌면 나는 책을 읽으며 내 정서 상태에 알맞은 해답을 찾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굳이 아프게 파해 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책이라는 거울을 통해 객관적으로 보고 싶었던 걸까.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해결하고 싶은지 말이다.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을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럴 때면 책을 읽어보라고 조심스레 권하고 싶다. 어떤 책이든 좋다. 당신이 침대에 편히 걸터앉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책이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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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은 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상실의 시대], [날짜 없음], [냉정과 열정 사이] 속 남주인공들은 나이, 사는 곳, 성격이 모두 다르다.

 

하지만 나의 상상 속 그들의 겉모습과 분위기는 거의 비슷하다. 삐쩍 마르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큰 체격도 아닌 몸에 그리 크지 않은 키, 단정하지만 꾸미지 않은 옷차림에 순박한 인상, 날카롭지 않은 무쌍의 눈, 그리고 차분한 분위기. 적재적소에 따라 턱선이 날카로워질 수도 피부가 거칠어 보일 수도 있다. 얼굴 생김새는 조금씩 다를지라도 그들이 가진 분위기는 보통의 기본값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마치 각각 다른 평행 세계에 존재하는 한 인물처럼 보인다.

 

어쩌면 내가 그들을 작은 틀 안에 가둬놓는 걸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그들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평범해 보이지만 강해 보인달까. 그래서 그 모습을 애써 다른 모습으로 상상하려 들진 않는다. 만약 그렇게 시도한다 해도 금방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다.

 

길을 걷다가 그들과 비슷한 사람을 실제로 마주하게 된다면 화들짝 놀랄 것이다. 네가 왜 여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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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점에서 책 고르는 걸 무척 어려워한다. 왜냐면 소장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책만 구매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책장은 잊을만할 때쯤 다시 꺼내 보고 싶은 책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책은 소장하는 게 아니라 읽기 위해 사는 것이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보통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편이다.

 

나는 우리 동네 시립 도서관을 정말 좋아한다. 아직 지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적당한 크기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굉장히 안락하다. 따뜻한 색의 목재로 만들어진 책장과 노란 조명은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

 

무엇보다 정말 좋은 건 일 처리가 빠르다는 것. 내가 신청한 희망 도서를 대부분 들여놓는다. 신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책이 입고되었다며 우선 대출 알람을 보내올 때면 기분이 정말 좋다. 동네 도서관의 가장 큰 장점은 익숙한 장소와 그 공간을 가득 채우는 사람들의 온기. 그곳에 있는 사람이 모두 동네 사람이라 그런지 잘 알지도 못하는 그들에게 괜스레 정감이 간다.

 

요새는 집에서 책이 잘 읽히지 않아 몸을 움직여 도서관으로 간다. 도서관에 가면 앉은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한 권의 책을 다 읽고 오는 편이다. 굳이 집중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의자에 앉기만 하면 저절로 책에 빠져든다. 어쩔 땐 책을 읽지 않고 그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 지식의 풍요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도서관의 분위기와 질감, 향기 그리고 사람들. 그 모든 것이 좋다.

 

책을 우리 삶과 접목하는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래서 책이 재밌다. 책은 비로소 내 생각과 상상이 합해질 때 완성되는 거니까. 아직 그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면 한 번 시도해 보길 바란다. 장담하건대 책과 단둘이 긴밀한 대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당신에게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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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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