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펙터클보다는 드라마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오펜하이머> (2023)
글 입력 2023.08.18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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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에 맞춰 국내에서 상영을 시작한 ‘오펜하이머’는 기본적으로 전기영화다.

 

작품은 핵폭탄을 개발함으로써 신의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존재가 된 물리학자 ‘J.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입체적인 삶을 조명한다.


필자의 전공이 인문학인지라 거기에서 비롯된 무지 혹은 희망사항일 수 있겠다. 이 영화는 이과인 척하는 문과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요컨대 핵폭탄을 만드는 것은 자연과학의 일이지만 그것을 어디에 어떻게 떨굴지 결정하는 것은 문과(정치, 철학, 윤리)가 관여할 문제라는 것이다. 교토에 부인과 여행을 간 적이 있어 원자폭탄 투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고위관료의 농담은 정치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트리니티(핵실험) 신을 제외하고는 특별히 스펙터클한 풍경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청문회와 조사 신이 영화의 보다 핵심적인 부분으로 보인다.

 

조국의 필요에 의해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매카시즘 광풍 속에 조국의 배반자로 의심받은 오펜하이머의 이력은 20세기가 이념의 시대였음을 생생히 현시한다. 스페인내전과 미국공산당, 소련 등의 역사적 소재는 ’좌파 지식인‘이라는 존재로 그를 바라보기에 충분한 단서를 제공한다.

 

작품 중간중간에 삽입된 대사나 말미의 장면은 핵이 세계평화의 수호자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보기좋게 박살내며 또다른 군비경쟁의 시대, 즉 냉전을 암시한다. 파시즘을 격퇴한 미국의 새로운 적은 사회주의였다.


오펜하이머는 내내 갈팡질팡한다. 그는 학자 노조 결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현실참여적 모습을 보이다가도 국가의 요구에 굴복하기도 하고, 핵실험을 예찬하는듯 하더니 이내 비판하며 수소폭탄 개발 반대와 군축의 아이콘이 된다. 오펜하이머의 이런 고뇌와 동요는 천재로 불린 그 역시 한편으로는 불완전한 인간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기술공학을 전시하는 스펙터클이 아니라 복잡다단한 사람의 서사를 풀어나가는 드라마에 가깝다.

 

 

[최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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