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홍글씨: 펄의 상징적인 의미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8.13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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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미국 소설가 나사니엘 호손(Nathaniel Hawthorne)은 1850년에 발표한 <주홍 글씨(The Scarlet Letter)>로 이름을 알린다. 책에 등장하는 펄(Pearl)의 역할과 정체성을 놓고 학자마다 견해가 다양한데, 새로운 관점에서 '펄'의 상징적인 의미를 추론해 보고자 한다.

 

 

 

1.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존재


 

펄은 끊임없이 헤스터의 과거를 상기시킨다. 헤스터에게 있어 딸 펄은 자신의 과거를 떨쳐낼 수 없게 만드는 고통이다. 헤스터가 주홍 글씨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마다 펄은 엄마의 과거를 불러일으킨다. 이와 비슷하게 프래니 누델먼(Franny Nudelman)은 자신의 에세이에 "펄은 헤스터가 주홍 글씨를 떨쳐내는 것을 거부한다"라고 썼다.

 

"그녀는 야생화를 한 움큼 모아 엄마 가슴에 하나씩 던지는 것을 즐겼다"

 

이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펄은 헤스터와 과거를 묶는다. 마치 헤스터가 그녀의 주홍 글씨를 포용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듯이. 펄이 계속해서 헤스터의 주홍 글씨를 상기시키고 확인시키는 이유는 과거를 받아들여야만 이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펄에게 있어 과거는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돌파구인 셈이다.

 

헤스터가 냇가에서 자신의 주홍 글씨를 내던지자 펄은 그녀에게 "엄마 여기로 오세요! 얼른 그걸 입으세요!"라고 말한다. 펄에게 있어 과거는 지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안고 가야 할 숙명인 것이다. 헤스터가 주홍 글씨를 다시 새기자마자 펄은 그녀를 꼭 껴안는다.

 

따라서 펄은 엄마의 과거를 끊임없이 확인시킴으로써 헤스터 스스로가 과거의 오점들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2. 사랑을 가져오는 존재


 

이전까지 헤스터는 '주홍 글씨를 새긴 사람(The wearer of the scarlet letter)'으로 불렸다. 이 말은 어떤 인간적인 동정심도 헤스터에게 닿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펄은 헤스터가 한때 잃었던 인간적인 감정, 사랑과 같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헤스터와 펄이 숲에서 즐겁게 뛰어노는 장면에 잘 묘사되어 있다. 숲에서 펄을 한참 보고 있던 헤스터는 펄의 주위에 햇빛이 일렁이는 것을 보게 된다. 이때 헤스터는 펄이 쏟아지는 햇빛을 다 흡수해 자신의 길을 밝혀준다고 생각한다.

 

주홍 글씨에 가려져 한동안 인간적인 감정에 닿을 수 없던 햇빛이 서서히 그녀를 비추는 것이다. 실제로 주홍 글씨는 사람들의 동정심에 의해 치유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이 처음에는 헤스터의 주홍 글씨를 죄악으로 여겼다면, 이후 주홍 글씨의 A를 '가능성(Able)'으로 바라본다. 이는 사람들의 낙인으로 인해 생긴 주홍 글씨는 사람들의 동정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펄은 헤스터가 주홍 글씨를 안고 그녀의 과거를 치유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존재이다.

 

 

 

3. 이상을 실현할 가능성의 존재


  

만약 펄이 실현되지 못한 개혁의 상징이라면, 펄은 헤스터의 과거를 포용하고 청교도 사회를 변화시킬 새로운 인물이다.

 

헤스터는 "청교도 사회를 부수고 새로운 사회를 건설" 하려는 열망이 있었다. 펄은 이런 엄마의 내적 열망을 알고 있고 그런 점에서 펄은 헤스터가 펼치지 못한 꿈을 실현시킬 가능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펄을 바라보는 목사의 말이 이 모든 것을 함축한다. '희미하거나 분명한 존재,' 가능성이라는 것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에 희미하면서도 이룰 수 있는 힘이 있기에 분명한 것이다. '가능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펄의 역할은 더 심오해진다.

 

펄은 단순히 헤스터의 주홍 글씨를 설명하는 인물이 아니다. 헤스터에게 펄은 과거를 불러일으키는 고통이면서, 과거를 치유받고 살아갈 힘을 주는 즐거움이다. 펄은 헤스터의 인간적인 감정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

 

헤스터에게 있어 펄은 곁에서 은은하게 일렁이면서 자신을 비춰줄 가장 확실한 빛인 것이다.

 

 

[박진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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