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건물, 감성을 빚다 [전시]

글 입력 2023.08.13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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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이 들어선 차갑고 건조한 회색 건물들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무의미한 형태와 단조로운 얼굴을 띄고 있으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도 점차 회색 인간으로 변해간다. 가끔은 삭막한 건물 안에 갇혀있다는 답답함과 그곳에서 해방되고 싶은 욕구가 생길 정도이다.

 

기능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는 건물은 과연 우리의 인간다움과 감성을 깨울 수 있을까? 헤더윅 스튜디오는 이 질문을 시작으로 건축에서의 감성을 다룬다.

 

 

 

헤더윅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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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이용자의 감성에 집중함으로써 희망적인 건물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토마스 헤더윅 TED 강연 중

 

 

헤더윅 스튜디오는 1994년 토마스 헤더윅이 설립한 독특하고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런던 기반의 스튜디오이다. 런던, 뉴욕, 상하이, 싱가폴 등 세계 주요 도시에 세워진 헤더윅 스튜디오의 프로젝트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그들 건축에 깃든 철학과 섬세한 접근 방식에서 찾아볼 수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 전시는 헤더윅 스튜디오가 추구하는 ‘감성: Soulfulness’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토마스 헤더윅은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과 공간을 개인적인 경험으로 끌어 낼 수 있는지, 작은 물체의 장인 정신을 건물에서도 느낄 수 있는지 고민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있어 건물이 갖는 의미를 ‘감성’이라고 표현한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사람과 건물 그리고 환경 사이의 연관 관계를 이번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한다.

 

본 전시는 ‘공존하다’, ‘조각적 공간’, ‘도심 속의 자연’, ‘감성의 공유’, ‘과거를 담은 미래’, ‘사용과 놀이’라는 여섯 개 공간으로 구성되어 헤더윅 스튜디오의 주요 작품의 제작 과정과 모형 그리고 스케치까지 관람할 수 있다.

 

 

 

감성의 공유: 매기스 암치료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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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리즈에 위치한 세인트 제임스 대학 병원 캠퍼스에 있는 암 치료 센터의 모형이다. 새로운 센터를 위해 마련된 자리는 본래 병원 한가운데 위치한 녹지였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이 녹지 공간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정원을 구조물로 만들기로 한다.

 

병원은 가장 좋은 환경에 자리를 잡아 환자들과 의료진이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병원의 모습은 차갑고 폐쇄적인 구조로 환자에게 공포감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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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더윅 스튜디오는 기존의 병원 모습과는 다르게 부드러운 느낌의 건물을 세워 공동체로서 함께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고자 하였다. 건물의 구조는 합판을 끼워서 만드는 공룡 모형에 영감을 받아 세 개의 구조물을 만들고 그 안에 정원 세 개가 모여 하나의 정원 건물이 되도록 하였다.

 

5만여 그루의 식물과 따뜻한 채광 속에 이루어진 열린 공간은 사람들이 함께 대화하며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만남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를 담은 미래: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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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의 유명한 곡물 저장소는 한때 아프리카 전역의 옥수수를 저장하고 등급을 매기는 데 사용되었다. 그러나 현대 기술 발달로 저장소 사용이 불필요해지자 이 부지를 개발 및 개조하기로 한다. 헤더윅 스튜디오는 건물 철거 대신 저장고의 산업적 특성을 살려 현대 예술품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하였다.

 

곡물 저장소의 원통 모양을 유지하면서 중앙에 큰 공간을 깎아내었는데 그 모양은 옥수수 알갱이를 구현한 형태이다. 입체적인 모양의 창문은 질감과 색상이 하루 종일 변하여 만화경을 연상시킨다. 밤에는 내부의 불빛으로 인해 건물이 마치 항구 등대와 같은 모습으로 바뀐다고 한다.

 

토마스 헤더윅은 건물의 기능이 자연스레 건물로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영혼을 이어주는 공간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산업용 건물의 삭막한 느낌을 질감, 입체감과 같은 섬세한 구조를 사용하여 특색있는 현대적인 건물로 재해석한 자이츠 아프리카 현대 미술관. 그곳이 사람들의 발길을 자연스레 이끌고, 그곳에서 우리는 헤더윅이 말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건물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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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차가운 건물은 일회적이고 황량한 모습으로 우리와 함께 공존하고 있다. 그 건물은 우리를 답답하게 가둬놓기도, 슬픔과 허망함을 느끼게도 한다. 하지만 건물은 본래 활기, 안정감, 즐거운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다.

 

전시 [헤더윅 스튜디오: 감성을 빚다]는 우리가 기존에 느끼지 못했던 건축물의 기능과 철학을 새로이 알려준다. 건물은 그저 우리가 잠시 머무르는 곳이 아닌,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고 다양한 관계 형성을 할 수 있는 따뜻한 휴식처인 것이다.

 

당신은 어떤 장소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가. 혹은 당신에게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어 주는 장소는 어디인가. 이번 전시를 통해 건물이 주는 감성을 느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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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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