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봄과 들음의 재해석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8.0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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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다른 책과 비교했을 때, 그림책이 가지는 특별한 점은 주로 아이와 부모로 독자가 2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목소리로 글을 듣고, 스스로 혹은 부모와 상호작용하며 책을 완성해 나간다. 함께 그림책을 읽으면서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고, 이야기 속의 체험을 어떻게 공유하는지에 따라 그림책의 가치는 달라진다.

 

어린이를 위한 동요가 아닌 대중가요를 주제로 하는 창비의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는 독자들이 언어와 음악의 상호보완적 관계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대중가요 노랫말 그림책의 출판


 

그림책은 크게 그림만 존재하는 경우, 서사를 갖는 글이 존재하는 경우, 시와 그림이 공존하는 경우로 나누어진다. 하지만 최근에 이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노래 가사를 주제로 다루는 그림책이 출간되고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어린이를 위한 동요가 아닌 대중가요를 주제로 한다는 것이 노랫말 그림책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단순한 노래 가사집이 아닌 노랫말 그림책은 하나의 시라고 볼 수 있는 가사가 그림과 함께 어우러져 새로운 문학성을 가지게 된다.

 

노랫말 그림책은 단순히 가사를 옮겨 쓰여 있고 가사에 대응하는, 직관적인 삽화가 그려 있는 형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림을 통해 가사에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지고, 현실 상황에 맞게 가사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기도 한다. 그림책이 단순히 글(들음)과 그림(봄)의 만남의 가능성을 보여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도 문학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아이들은 문학성과 함께 멜로디, 박자, 빠르기와 같은 새로운 들음(노래)을 접할 수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경험 영역을 넓혀줄 수 있다.

 

 

 

작가와 독자가 그리는 새로운 서사 


 

노랫말 그림책 시리즈 중 『풍선』은 그림을 통해 새로운 서사를 이야기한다.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 /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을 꾸었지’의 가사와 함께 엄마가 자신의 소중한 유년 기억을 자신의 아이에게 전해주는 서사를 가지고 있다. 가사와 함께 수영장에서 노는 모습, 병아리를 처음 만져본 순간들부터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경험까지 어린 시절의 소소하고 행복한 경험들이 그림으로 나열되어 있다.

 

현재까지 출간된 창비 노랫말 그림책은 유희열, 다섯 손가락, 유영석과 같이 현재 부모 세대들의 추억의 노래 가사를 책으로 펴내었는데 그림을 통해 새롭게 쓰인 서사뿐만 아니라 아이에게 그림책을 접하게 하는 가장 첫 번째 단계에 있는 부모가 당시 추억을 떠올리며 부모가 아이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행위를 넘어서 부모의 이야기를 공유해 줄 수 있다.

 

 

 

가사의 재해석


 

<작은 연못>은 1972년에 발표된 곡이다. 노래가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정치적 시대 상황에 따라 자유와 평화를 갈망하는 노래로 불렸지만 80년대생인 정진호 작가에 의해 현시대를 반영하여 완전히 재해석 되었다.

 

정진호 작가는 노랫말에 등장하는 붕어를 보고 환경 위기를 떠올렸고 붉은색, 푸른색, 노란색, 회색의 제한된 색조를 통해 환경의 위기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삶을 그림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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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의 꿈』은 정사각형 판형을 사용하여 책의 물성 자체로 네모난 세계를 강조한다. 또한 주인공이 걷는 길의 네모난 세상에는 ‘명품 과학 학원’, ‘올림피아드 학원’의 간판이 빽빽하며 이는 현재 아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각지고 모난 사회를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특히 가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주인공이 풍선껌을 부는 것을 통해 이때까지 등장했던 것과 다르게 삽화에서 사각형과 원의 조형적 대비와 함께 풍선껌이 네모난 도시를 덮는 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바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아이들은 노랫말 그림책을 통해 문학성과 함께 멜로디, 박자, 빠르기와 같은 새로운 들음(노래)을 접할 수 있으며 이는 아이들의 경험 영역을 넓힐 수 있다. 시의 언어는 다의적이고 상징적인 언어로 함축성을 지닌다.

 

아이들은 다른 문학에 비해 여백이 많은 시를 글과 그림, 그리고 부모의 서사를 통해서 채워나갈 수 있다.

 

 

[오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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