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재료의 결과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미술/전시]

글 입력 2023.08.04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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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미술관에서 진행된 전시 <매일, 예술>은 일상생활에서 기능하는 사물들과 순수미술의 작품들이 교차하는 지점에 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시에는 네 명의 작가가 참여했는데, 권중모 작가는 조명을, 이슬기 작가는 전통 공예를, 임정주 작가는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재료들을, 황현신 작가는 가구 제작에 사용되는 재료들을 사용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들의 작품은 일상 속 사물을 주로 구성하는 재료들이 사용되어 만들어졌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두 명의 참여 작가가 '작가'가 아닌 다른 직업으로 소개되고 있다는 것이다. 권중모 작가는 조명 디자이너로, 황현신은 가구 디자이너로 소개되고 있다. 그만큼 작가들의 본업은 이번 전시에 중요하다.

 

디자인, 건축, 공예 같이 일상생활과 관련된 분야와 순수미술의 접점에 위치한 작품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직업이 결과물(작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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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작가 중 가장 눈길이 가던 작가는 이슬기 작가였다. 이슬기 작가의 작품은 이불이다. 제목부터 <이불 프로젝트 : U>인 연작은 작가 자신이 직접 덮었던 누비이불을 주재료로 사용해 구술문화를 재해석한다.

 

덮고 잔다는 사물의 특성으로 인해 이불 속은 하나의 공간이라 정의할 수도 있다. 이불은 매일 사용하는 사물이자 굉장히 개인적인 공간인 침실을 구성하는 요소인데,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미술관 안으로 불러들인다.


작가는 누비이불을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디자인하여 통영 누비장인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전통 공예 작업을 하는데, 작품의 모습은 마치 뚜렷한 색감이 강조된 색면회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또, 작품의 제목은 'U: 학수고대', 'U: 움츠리는 개구리', 'U: 수박 겉핥기', 'U: 박장대소'인데 이는 추상적인 화면과 결합해 감상자들이 그 의미를 유추하게 한다.

 

이렇게 작가는 일상 속 사물을 작품으로 바뀌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용도가 뚜렷한 생활용품을 순수미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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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기 작가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의 작가 역시 본인의 경험이나 개인적인 기억과 밀접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권중모 작가는 유학 시절에 전통 재료를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해 한지를 활용하는 작업을 선보이고, 황현신 작가는 유년 시절 도시에 대한 기억에 기초해 <레이어드 스틸>을 구상했다. 임정주 작가는 자신이 구매한 촛대가 알고 보니 화문석을 짤 때 사용하는 고드레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경험으로 사물의 기능에 대해 고민하는 <논엘로퀀트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처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 기억, 의도가 결과물(작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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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작가는 제각기 다른 관심사를 지니고 있고, 각기 다른 주재료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만들었다. 주로 일상생활의 사물들을 구성하는 재료가 작품의 주재료로 사용되었지만, 그것이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사물이 될지 또는 감상이 목적이 되는 작품이 될지는 전적으로 작가에게 달려있다.

 

재료는 작가의 손끝에서 작품으로 완성된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누구인지,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생산자가 누구인지에 따라서 기능성이 강조될 수도, 기능적이지는 않더라도 미각적인 부분이 강조될 수도 있다.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는 결국 작가에게 달린 것일까? <매일, 예술>은 그 어느 전시보다도 작품 속에 녹아든 작가의 의도가 강조되는 전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재료의 결과는 작가들이 결정하였던 작품들이었으니까 말이다.

 

 

[이홍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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