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름의 면면을 찾으러 [음악]

후두두 쏟아지는 장맛비를 뒤로하고
글 입력 2023.07.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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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과 빗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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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여름. 빗방울은 없고 빗바늘만이 하늘을 꽉 채운다. 비가 사납게도 내리는 요즘, 아주 날카로운 빗바늘 떼에 우산이 찢기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공상임을 알지만 폭우는 색색의 우산을 모이 삼아 제 몸집을 불리고 있을 것만 같다. 계속해서 우산을 펼치는 사람들과 끝나지 않을 장맛비.

 

이런 이유로, 폭우 대신 맑은 하늘이 떠오르는 곡들을 소개하고 싶다. 비가 쏟아지는 날에 반복해서 듣다 보면 해는 뜨겠지. 나는 당신의 얼굴과 이름을 알지 못하지만 제법 기분이 좋아지는 선곡이기를 바란다.

 

 

 

타카나카 마사요시 - Bamboo vender



 

 

여름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를 한 사람만 꼽으라면 나는 일본의 기타리스트 타카나카 마사요시(Takanaka Masayoshi)를 꼽겠다. 'Summer Breeze', 'Blue Lagoon' 등 여름과 관련된 곡 제목이 많기도 하지만, 거의 모든 곡에서 열대 여름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Bamboo Vender'는 그의 대표작 의 수록곡으로, 곡 전반에 깔린 라틴 리듬과 마림바 소리가 매력적이다. 열대 과일을 듬뿍 넣어 만든 칵테일, 바다와 함께 일렁이는 야자수 잎이 떠오르니 당장이라도 멀리 떠나고 싶다.


그리고 곡 중간에 다채로운 세션들 사이로 들어가는 투박한 목소리가 꽤 재미있다. 가사의 뜻을 찾아보니 대나무 장수, 고등어와 바지락이라는데 무슨 의미로 넣었을지 궁금하다. 가사를 직접 쓴 타카나카 마사요시 본인만이 알지 않을까? 문득 남태평양 휴양지에는 고등어도 파는지 궁금해진다.


타카나카 마사요시의 여름은 폭우 없이 계속 맑을 예정인가보다. 혹시 계속되는 비 소식에 여행 일정을 뒤로 미룬 사람들이 있다면 그의 앨범을 쭉 들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Trio Töykeät - Yatra-Ta




 

 

앞에서 타카나카 마사요시가 선사하는 여름 해변을 즐겼다면, 이제는 트리오 토이킷의 거대한 파도를 감상할 차례다. 아니다. 그 위로 풍덩 뛰어들어도 좋을 듯하다. 비 오는 날이 너무 당연해진 우리네 일상에 짜릿한 파란을 일으킬 트리오 토이킷의 Yatra-Ta다.


Yatra-Ta는 이로 란탈라의 힘 있는 피아노 연주와 라미에 에스케리넨의 박진감 넘치는 드럼이 만들어 내는 거대한 물결 같은 곡이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사운드도 인상적이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흩뿌리는 물방울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당신의 7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트리오 토이킷은 1988년 핀란드에서 결성된 재즈 트리오다. 이로 란탈라(피아노), 라미에 에스케리넨(드럼), 에릭 시카사아리(베이스)로 구성되었으며 대체로 신선하고 경쾌한 멜로디를 특징으로 한다. 2008년에 해체되어 아쉽게도 그들을 볼 수 없지만 재즈 피아니스트 이로 란탈라가 'Iiro Rantala New Trio'로 활동하고 있으니 계속해서 그 흔적을 뒤쫓을 수 있겠다. 

 

 

 

호시노 겐 - SUN


 

 

 

계절마다 유독 간직하고 싶은 조각들이 있지 않나. 나는 이 계절 특유의 바삭한 햇살을 기억하고 싶지만 먹구름이 짙어지는 요즘 날씨에는 쉽지 않은듯 하다. 그래서 호시노 겐의 노래가 좋다.

바로 앞에서 트리오 토이킷을 소개하면서도 경쾌한 곡이 많다고 했는데, 호시노 겐 역시 활기차고 밝은 곡이 많다. 그중에서도 'SUN'은 듣기만 해도 먹구름이 모두 흩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태양이 작열하는 듯한 도입부의 노이즈가 특히 일품으로, 이 덕분에 그저 맑고 밝은 태양 이미지가 아닌 호소력 있는 'SUN'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빗바늘 더미에서


 

올 여름은 아주 무서운 여름이다. 내가 상상한 여름에 폭우는 없었는데, 매해 여름마다 심하면 심해졌지 절대 올해보다 덜 하지 않을 것만 같으니까. 그래서 빗방울이 아닌 '빗바늘'이라는 다소 짓궂은 표현을 썼다.

맑게 갠 하늘이 좋다. 정확히는 바삭한 햇살과 그 아래에 선연히 보이는 푸른 이파리들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괜히 노닥거리며 글을 쓰는 일상이 좋다. 화창한 날씨 아래서 가능한 사소한 일상 조각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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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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