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터치드가 당신의 마음을 ‘터치드’한 이유 [음악]

글 입력 2023.07.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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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터치드 TOUCHED 트위터 @band_touched

 


터치드는 2021년 싱글 앨범 [새벽별]로 데뷔한 5인조 밴드다. 윤민, 김승빈, 존비킴, 디온, 채도현이 속해 있으며 멤버 모두 서울예술대학교 출신이다. 알게 된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밴드의 음악 플레이리스트를 가득 채운 이유를 지금부터 풀어보고자 한다.


여느 때처럼 늦은 밤 유튜브를 틀어놓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옆에 앉아 리모컨을 쥔 내 가족은 무언가를 검색했고 강렬한 사운드로 시작하는 무대 영상을 재생했다. 국악을 연상하는 전주와 중성적인 매력의 보컬이 인상적이었다. 처절하기까지 한 보컬의 동작과 목소리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이 터치드와 그들의 음악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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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net 트위터 @MnetKR

 

 

그 무대는 터치드가 출연했던 어느 경연 프로그램의 클립 영상이었다. 지난해 여름 Mnet에서 방영된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은 K-밴드의 글로벌 진출을 명목으로 진행된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우승 밴드에 1억 원의 상금과 해외 진출의 특전을 제공한다. 치열한 예선을 뚫고 본선에 진출한 18팀 중 그 혜택을 받아 간 단 한 팀이 바로 터치드였다.


프로그램에서 터치드가 선사한 첫인상은 강렬했다. ‘Hi Bully’라는 파워풀한 사운드의 곡으로 그들의 등장을 알렸다. 맑은 듯하면서도 힘 있는 보컬 윤민의 목소리가 이목을 집중시켰다. ‘얼굴만 때리지 말아 줘’, 윤민은 해당 곡을 소개하며 학교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써냈다고 말했다. 직접 느끼고 생각한 바를 가사로 쓰고 곡으로 만들어냈다. 그 누구보다 곡에 대한 해석을 완벽하게 이행하며 소화력은 두말할 것 없었다.


2 Round, ‘시대’를 해석하여 무대를 꾸미는 미션. 터치드는 D82, SURL과 함께 1970년대를 맡게 되어 두 팀과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그들은 ‘Highlight’라는 곡을 준비해 사회적 억압이 많았던 1970년대에도 젊음을 불태운 청년들의 ‘찬란한 청춘’을 노래했다. 첫 소절부터 이미 윤민의 매력적인 목소리가 돋보인다. 청아함과 허스키함이 공존하는 목소리가 비교적 잔잔한 도입부를 가득 채운다. 목 긁는 소리로 거칠고 강한 느낌을 주는 후렴구는 무대가 끝난 후에도 귓가에 맴돌며 짙은 중독성을 남겼다. 2 Round 무대를 기점으로 터치드는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순위가 저조했던 1 Round에 비해 터치드는 막강한 우승 후보 SURL을 포함해 총 세 팀이 겨루는 경연에서 당당하게 승을 거두었다.


지난밤 터치드를 처음 마주한 영상이 바로 3 Round 무대였다. 동경하는 인물에게 바치는 ‘헌정곡’. 그것이 바로 이번 경연의 주제였고 터치드가 준비한 곡의 제목은 ‘불시’였다. 그 밤에 들었던 것은 정답인 듯했다. 곡 소개에 따르면, 터치드는 강압적인 시대 상황으로 독립의 의지를 시로 전할 수밖에 없었던 시인 윤동주의 고뇌와 내면의 뜨거운 외침을 타오르는 불에 비유하고자 했다.


보컬 윤민뿐만 아니라 ‘터치드’ 그 자체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주었다. 보컬을 제외하고 4명의 멤버들은 각자 할 수 있는 최선을 보여주며 강렬하고 다채로운 사운드를 채워갔다. 브릿지에는 보컬 파트 없이 일렉 연주가 전면에 등장하며 곡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이후 나오는 후렴 부분이 인상적인 이유는 윤민이 부르는 메인 멜로디 뒤에 네 명의 멤버들이 코러스를 채워주며 사운드를 가득 채우기 때문이다. 모든 요소가 모여 뜨거운 열기를 전했다. 그렇게 터치드는 압도적인 점수로 다음 라운드에 진출한다.


4 Round(Final 8) 미션은 다양한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이었다. 경연은 1대1로 진행되었으며 지목권은 지난 라운드에서 1위를 한 터치드에게 가장 먼저 돌아갔다. 그들은 당시 2위였던 유다빈밴드를 지목하여 정면승부를 하고자 했다. 5인조이자 여성 보컬 밴드로, 밴드 구성이 완전히 같았던 상대를 지목함으로써 모든 이의 이목을 끌었다.


터치드는 싱어송라이터 서사무엘과 협업하여 ‘Dive’라는 곡은 완성했다. 그들은 너무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지금까지 느낀 감정을 ‘몰아치는 파도’에 비유하여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뛰어들자’는 각오를 힙합 R&B 장르로 풀어냈다. 무대가 시작한 지 5초도 지나지 않을 때 나오는 이 곡 설명부터 이미 빠질 수밖에 없었다. 가수를 성공으로 이끄는 요소 중 하나 ‘본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견일 뿐이며 성공의 기준도 모호하지만, 가수들이 본인의 이야기를 곡에 담아낼 때 청자는 가장 진실하고 직관적인 감정을 전달받을 수 있다. 터치드가 마주한 불안감과 부담감 등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솔직하게 내뱉는 모습에 위로받았다면, 그 무대를 통해 나의 감정을 갈무리할 수 있었다면 터치드는 정말 마음을 ‘터치드’한 것이 아닐까?


서사무엘이 등장하기 이전 이어지는 연주부터 그의 파트까지 정말 물속에 있는 듯한 먹먹한 사운드가 돋보였다. 그에 반해 윤민의 보컬을 포함한 터치드 멤버들의 연주는 단단함을 들려주며 그들의 강인한 각오를 느끼게 했다. 그렇게 유다빈밴드와의 1대1 경연에서 터치드가 승리하며 5 Round(Final 5)에 진출한다.


5 Round(Final 5) 미션은 2000년대 밴드 음악을 저마다의 개성과 창의성을 담아 재해석하는 것이었다. 터치드가 준비한 곡은 디어클라우드의 ‘얼음요새’였다. 여태껏 터치드가 경연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무대였다. 주로 강렬하고 강인한 무대를 꾸몄던 그들은 ‘얼음요새’를 통해 감성적이면서도 울림 있는 무대를 선보였다. 소개에 따르면, 터치드는 얼음의 차갑고 고요한 느낌을 그들만의 감성과 사운드로 편곡해 위로와 감동을 전하고자 했다.


평소와 달리 새하얀 의상을 입은 터치드의 무대는 윤민의 가성을 시작으로 차가운 얼음 속 따뜻함을 전하기 시작했다. 윤민의 힘 있는 목소리가 서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터치드는 정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밴드임을 느꼈다. ‘불시’와 마찬가지로 브릿지 부분에서 다른 멤버들의 코러스와 악기 연주가 윤민의 목소리를 받쳐주며 그들의 전하고자 하는 바를 완성했다. 차디찬 얼음이지만 그 속에서 위로의 말을 끈기 있게 전한다. 차가움 속 따뜻함과 감동이 훅 다가온다. 무대가 끝난 후에 정적이 이어진 이유이지 않았을까. 강하게 전달되는 터치드의 위로를 받으면 그 누구라도 말을 잇지 못하리.


터치드는 승부사였다. 신나고 밝은 음악을 택했던 다른 팀들과는 달리 맨 마지막 순서에서 잔잔한 곡을 선보인 터치드는 최종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에서 선보인 ‘Alive’는 마치 2 Round로 돌아간 듯 강렬하고 경쾌한 터치드만의 매력이 다시금 돋보였다. 터치드가 함께 음악을 해오며 느낀 밴드만의 ‘전율’과 ‘살아있음’을 전하고자 하는 곡으로, 후렴구의 몰아치는 연주가 인상적이다. 마치 록의 정수를 보여주듯 강렬한 세션 연주와 윤민의 보컬은 한순간도 빈틈을 허락하지 않았다. 함께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들이 전하는 ‘살아있음’이 무엇인지 느꼈고 동시에 전율이 스쳐 갔다. 그렇게 터치드는 우승자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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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net 트위터 @MnetKR

 

 

순위 변동 폭이 커서 드라마틱한 서사를 가진, 그런 우승자는 아니었다. 승승장구했고 그 기세를 우승까지 이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서사를 결코 지루하다고 칭할 수 없다. 터치드가 보여주는 무대와 그것을 통해 전해주는 감정은 그 이야기보다도 흥미로웠으니 말이다. 함께 뛰놀고 웃다가도 따뜻함에 위로받고 불안정한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에서의 터치드는 정말 왕관이 잘 어울리는 팀이었다.

 

밴드는 프론트맨이 유독 돋보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했다. 터치드의 첫인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보컬이 전면에 드러나기 때문에 프론트맨 윤민이 인상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무대를 찾아보니 그들이 왜 ‘터치드’라는 이름으로 하나가 됐는지 알 수 있었다. 맑음과 허스키함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보컬과 곡의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베이스, 다양한 주법을 연구하며 밴드 음악이라는 정체성을 부여하는 드럼, 브릿지에서 화려한 연주를 보이기도 하는 일렉, 다양한 사운드를 삽입하여 곡의 정체성이 되는 키보드.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됐을 때 비로소 역동적인 감정의 파도가 밀려들 수 있다.

 

전달력, 호소력으로 일컫는 것들이 모두 훌륭한 밴드다. 터치드를 본 순간 이미 그들은 나의 마음을 ‘터치드’했다. ‘새벽별’ 같은 밴드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캄캄한 어둠도 기꺼이 밝혀주는 밴드를 앞으로도 꽤 오래 사랑할 듯하다.

 

 

[박서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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