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새로운 배움이 가져다준 것들 -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도서]

좋아서 하는 외국어 공부의 맛
글 입력 2023.07.10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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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EVIEW ***

[도서]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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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이 '다른 나라'를 마음에 품고 산다. 그것은 자신이 나고 자란 현재의 땅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자발적인 선택이 대개 그렇듯이,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장소에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취향과 꿈, 이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또한 구체적으로 예정된 가까운 미래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곳을 향한 열망과 그리움은, 역설적으로 현재를 더 잘 살기 위한 노력에서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프롤로그 中)

 

 

이 책은 곽미성 저자가 '다른 나라'로 이탈리아를 선택하게 된 에피소드로 시작된다.

 

모바일 예매도 없던 시절, 어머니와의 이탈리아 여행 중에 저자는 기차에서 곤경에 처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관광객을 위해 손짓 발짓을 모두 동원하며 도와주던 현지인들을 마주한 순간, 작가는 이탈리아와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그 후로도 수도 없이 이탈리아에 방문해 피렌체의 매력을, 사람들의 따스한 배려를,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들을 경험했지만 항상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완벽한 타인이고 외부인이었다. 관광객을 넘어서 이탈리아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로 결심하고, 이 책에 그 배움의 여정을 담았다.


 

일상에서 크게 쓰임이 없을 어떤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미래의 방문에 대한 기약 없는 약속이고, 

그러므로 더욱 뜨겁고 순수한 사랑의 의지다.

 

(p. 58)

 

 

모국어인 한국어, 교육과정에서 누구나 배우는 영어, 유학 시절 배운 프랑스어와는 달리 이탈리아어는 저자에게 "왜?"라는 질문이 붙는 언어였다. 한국의 지인들 뿐만 아니라 프랑스의 친구들도 왜 굳이 이탈리아어를 배우냐고 물었고, 마땅한 이유를 들어야 납득하곤 했다.

 

어학원 첫 날, 저자는 이탈리아어를 왜 배우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Per amore(사랑 때문에)"라고 답한다. 이탈리아를 좋아해서 그렇다는 의미가 어느 이태리 남성에 대한 사랑으로 받아들여지긴 했지만 그 나라를 제대로 알기 위해 언어를 배우는 것 역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외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어느 수준에 도달하기 까지 긴 고통과 짧은 기쁨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성인이 되어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더욱 그렇다. 혀는 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고, 외워야 하는 단어와 숫자, 동사 변형은 또 얼마나 다채로운지. 다음 칸이 보이지 않는 넓은 계단을 걷고 있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한 칸 위에 올라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어학원에서 저자가 이탈리아인의 완벽한 발음을 구사해내고 "브라바 미성!"이라는 찬사를 들었을 땐 읽는 나도 짜릿한 지분이 들었다. 팟캐스트를 반복해 들으며 따라하던 수개월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 순간 이 여정의 의미를, 내가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떠나왔으므로 나는 이제 직접 몸을 움직여 부딪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p. 154)

 


책의 후반부는 저자의 이탈리아 어학연수 경험이 담겨있다.

 

프랑스 어학원과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이탈리아 도시 중 하나인 볼로냐에서 언어 수업을 들으며 현지인의 집에서 홈스테이까지 할 수 있는 과정을 신청하고 저자는 떠난다. 어학연수라고 하기엔 짧다고 여겨질 수 있는 일주일이었지만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에피소들을 읽으며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홈스테이 호스트와 기본적인 인사를 나누자마자 쏟아지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대한 당황스러움도 있었지만 성별, 연령, 국적이 다른 사람들과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위한 공통점 하나로 모인 공간에서 저자는 프랑스에서 어학원을 다닐 때보다 더욱 다채로운 것들을 보고 느낀다. 젤라또를 배우기 위해 왔다는 브라질 소년의 이야기를 들으며 낭만에 젖기도 하고, 은퇴 후 시칠리아 어느 섬에서 살겠다는 60대 노인의 포부를 들으며 새로운 노년 계획을 꿈꿔보기도 한다.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탈리아어를 배우면서 결론적으로 나는 나를 조금 좋아하게 됐다고 말한다. 고통 속에서 매일 매일 쌓아온 성실한 노력들이 만들어낸 내면의 변화를 바라보며 나도 무언가를 다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떠올랐다.

 

왜?라는 질문에 마땅한 답변이 떠오르지 않아도 내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가봐야겠다.

 


[정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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