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직접 부딪친 사람만이 마주하는 아름다움 -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언어를 배웠을 때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고, 문화를 알았을 때 비로소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
글 입력 2023.07.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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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 좋아서 하는 외국어 공부의 맛] 제목만 보고도 괜히 한번 펼쳐보고 싶은 욕망이 드는 책이었다. 뭔가 이 책을 읽고 나면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에 대해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다.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운다는 게 쉽지 않은데, 이 사람은 어떻게 배웠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나는 아직 영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국인이지만,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라도 뭐 다르겠다 싶어서 책을 펼쳤다.

 

예상과는 다소 빗나갔다. 외국어 공부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정말 나의 착각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정말 좋아서 배우고 싶은 외국어’를 대하는 태도와 배움의 과정에서 생겨나는 그녀의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으로서, 이탈리아를 너무나 좋아한 나머지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배워가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민, 자괴감, 성취감 등을 이야기한다. 단순히 언어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언어를 통해 배워가는 삶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래서 좋았다. 공감되는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어느 한 나라의 언어를 익힌다는 것이 나 혼자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것과, 배우는 과정에서 드는 생각들이 엇비슷하구나 하며 약간의 위로를 얻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묘사하는 내용을 볼 땐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두근거리기도 했다. 참 많은 생각들이 스쳐가며 책을 읽기는 했는데, 들었던 생각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보면 이정도 같다. 첫 번째는 ‘외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 두 번째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도전이 필요하다는 생각’

 

 

 

“외국어를 배우고 싶어졌어요. 아, 저는 영어로요.”


 

 

우리는 아주 간단한 단어만으로도 소통할 수 있고 나는 필요한 단어들을 이미 알고 있지만,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게 진짜 문제일지 모른다고…그저 소통의 목적 하나만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 p75

 

 

앞에서 간략하게 말했지만, 저자는 이탈리아에서 겪었던 따뜻한 마음과 좋은 경험을 토대로 그 나라를 사랑하게 됐지만 언어라는 벽에 부딪히고 유리벽으로 묘하게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본격적인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이런 내용을 읽고 있노라면, 문득 영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영어를 너무 배우고 싶어졌던 순간이 떠오른다.

 

때는 3년 전쯤이었을까. 친구들과 다같이 괌에 놀러 갔다가, 숙소 화장실의 물이 밖으로 새는 문제가 발생했다. 한 명이 들어가서 샤워를 하고 나왔을 때부터 스멀스멀 새기 시작하던 물이, 3번째 친구가 씻기 시작할 때 수습이 되지 않을 정도의 물바다가 됐다. 당연히 호텔 측에 컴플레인을 걸었는데, 샤워실을 제대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물이 새는 거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건식 샤워실이라 커튼을 치고 샤워를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새는 거라나,,? 당연하게도 우리는 모두 커튼을 친 채 샤워를 했었고, 설령 커튼을 치지 않았더라도 물이 새는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는 상황이 정말 이해되지 않던 상황이었다.

 

억울한 상황에서 아니라고 얘기하며 반박하고 싶었는데, 머리가 하얘져서 아무런 영어 단어도 생각나지 않았다. 다행히 영어를 할 줄 아는 친구가 있어 해결이 되긴 했지만, 이때 내가 가진 영어 실력의 한계를 너무나 격하게 느꼈다. 그 오랜 시간 영어를 해왔는데, 막상 입 밖으로 나오는 영어가 없다니,, 그때만큼 영어를 배우고 싶은 욕구가 치솟았던 적은 없던 것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어 공부에 대한 욕구는 여행을 기점으로 스멀스멀 줄어들더니, 이제는 저 낮은 곳에서 간간이 꿈틀거리는 정도였는데 책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는 잔잔하던 나의 마음에 돌을 던졌다. 책을 읽는 내내 ‘아! 영어 하고 싶다! 나도 원어민이랑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들었고, 조금씩 노력해 봐야겠다는 마음까지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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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언어를 배우는 태도에 대해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었다. 이탈리아어를 이제 막 배워가던 시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었는데,

 

 

실수의 권리는 초보에게만 있습니다. 그 권리를 마음껏 누리세요. 언어에는 왕도가 없어요. 최대한 많이 실수하며 이야기하는 수밖에는 - p.92

 

 

‘실수의 권리를 초보에게만 있다’니. 얼마나 위로가 되는 말인가 싶다. 한국의 교육과정 속에서 자라난 나는 어떤 대답을 할 때 틀리면 안 될 것 같고, 틀릴 바에는 입을 꾹 닫아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온전한 문장으로 완벽하게 대답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머리가 새하얘지곤 했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실수해도 괜찮으니 편하게 이야기해라.’는 내용으로 다가와서 굉장히 인상 깊은 부분이었다.

 

우리나라에 놀러 온 외국인이 이상한 어순으로 말을 걸어온다고 우리가 이상하게 바라보지는 않을 텐데, 역으로 생각해보면 우리가 어색하게 쓴다고 남들이 뭐라하지 않는다는 것임을 문득 깨닫게 됐고 조금 더 용기를 얻게 됐다.

 

 

 

“외국어에 부딪혀 볼게요. 아, 국내에서는 아니고요”


 

 

그 순간 이 여정의 의미를, 내가 무엇을 위해 그 고생을 하려고 하는지 깨달았다. 떠나왔으므로 나는 이제 직접 몸을 움직여 부딪친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것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었다. - p154

 

 

이전에 지인분이 해외를 나가보라고 하면서 들려줬던 이야기가 있다. “해외에 나가보면 너가 가지고 있는 생각, 편견, 가치관들이 부서지는 순간이 올 거야. 전혀 보지 못한 세상이 눈앞에 펼쳐질 거거든. 그만큼 너의 세상이 넓어질 거야.” 이것이 다른 나라에 가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순간이었다. ‘떠나왔으므로 직접 부딪친 사람만이 경험 가능한 아름다운 것들’이라는 말에서 지인이 해주었던 이야기가 오버랩되어 떠올랐고, 해외여행을 앞두고 있는 나에게 용기를 더해줬다.

 

다른 나라를 가보겠다는 다짐, 용기 등에서 느껴지겠지만, 필자는 멀지 않은 시일 내에 약 3개월 정도 유럽 여행을 갈 계획이 있다. 지인분의 말을 듣고 처음에는 언어를 배우고 싶어서 장기 어학연수를 생각했다가, 이런저런 현실의 벽 앞에서 타협을 봐야만 했고 3개월 여행으로 협상이 되었다. 영어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여행이라 그런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앞으로 나에게 벌어질 상황에 대한 상상을 자극했다.

 

책에서는 저자가 이탈리아로 2주간 단기 어학연수를 가게 되고, 그때 느꼈던 것들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어느 정도 현지 언어로 소통할 수 있겠지 하던 생각들이 다양한 변수 앞에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으며 좌절하기도 하고, 그럼에도 배워가는 모습에서 성취감을 얻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볍게 보면서 지나갈 수 있는 부분이었지만, 그 모습이 앞으로 다가올 내 미래인 것만 같아서 마냥 가볍게 보지는 못했다. 글쓴이처럼 어느 가게에 가서 갑작스러운 질문에 얼어서 ‘Sorry?’만 반복하지는 않을까, 정확한 단어를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대답을 하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수는 초보자의 권리라는 말처럼 좀 더 편하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렴 어때! 우리는 어차피 그 나라의 여행을 간 이방인인걸! 당연히 실수해도 괜찮고, 오히려 잘하는 게 대단한 것이지!’

 

 

언어란 그런 것이다. 통하지 않으면 관계를 가로막는 유리벽 같은 것. - p14

 

 

책을 쭉 읽다 보면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사람의 인종도 워낙 다양해서 나라별 문화 차이에 대해서 종종 등장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앞의 프롤로그에 등장한 말이 떠오르곤 한다. ‘언어란 관계를 막는 유리벽 같은 것.’ 다른 나라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언어를 배우는 것이 시작점이며, ‘그들의 언어를 배웠을 때 그들의 문화를 알 수 있고, 그들의 문화를 알았을 때 비로소 한 나라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어느 때보다 언어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다른 나라를 꼭 경험하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해지도록 자극을 받은 책이기에 언젠가 다시 의지가 시들해졌을 때 꺼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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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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