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에 대하여 –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글 입력 2023.06.23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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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4회 서울연극제 정식 참가작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은 극단 이와삼의 장우재 연출이 작.연출을 맡아 새로운 연극적 시도를 바탕으로 관객에게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에 대한 담론의 장을 제시한다.


[포스터]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기후 위기가 인간의 사회정치체계를 바꾼 2063년. 거듭되는 팬데믹으로 인해 국가는 비공식적으로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누어지고, 인공지능로봇 A·I·R(Artificial Intelligence Robot)(약칭 에어)가 인간이 기피하는 자리를 대신한다.


인간에 실망을 느껴 국가를 벗어나려는 인간 '이나'와 자아를 지녔다는 이유로 실험 대상이 될 위기로부터 도망친 S·A·I·R(Self-consciousness Artificial Intelligence Robot) '지니'는 국가의 손이 닿지 않는 곳, 자연재해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제 3구역에서 만나게 되는데.

 

 

 

SF 연극이 줄 수 있는 매력


 

'SF'라는 장르를 가진 예술작품을 보았을 때, 어떠한 문화예술인지에 관계없이 독특한 소재를 토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거나, 거대한 이벤트와 스펙터클이 존재할 것 같은 기대감이 생기고는 한다.

 

이러한 기대감은 무대와 작품의 연출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로 이어지는데,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에서는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실연과 함께 무대와 동일하게 제작된 레고 블록과 디오라마를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장면을 송출한다.


이는 곧, 관객들에게 연극을 보는 것에 대한 이색적인 체험을 제공하며, SF 장르, SF 연극에 관객이 기대하는 새로운 무대술, 연출, 낯선 감각에 부응하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사진 유한솔] (2022 공연사진-1)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인공지능, 구분된 사회


 

인간이 기피하는 일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로봇인 A.I.R와 인간이 상생하는 2060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해당 연극은 빈부 차이에 따라 국가, 2구역, 3구역으로 시회를 구분하여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구축한다.


1구역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던 인간 ‘이나’는 국가에서 자신의 반려동물 ‘BA’를 생태계 교란종이라는 이유로 폐기처분을 진행시키려고 하자, 인간의 힘만으로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2구역인 네크에 들어간다. 그것도 잠시, 네크에게 ‘BA’를 빼앗긴 ‘이나’는 인간과 네크에서의 삶에 실망을 느끼고, 어떠한 제재 없이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는 3구역으로 이주한다.


3구역의 정글 속에서 위험에 빠진 순간 자의식을 가진 A.I.R 지니의 도움을 받은 ‘이나’는 지니와 소통하며 점점 신뢰를 쌓아가고, 인공지능인 지니를 더 이상 로봇이 아닌 사람으로 인식한다.

 


[사진 유한솔] (2022 공연사진-4) A·I·R 새가 먹던 사과를 먹는 사람.jpg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소통방식


 

관객은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 지니와 ‘이나’의 소통 방식을 관찰하며, A.I.R 지니는 비인간도, 인간도 아닌 그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인물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작품은 관객에게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며, ’비인간적‘인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동물과 소통이 가능한 지니의 능력을 통해 비인간적 인물이 자연과 공존하는 방식을 보여주고, 이와 달리 자연과 공존하기보단 현대사회에 맞춰 자연을 개조하고자 하는 인간의 태도를 인식시킨다.


인간, 비인간의 경계에 놓인 인물과 자연의 소통, 인간이 아닌 비인간의 존재와 함께 소통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 인공지능 로봇과 함께 상생하게 될 가까운 미래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진새 연출과 장우재 연출의 대담에서 나타난 작의에 대해 이야기하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인간이 '사랑'이라는 것을 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도저히 인간을 사랑하기 너무 힘들다,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느냐? 인간 말고 다른 존재로서 로봇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자세로 인간과 비인간을 맞이하고, 관계 맺기 해야 할 것인가?

 

 

[윤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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