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나만의 컬렉션을 만드는 사람에게 [인터뷰]

당신은 무엇을 수집하나요?
글 입력 2023.06.2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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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느 날. 조용히 카페에 들어섰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아무도 없는 카페가 너무 좋다. 다른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그 분위기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날이 추워서 아이스는 못 먹을 것 같았다. 더불어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에선 오히려 따뜻한 음료가 나의 목을 다듬는 치료제나 다름없었다.

 

자리에 돌아가서 앉았다. 의자에 앉는 순간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오늘 만날 그리고 내가 인터뷰이로 초대한 사람은 나에게 늘 큰 그늘막이 되어주고 대나무 숲이 되어주는 소중한 친구이다. 편하게 부르기 위해 그녀를 S라고 부르기로 하겠다.

 

발을 땅에 살살 구르며 기다렸다. 비가 와서 그런지 그녀는 조금 늦는다고 했다. 상관없었다. 그녀를 기다리는 동안 비가 카페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평안해졌기 때문이다.

 

“딸랑”

 

카페 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 익숙한 얼굴이 지면에서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불어 내 얼굴의 입꼬리도 동시에 피어올랐다. 말이 아닌 손의 흔들림 그녀와 나 사이에 발생했다.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 인터뷰를 통해 만나길 요청했던 나의 생각을 칭찬해 주고 싶을 만큼 그녀가 보고 싶었다. 뭐하고 사는지 그리고 그녀가 요즘 가장 관심 있어 하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궁극적으로 내가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한 이유는 단 하나. 그녀는 ‘인형’을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

 

세상엔 다양한 취미와 기호를 가진 사람들이 많고, 자신이 애호하는 것을 한곳에 모아두는 ‘컬렉팅’을 하는 종족들이 생겨나고 있다. LP, 피규어, 사진, 인형, 또는 악기 등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귀하다고 여기는 것들을 많이 모아 자신의 바운더리 안에 보관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친구도 그 종족 중 하나였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인형을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좋아하면 한곳에 두고 모으고 싶은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지금부터 나올 인터뷰 내용은 그녀와 나의 일상적이지만 평범하지는 않은 인터뷰 내용이며, 여러분도 이를 읽고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어떠한 행위를 취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

 

Q. 잘 지냈나요. 여전히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며 살고 있나요?

 

S: 그럼요. 사랑하는 것을 기꺼이 사랑할 수 있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인 것 같아요. 물론 변한 점도 있어요. 제가 이제 사랑하는 것을 단순히 바라만 보지는 않는답니다. 이게 무슨 말인지 궁금하죠? 그리고 당신도 잘 지냈나요?

 

 

Q. 그럼요 전 잘 지냈죠. 사랑하는 것을 단순히 바라만 보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S: 예전의 제 모습 혹시 기억나세요? 저는 과거 제가 사랑하는 곰인형들을 제 머리맡에 항상 두고 잠이 들어야 제대로 잠을 들 수 있었어요. 심지어는 제가 에디터님과 여행을 떠났을 때도 곰인형을 항상 한 개는 가져와야 잠에 들 수 있었죠. 그렇지만 이젠 그런 모습이 사라졌어요. 그렇다고 해서 곰인형에 대한 제 사랑이 식은 건 아닙니다. 다만 형태가 바뀌었을 뿐이죠?

 

 

Q. 사랑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얘기해 줄 수 있나요?

 

S: 한 곳에 모아두지 않아요. 그리고 더 이상 컬렉팅하지 않습니다. 그게 제 사랑 방식이에요.

 

 

Q. 그렇게만 들어서는 이해가 잘되지 않는데,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S: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해요. 이건 제 방식이니까. 그렇지만 한 가지의 설명을 덧붙인다면 제가 사랑하는 것들의 자유를 부여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예전엔 내 눈앞에만 두고 보고 싶고, 많으면 많을수록 행복한 게 사랑이고 애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도 사실 인형에 생명력이 없다는 걸 알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자유를 주고 싶은 이유는 본질적으로 멈춰있는 그들의 시간이 저로 인해 억지로 더 멈출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에요. 더불어 제가 더 인형을 모으게 되면 남아있던 친구들에게 쏟을 애정이 분산되기 때문에 제가 애정을 주는 데에서 최선을 다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기도 하고요. 설명이 되었을까요?

 

 

Q. 네, 이해가 완벽히 되었어요. 정말 대단하고 끈기가 가득한 사랑 방식인 것 같아요.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간관계와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는 데, 이 부분에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S: 음.. 질문을 들어보니 맞는 것 같아요. 우리도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집착하고, 애정을 갈구하고 내 눈앞에 애정을 보이라고 강요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방식은 늘 관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빠른 길인 것 같아요. 올바른 애정의 방향은 나의 기준이 아닌 상대방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제가 인형한테 베푼 사랑이 조금 더 장기적인 관계를 위한 배려가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그러나 저도 처음부터 올바른 관계를 배운 것은 아니에요. 인간과의 관계는 아직 서툴기도 하고요. 과도한 인형의 개수로 소중한 인형을 버리게 되었을 때, 내가 잘못된 애정을 베풀고 있구나 깨달았거든요. 사람이든 사물이든 여러분은 아픈 경험은 최소화하면서 사랑을 베푸시길 바라요.

 

 

네, 감사합니다. 애정이 가득한 인터뷰이이자 내가 사랑하는 나의 친구여.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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