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실은 로맨스 소설, 마이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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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는 그냥 갈매기라고 생각했는데, 북극제비갈매기라는 멋진 이름을 가지고 있는 갈매기가 따로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일었다.
하긴 우영우에 따르면, 고래의 종류도 수십 마리이니 갈매기라도 다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갈매기 이름이 북극제비갈매기인 것까지는 좋다. 문제는 이렇게 생소한 이름을 가진 동물 종일수록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북극제비갈매기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아니, 처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오늘 소개할 책 <마이그레이션>의 배경 속 그들에게는 이번이 마지막 여정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북극에서 여름을 보내고 남극에서 겨울을 보내는 지구상 가장 먼 거리를 여행하는 생명체. 그들의 마지막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주인공 프래니 스톤의 인생 마지막 임무이다. 나아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자신이 경멸하는 고기잡이배에 승선할 정도로 간절하게, 그녀는 그들의 마지막 여정을 생을 걸고 지켜내려 한다.
책 <마이그레이션>은 액자식 구성이다. 따라서 프래니 스톤이 북극제비갈매기의 여정에 목을 매는 이유가 처음부터 등장하지 않는다.
사가니호에 승선해 북극제비갈매기의 뒤를 쫓는 이야기와 그녀의 과거 이야기가 뒤섞여 등장함에 따라 독자가 알아서, 천천히 그녀의 삶을 더듬어 가야만 한다. 한 번에 많은 정보를 주지도 않는다. 매순간 주어지는 분량만큼의 이야기를 소화해가며 천천히 그녀의 삶 속에 스며들도록 만든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드러나는 프래니 스톤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는 일은 우리에게 주어진 여정이다. 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다. 몰입감이 장난 아니다. 정말 재미있다! 긴 호흡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임에도, 지루하다는 생각이 아닌 어서 빨리 뒷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호기심이 샘솟는다.
책을 읽다 보면, 사실 책 <마이그레이션>의 장르는 로맨스라는 생각이 든다. 환경 소설의 면모를 취하고 있지만, 분명 환경 파괴와 동물 보호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사랑이다.
새, 북극제비갈매기, 나아가 끊임없이 그리워하는 남편을 향한 프래니 스톤의 사랑과 바다와 가족을 향한 사가니호 구성원들의 사랑. 그들이 이토록 애가 타는 이유는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지켜내고 싶은 대상이 있고 사랑하기 때문에 이뤄내고 싶은 꿈이 있는 것이다.
(프래니 스톤의 남편, 나일 린치 교수는 진정 로맨스를 아는 사람이다.)
책 <마이그레이션>이 왜 그리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것 같다.
우리가 꼭 지켜야 하는 큰 2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이 소설을 한 번 읽고 마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작가 샬롯 맥커너히는 때로는 여유롭게 때로는 쫀쫀하게, 그 멋진 주제들을 이야기로 풀어낸다. 문장을 읽어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느껴질 만큼 순간의 감정들을 증폭시키는 상황 묘사가 절묘하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책 <마이그레이션>은 정말로 재미있다! 깊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찾고 있었다면, 적합한 선택지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 환경 문제에 관심이 있다면, 생각과 감동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프래니 스톤이라는 사람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소설이다.
그러니 뭐가 됐든 재미있을 것이다.
[김규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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