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귀여움으로 충전하는 인류애 [사람]

글 입력 2023.06.16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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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n년차 인생. 각종 장소와 모임을 통해 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운이 좋았는지 대체로 다정한 사람들이었다.


덕분에 정을 느꼈고, 차근차근 신뢰를 다지는 과정을 익혔으며, 다투고 다시 끈끈해지는 법도 배웠다. 토라져 눈을 흘기다가도 한 시간 뒤면 또 슬쩍 마주 보고 웃게 되는 그런 관계들이 주를 이뤘다.


그래서인지 가끔 저렇게 못났을까 싶은 사람을 마주할 때도 성선설 주장을 저버리지 못한다. “저렇게까지 망가진 불운한 이유가 있겠지.”하고 넘겨 버리면 편. 어떤 순간에도 사람에 대한 조금의 희망과 기대, 애정이 마음 한쪽에 남아 대롱거리고 있다.


성선설에 간신히 발을 걸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은밀한 취미를 하나 가지고 있다. 다 큰 어른의 앳된 순수함을 엿보는 것. 지루한 일상의 큰 낙이기도 하다.


그들의 각 잡힌 사회적 면모 사이로 가끔 귀여움이 녹아 나오고는 하는데, 그런 말랑함은 내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고도 남는다.


사회에서 만난 A의 이야기는 종종 나를 피식 미소 짓게 한다. 이를테면 아랫집에 사는 할아버지에게 용기 내 인사를 했는데, 그 후로 담배 심부름을 하게 됐다든가. 밤늦게 예고 없이 집에 온 친구의 고민을 들어주다가 다음날 피곤해 팅팅 부은 얼굴로 출근한다든가 하는. 누군가는 짜증 낼 법한 일도 재밌는 일화처럼 생글거리며 이야기한다.


시골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복숭아를 나눠주는 B, 기차 안 본인 좌석에 앉아있던 노부부를 보고는 말도 못 꺼내고 자리를 양보하던 이름 모를 직장인, 손녀가 생각난다며 공원에 앉아있던 나에게 갓 산 따끈따끈 떡을 주시던 할머니.


그렇게 사무실과 거리에서 만난 따뜻함에 잠깐 빙긋 웃고 나면 괜히 마음이 느슨해진다. 맞아. 세상은 어울려 사는 거였지. 마음속으로 이익을 셈하고, 괜한 일에 잘잘못 따지고 있던 게 머쓱해질 때도 있다.


그렇게 네모난 세상에서 잠깐 나와 둥근 사람들의 둥근 것들을 느끼고 나면 좀 살만한 세상이라고 느낀다. 그리곤 충전한 인류애로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참고로 취미는 ‘즐긴다’는 뜻 말고도 ‘아름다운 대상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힘’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나는 사람들의 귀여움을 감상하며 그 둥근 모양으로 그들의 삶을, 사람 자체를 이해한다. 그리고 그들의 귀여움을 몰래몰래 찾아 간직하는 소소한 취미는 오히려 나의 일상을 더 기쁘게 만든다.


귀여운 모든 분! 내 일상을 살 만하게, 따뜻하게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김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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