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낭만적인 청춘의 시각화 - 디자인아트페어 2023 청춘별곡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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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아트 페어는 처음이라
올해로 14년 째인 디자인 아트 페어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디자인과 예술을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필자는 이번 페어에서 '디자인 아트 페어'라는 용어를 처음 접했다. 유명한 미술 전시나 북페어 정도만 가보았던 터라 사전 정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디자인 아트 페어에 대해 도통 감이 오지 않아 검색을 해봤다. 그랬더니 친절하게도, 다양한 분야의 예술과 디자인을 하나의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곳이며, 신진 아티스트 발굴과 함께 창작자와 관람객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고, 예술과 디자인 애호가들에게는 구매의 장이 되기도 한다는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디자인 아트 페어의 올해 주제는 '청춘별곡'으로, 뉴 제너레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청춘 작가들과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에 서 있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의 참신하고 획기적인 작품으로 채워진 풍성한 아트페어를 선보이고 있었다.
청춘별곡이라. 우선 청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 청춘은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봄'이라는 뜻으로,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에 거치는 인생의 젊은 시절을 의미한다. 이때 보통 떠오르는 것은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것들이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젊을 때 이런저런 일에 부딪혀 보기를 권장하지 않는가.
청춘일 때에 할 수 있는 것을 시간이 지난 후에는 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건, 비단 나이의 문제라기보다는 열정과 용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청춘' 옆에 단짝처럼 따라다니는 단어가 낭만이 아닐까? 낭만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단어는 '굳이'다. 쭉 뻗어 있는 포장도로로 편히 가면 될 것을 풍경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굳이' 빙 돌아가는 비포장도로를 선택하고 멋진 나무와 하늘을 만끽하며 목적지까지 느긋하게 가는 것이 낭만이 있는 삶 아니겠나.
우리가 청춘 하면 낭만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것은 표현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는 미숙한 표현력 때문에 보고 느끼는 것들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고, 청춘이 지나간 이후에는 여러 가지 이유들로 감정이나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청춘은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때라고 말할 수 있겠다. 완전하게 무르익지는 않았지만, 부족하지는 않은 정도. 그리고 뭐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모험적인 태도도 그에 한몫하겠다. 그리고 낭만을 표현하기에 제격인 것은 다름 아닌 예술이다.
아무튼 디자인 아트 페어는 처음이고, 너무 생소해서 대체 어떤 곳인지 상상이 가지 않는 와중에도 삶과 꿈 그리고 추억을 녹여낸 작품을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참석할 가치가 있다고 믿었다. 해가 지날수록 낭만과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고 있던 찰나에 만나,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극한의 효율을 중요시하는 세상에서 필연적으로 결여될 수밖에 없는 낭만을 디자인 아트 페어에서 주유하고 돌아왔다. 아래는 필자가 인상 깊게 감상한 작품이다. 낭만 가득한 청춘의 작품을 슬쩍 소개해 본다.
'청춘'을 표현한 작품들
이번 전시에서 마음에 들었던 부스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송율 작가의 부스를 이야기할 수 있다. 평소 민화의 색감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부스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조금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다.
왼쪽은 작가의 <파초도>라는 작품이다.
청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가장 싱그럽게 나타내지 않았나 싶다. 서양화와는 다른 색채도 감상 포인트 중 하나다. 쨍하고 강렬한 색채이지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묽은 수채화 같은 느낌이 든다. 화려하지만 결코 과하지 않은 느낌이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작품 외에도 한 해를 상징하는 12간지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귀엽지만 섬세한 붓터치에 감탄하며 감상했다.
본업은 따로 있고, 사이드잡으로 디자인한 작품을 선보인다는 전우진 작가는 귀여운 강아지를 앞세운 위트 있는 시리즈를 소개했다.
평일에는 볼링핀 알바를 하고 주말에는 명품옷을 구경하는 강아지 '바클'을 주인공으로 한 여러 작품 중에서도, 왼쪽의 작품이 실제로 가장 인기가 많다고 한다.
작가는 해당 시리즈를 통해 전례 없는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청춘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바치고 싶었다고 한다. 자신보다 무거운 볼링공과 싸우면서도, 꿈을 잃지 않으면서 노력하는 바클을 통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라고!
페어 입구에 마련되어 있었던 홍선미 작가의 부스도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부스에서 깜빡하고 사진을 찍지 못해, 나눠주신 팜플렛 사진으로 대체한다. 아기자기하고 입체적인 그림에 반해 감상하던 중 작가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겨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심도 있는 감상을 할 수 있었다.
작가는 '청춘별곡'이라는 주제를 생각하다,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랑의 요소들을 식재료와 결합한 작품을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고 있다고 했다. 예시 제목으로는 <망고버터의 향연 - loyalty>, <라임칩 - trust> 등이 있다.
사랑의 요소들을 영어로 설명한 것은 그렇게 이야기하는 편이 표현에 있어서 조금 더 포괄적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신선한 조합과 귀여운 색감이 무척 재밌게 느껴져 꽤나 오랫동안 부스에 머물렀다.
앞서 말한 분들 외에도, 상당히 많은 작가들이 이번 페어에 참여했다. 기획 작가전과 해외 작가 초대전 또한 볼거리가 많아 예상했던 것보다도 오래 둘러보다가 나왔다. 모두 기존의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작품의 느낌이라 무척 새로웠던 시간이었다.
신선하고 낭만적인 '청춘'의 노래
이번 디자인 아트 페어가 오래도록 기억될 이유는 신선함이다.
기존에 알던 느낌의 예술보다 접근성이 좋으면서도, 새로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얼굴과 작품을 만나는 시간이었기에 당연하겠지만, 새로움이 주는 짜릿함과 영감의 순간만큼 귀한 경험이 또 어딨겠는가!
또 팍팍한 삶 속에서도, 낭만을 갖고 예술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들의 태도를 보며 많은 것을 생각했다. 자신의 자리에서 낭만을 잃지 않고 꾸준하게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지를 알기 때문이다. 낭만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더욱 필요했던 페어가 아니었나 싶다.
예술이 빛을 발할 때는 삶과 맞닿아있는 것을 아름답게 풀어냈을 때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청춘들이 보여준 각양각색의 낭만적인 노래는 우리 삶을 잘 이야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삶의 기쁨과 아픔, 일상과 비일상을 보여준 부스부터 조금은 비현실적인 그림으로 황홀함을 안겨준 초대전까지! 오래간만에 공감하며 보았던 전시다.
[강윤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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