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막장에도 꽃은 핀다 - 디자인아트페어 2023

글 입력 2023.06.11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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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 사람들은 전통적인 기법만을 고집한 것을 낡고 고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대 공예는 전통적인 기술과 기법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디장니과 재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또한 커뮤니티의 색이 강조되던 과거와는 달리 개인의 아이디어와 스타일을 중심으로 전개되어 제품군도 다양해졌다.


이와 관련된 전시가 예술의 전당의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있었다. 5월 27일부터 6월 4일까지 진행된 '디자인 아트 페어'가 그것이다. 올해로 14회를 맞이한 페어의 이번 주제는 '청춘별곡'. 새로운 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디자인과 아트의 경계에 서 있는 다양한 분야의 작가들의 참신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페어는 각양각색 작가들이 전개하는 '기획작가전', 총 다섯 팀의 '기획그룹전', '해외작가 기획전', '오영실 작가 개인전' 그리고 다양한 작가들의 예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참여작가전'을 나뉜다.

 

그 중에서도 '기획작가전'가 '기획그룹전'을 공예 덕후의 기준으로 리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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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식탁을 장식하는 사랑스러운 도자들

 

공예는 아름다움을 우리 일상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한다. 실용성과 기능을 고려하면서도 동시에 아름다움과 창의성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탁은 공예의 공간이다. 힘든 날의 위로와 기쁜 순간의 축하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다. 공들여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며 사소한 일상부터 마음 속에 담아두었던 깊은 이야기까지 꺼낼 수 있다. 또한 테이블 매너를 통해 서로에 대한 배려와 관심을 보여주는 것도 가능하다. 가족의 다른 말로 ‘먹는 입‘이라는 뜻의 식구라는 단어가 있는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이번 디자인 페어에도 다양한 그릇과 식기가 출품되었다. 팀으로 참가한 ‘사유의 사유’는 여름을 주제로 한 자기 제품을 선보였다. 다이빙 하는 사람들을 표현한 모빌부터 맑은 소리를 내는 종까지 다양한 제품들이 전시됐다.


그 중에서도 찻잔 겸 술잔은 눈에 띄었다. 맑은 빛을 내는 파란 몸통이 수영장의 물이 되었으며, 그 속에는 주황색의 귀여운 튜브가 들어있었다. 집에 손님이 왔을 때 꺼내기도,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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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롭게 발견한 양모의 향긋한 물성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던 것들이 재료가 된다는 점도 공예의 매력 중 하나다. 공예는 흔한 재료들을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다루어 그것의 물성을 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특히, 나는 유리 공예를 좋아한다. 유리는 작은 자극에도 쉽게 깨지지만 반대로 아주 단단하고 날카롭다. 더불어 언제 어디서든 흔하게 찾을 수 있지만 가공하면 무엇보다 반짝이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 이번 페어에서는 관련 작품을 볼 수 없어 조금 아쉬웠다.


그러나 양모나 털실을 활용해서 따뜻한 질감을 살린 경우는 많았다. 구본주, 신소영, 이하빈, 이은하, 황미애 작가는 미튼 스튜디오라는 팀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양모로 제작된 다양한 소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양모로 제작된 나무는 인상적이었다.


아솜샵은 털실을 활용한 위빙 작업을 하는 공방이다. 이번 전시에는 명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태피스트리 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회화의 경우 액자에 담겨 전시된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관람객의 입장에서는 그 표면이 매끄럽고 광택이 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는 차갑고 서늘하다는 인상이다. 그러나 털실로 작업된 작품들은 그렇지 않다. 포근하고 따뜻하다.


두 팀의 작업의 주재료인 ’양모‘는 냄새를 잘 흡수한다. 그렇기에 작업의 말미에 아로마 오일 등을 활용해 좋은 향이 나도록 가향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두 곳은 이번 전시에서 가장 향기로운 부스였을 것이다. 특히 미튼 스튜디오의 경유는 직접 시향할 수 있는 체험도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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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느 재료보다 자연적인 나무의 매력

 

서문에서 언급했듯, 현대의 공예는 점점 다양화되고 있다. 특히, 이번 디자인 페어에서는 마상열 작가의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재료의 특성을 잘 반영하면서도 따뜻하고 섬세한 개성을 잘 표현하고 있었다.


그는 작가는 나무 공예를 선보였다. 개인적으로 나무 공예는 더욱 특별하다는 인상한다. 공예의 특성 상 대부분 자연에서 온 재료들을 활용하지만 나무 공예의 경우는 더욱 자연적으로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사용되는 재료가 자연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재료적 질감과 색상 그리고 그레인이 잘 보이도록 다듬었다. 그 후 각각의 나무들이 가지고 있던 흉들 위에 나무 꽃을 만들어 둔다. 그 순간 나무의 흉은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승화되는 것이다. 특히 '막장에 피다'의 경우는 큰 울림을 주었다.


 

[신동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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