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백화점에서 만난 경쾌한 리듬 -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라울 뒤피

글 입력 2023.05.2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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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 1928,   watercolor on paper , 53 x 67 cm,.jpg

Still life 1928, watercolor on paper , 53 x 67 cm

 

 

오늘 리뷰할 전시는 더 현대의 <프랑스국립현대미술관전 - 라울 뒤피>이다.

 

코로나의 종식 선언 이후로 라울 뒤피라는 작가가 백화점과 예술 공공기관에서 동시에 소개되는 것은 뭔가 독특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가능하다면 두 전시회를 함께 보고 비교하고 싶었으나, 오늘 리뷰는 더현대의 전시를 중심으로 기술하도록 한다.


리뷰에 앞서 뒤피의 삶과 작품의 흐름을 먼저 소개하면서, 전시회에서 내가 미루어 짐작한 점이나 느낀 감상을 덧붙이고자 한다. 더현대의 전시기획에 이런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었던 것도 있지만, 뒤피의 삶이 정말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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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ill life with violin_ Hommage to Bach, 1952

 


1. 라울 뒤피, 경쾌하고 소박한 리듬

 

라울 뒤피의 예술은 소박한 리듬에서 시작했다. 그는 가난한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커피 수입점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공부를 이어나가다, 시에서 주는 장학금으로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했다.

 

뒤피는 이 당시 인상주의왕 후기 인상주의의 화가의 작품에 감명받았고, 개중 앙리 마티스의 '사치, 평온, 쾌락'을 보고 예술적 영감을 받는다. 이 당시 강렬한 색채와 두꺼운 검은 윤곽선으로 구성된 작품을 만들었고, 이러한 흔적은 이후 직물 디자인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후 그는 입체주의를 공부하면서 세잔풍의 화법, 그 중에서 공간의 새로운 구성에 관심을 기울였다. 세잔이 다방면에서 쏟아지는 빛을 한 폭에 담고자했던 정물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것을 고려해볼 때, 이후 뒤피의 작품들은 새롭게 읽히는 면이 있다.

 

좌우간 그는 이후 장식미술로 작품의 영역을 넓힌다. 그는 과감한 패턴과 정글을 연상케하는 이국적인 디자인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특히 뒤피가 사용했던 목판화 기법은 검정과 흰색을 조화가 자연속 정물들과 만나 독창적인 인상을 남겼다.

 

목판화 기법의 발전은 뒤피를 이해하는 중요한 시기다. 목판화 기법은 아폴리네르의 책의 삽화를 맡은 부분에서 그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동물지 또는 오르페우스 행력>에서는 오르페우스와 다양한 동식물들이 등장한다. 이국적인 생물들을 판화기법을 통해 건물과 배경의 틀 안에 단순화시키고 강조함으로서 다양한 모티브들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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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Woman in Pink, 1908, oil on canvas , 65 x 81 cm

 

 

이 시기 이후로 인상파에서 돋보였던 강렬한 원색색채에서 장식적이고 밝은 스케치로 그은 선들이 작품에서 드러나기 시작한다. 일반적으로 '뒤피의 스타일'이 이 시점부터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다.

 

생동감있는 미술도구의 터치는 고정된 형상보다 움직임에 초점을 맞춘 것처럼 보이고, 거기에 입혀지고 때로는 빠져나오는 색감은 수채화로 완성했는지 확인해야할정도로 투명하고 경쾌하다. 단순하고 생략한 외곽선은 마치 형태를 벗어난 음악처럼 경쾌한 리듬감을 가지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기도 하고, 일상생활의 오브제의 디자인에 관심을 뒀던 뒤피의 소재는 그의 아내, 음악, 항구, 도시, 여성의 누드, 해변, 풍경들을 담아내기 시작했다. 그는 또 독특하고 가벼워보이는 선으로 완성한 초상화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이중 바닷가를 소재로한 작품들이 자주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바다 신의 아내인 암피트리테는 인간 여성의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바다를 상징하는 사물들과 함께 놓였다.

 

삶의 끝자락에서, 그는 항구를 오가는 배를 그리기 시작했다. 블랙홀처럼 모든 빛을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배의 모습은 죽음을 연상한다. 때로는 캔퍼스를 거칠게 긁어낸 흔적은, 그의 작품 전반에서 드러나는 경쾌하고 가벼운 색감과 생략적인 선과 대조된다. 다가오는 죽음으로 묘사된 배는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지만, 어떤 공포감보다는 편안함이 느껴진다.

 

바다 깊은 어느 곳에 암피트리테가 소라의 소리를 듣는 것처럼, 그 아래에도 그녀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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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phitrite, 1936, oil on canvas, 184 x 157 cm

 

 

2. 백화점에서 만난 훌륭한 전시

 

관람객으로서 전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더 현대의 라울 뒤피전의 전시기획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전시는 라울뒤피의 세가지 스타일로 완성한 자화상으로 시작해, 인상파나 입체파에 관한 영향력을 다루고, 디자인 작업과 판화 작업을 거쳐 그가 주로 사용했던 모티브들을 다룬다. 소위 말하는 뒤피 스타일이 자리잡은 시기의 정점에는 그의 역작 중 하나인 <전기 요정>이 전시되어 있다.

 

전기의 역사를 다룬 이 역동적이고 경쾌한 작품은 뒤피의 스타일과 철학이 잘 녹아들어있을 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의 흐름에서 문명적 노력이 뒤피의 예술적 열정이 만나는 부분이 있다. 마지막에 죽음을 모티브로 한 어두운 방을 배치함으로서 전시는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데 성공했다.

 

평균적인 관람객으로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이번 전시회가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 있다. 특별한 전공자가 아닌 이상에야 도슨트없이 전시관을 방문하면 떠돌이 유령처럼 작품들을 스쳐지나가게 되는데, 더현대의 전시회에서는 각 전시관의 배치도 직관적일 뿐만 아니라 벽에 쉽고 핵심적인 설명들을 써놓았다. 도슨트의 내용도 알차고, 무료로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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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mage to Mozart, 1915

 

 

백화점에서 이러한 훌륭한 전시회를 준 것은 개인적으로 참 많은 생각들을 하게 했다. 더현대의 문화의 유통 포지션(?)에 대해서는 익히 짐작하고 있었지만, 백화점이 그 특징으로 인해 문화적 상징을 마치 '판매'한다고 생각했음을 고백한다. 하지만 내가 만난 더현대의 라울뒤피 전시회는 가장 관객과 가까운 전시였고, 문외한인 입장에서 방문해도 아주 밀도 높게 느껴지는 전시였다.

 

오늘날, 뒤피의 전시가 두 곳에서 소개된다는 점도 재밌다. 그가 경쾌한 작품들 만들 때 세계는 전쟁 이후의 피폐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뒤피의 작품은 코로나 시대에 많은 사람의 인기를 끌었는데, 아마 우울하고 침체된 세상에서 삶의 밝은 면을 보려고 했던 그의 작품만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가 끝난 시기에, 뒤피의 낙관적인 선은 각 관람객의 삶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것이다. 뭐가 되었건 그 곳에 어떤 희망이 움트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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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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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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