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일본스러움 가득한 도쿄의 숨은 미술관, 네즈 뮤지엄 [미술/전시]

오직 꽃이 필 때만 볼 수 있는 작품
글 입력 2023.05.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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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리움미술관이 있다면, 도쿄엔 네즈미술관이 있다.


 

네즈미술관 입구.JPG

 

 

네즈 미술관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미술관이다. 사업가 네즈 가이치로의 수집품을 보존, 전시하기 위해 1941년 설립됐다. 미술관 컬렉션은 기존 수집품 4,642점으로 시작해 현재 약 7,4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7점의 국보(National Treasures), 88점의 국가 중요 문화재(Important Cultural Properties), 94점의 중요 예술품(Important Art Objects) 등 우리나라 리움미술관처럼 개인 컬렉터로서 가지기 쉽지 않은 중요한 문화재산을 다수 보유한 미술관이다.


토부 철도 회장이었던 가이치로는 일찍이 미술에 관심이 많았고 다도와 미술품 수집에 열정적이었다. 가이치로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의 아들이자 상속자인 가이치로 주니어가 그의 수집품을 보존하기 위해 네즈 미술관을 열었고, 지금 미술관의 위치는 그와 가족들이 머물던 주거지였다.

 

이곳의 컬렉션은 네즈 가이치로가 20대 때부터 수집해 온 근대 이전(pre-modern)의 예술품이 주를 이루는데, 특히 그는 개인 컬렉터로서는 드물게 회화, 서예, 조각, 금속 공예품, 도자기, 칠기류, 나무와 대나무 공예품, 텍스타일, 갑옷, 고고학적 표본들 등 다양한 미술품 및 오브제를 수집해 왔고, 이후에는 다기를 많이 수집해 이또한 현재 소장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네즈 가이치로의 사망 이후 여러 개인 수집가들이 많은 작품들을 기부하며 컬렉션이 증진되었다.

 

 

네즈미술관 외관.JPG

 

 

제2차 세계대전 당시 1945년에 이곳 갤러리, 정원, 티 하우스를 비롯한 많은 부분이 화재로 소실되었지만 화재로부터 안전한 공간에서 발굴된 작품들을 가지고 1946년 전시를 재개했다. 가이치로 주니어는 미술관의 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1964년에 한 번 확장했고, 1991년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리노베이션과 또 한 번의 확장을 진행했다.


현재는 가이치로 주니어의 아들인 네즈 코이치가 미술관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2006년 새로운 구축 프로젝트를 진행해 3년 반만에 뉴 빌딩으로 알려진 창고 건물을 재건축하고 오래된 일본 스타일 창고와 메인 빌딩을 허물고 전시를 위한 새 메인 빌딩을 지었다. 

 

 

 

도심 한 가운데 고즈넉한 미술관과 정원


 

네즈미술관 통로.JPG

 

 

네즈 미술관은 도쿄 명품 거리로 유명한 오모테산도 끝자락에 그와 상반된 분위기의 건축물로 자리 잡고 있다. 게이트에서 미술관 메인 문을 잇는 통로는 회색 돌들과 대나무로 꾸며져 있다. 그곳은 시끌벅적한 거리로부터 입장하는 관람자들이 조용한 내부 공간에 익숙해 질 수 있도록 데시벨과 이동 속도를 조절한다. 박공지붕 모양의 네즈 미술관은 소중하고 오래된 물건들로 가득한 집처럼 느껴진다. 좋은 공간은 늘 그렇듯, 내부에 놓인 의자까지도 재료의 통일감을 주어 미적 편안함을 선사한다.

 

 

네즈미술관 내부1.JPG

 

 

산책로로 나오면 나무가 우거진 17,000 평방미터의 정원이 펼쳐진다. 도심 한 가운데에서도 바깥 소리가 완전히 차단되는 곳이다. 완만한 경사의 산책길과 작은 호수, 벤치, 고목과 가지각색의 식물들이 있고, 돌계단과 대나무 문, 대나무 울타리는 인공적이면서도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

 


네즈미술관 정원1.JPG

 

네즈미술관 정원2.JPG

 

 

일본 정원은 인공미와 자연미 사이의 특유의 멋이 있다. 한국 전통 건축의 미는 자연을 건축 안으로 들여오는 ‘차경’으로부터 온다. 반면, 일본은 정원을 조성하고 경관을 가꿔 자연을 재현한다. 한국 건축은 자연을 그 자리 그대로 두고 관조하는 성격이 강한 반면, 일본은 작은 규모의 자연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조금은 인위적이지만 깔끔하게 단장한 모습이 매력적이다.

 


네즈미술관.JPG

 

 

정원을 한 바퀴 돌고 나오면 어느새 메인 빌딩 지하 1층에 다다른다. 목적지를 의식하고 걷지 않아도 1층에서 시작해 지하 1층을 통해 나오게 되는 완벽한 동선이다. 입구와 출구를 찾는 수고를 덜어주어 피로가 확실히 적다.

 

 

 

정원에 붓꽃이 필 때만 볼 수 있는 전시


 

오가타 고린, 붓꽃병풍, 오른쪽.jpg

오가타 고린, 붓꽃 병풍, 오른쪽, 네즈 미술관

 

오가타 고린, 붓꽃병풍, 왼쪽.jpg

오가타 고린, 붓꽃 병풍, 왼쪽, 네즈 미술관

 

 

올해 4월 15일부터 5월 14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었던 Irises Screens: The Age of Kōrin, 1658-1716 은 네즈 미술관의 하이라이트 기획전이라 할 수 있다.


매년 이맘때 열리는 이 전시는 미술관 주요 소장품이자 일본 국보로 지정된 오가타 고린(1658-1716)의 "제비붓꽃 병풍"을 공개한다. 네즈 미술관은 이 작품이 국보라고 해서 상설로 보여주는 대신, 미술관 정원에 심어진 아이리스가 개화하는 4월부터 5월까지만 선보이고 있다.


이 작품과 정원에 핀 아이리스를 감상하기 위해 매년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을 방문하며 예약제로만 관람 가능하다. 필자가 도쿄에 산다면 봄을 맞이하는 나만의 의식으로 오가타 고린의 붓꽃 병풍과 정원에 핀 아이리스를 만끽하러 매년 네즈 미술관을 방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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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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