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마음껏 외로워해도 괜찮아! - 나의 뉴욕 수업

도서 <나의 뉴욕 수업>을 홀로 읽으며..
글 입력 2023.05.19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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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매혹 사이

나를 발견하는 순간들

"삶을, 예술을 바라보는 시야, 그 성장의 바탕에는

'호퍼의 도시'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이 있었다."

 

스스로를 버리고 다양한 학문을 공부하는 데서 삶을 지탱하는 힘을 얻는다고 말하는 곽아람은 호모아카데미쿠스의 전형이다. 그런 그에게 직장생활 14년 차에 해외연수 기회가 주어졌다.

 

이전까지 그 흔하다는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고, 해외여행 외에 외국에서 생활해 본 적 없던 그에게 직장을 벗어나 모든 것이 낯선 이국의 도시에서 마주하게 될 루틴 없는 생활은 분명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것이었으리라. 익숙함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다시금 홀로서기에 나서야 했던 곽아람은 세계의 서울, 뉴욕에서 어떤 방식으로 삶을 꾸려갈지 깊게 고민한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에 이른다. 바로 스스로를 '교육'하겠다는 결심이다.


 

 

# 외로운 건 잘못된 것이 아니야! 


 

곽아람 기자, 그녀는 39살의 나이로 뉴욕에 거주하게 된다. 여유로운 돈과 시간으로 여행을 간 것이 아닌 정말 그 나라에 맨몸을 굴리며 살아가게 된 것이다.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온통 멋있다는 생각뿐이었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 그리고 추구하고자 하는 일이 분명한 이들의 길은 늘 다양한 도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저자의 모습은 그들 중 하나였다. 특별히 미술 분야의 전문 기자였던 그녀는 나와 유사한 취향까지 가지고 있었다.

 

에드워드 호퍼, 시끄러운 도시 속 우울함과 고독함을 아름답게 표현한 작가. 그는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고 말이다. 어떻게 보면 이기적인, 독단적인 자세라고 볼 수 있지만 예술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유행과 주변인들의 의견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 그것이 바로 동시대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장점 아닐까.

 

곽아람 기자와 나는 모두 에드워드 호퍼의 시선을 사랑한다. 그의 시선 끝에는 고독을 고독으로 끝내는 허무함이 아닌 고독을 따스하게 다루는 다정함이 묻어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짧은 시간 동안 뉴욕에서 지내면서 에드워드 호퍼의 자취를 여러 번 마주쳤던 것처럼 나도 그의 매력을 그가 직접 그린 그림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의 스튜디오에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은 매우 부러운 점 중에 하나이다. 나도 뉴욕에 가게 된다며 그녀처럼 에드워드 호퍼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이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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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며 가장 주목했던 그림이 두 가지가 있는데 지금부터 그 그림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는 에드워드 호퍼의 <아침 해>이다. 이 작품은 저자가 뉴욕의 공동생활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나는 그림이라고 언급했다. 이 그림을 바라보면, 외로워 보이는 한 명의 여인이 창을 바라보면서 앉아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상하게도 엄청 슬퍼 보이는 표정을 하고 있지는 않다. 호퍼답지 않은 밝은 색감의 그림인 것만 보아도 무언가 그가 다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그림을 언급하면서 곽아람 기자는 공동생활을 하지만 각각 혼자였던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아무리 같이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들은 함께가 아닌 원래부터 혼자였던 것이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무언의 위로를 얻었다. 우리는 원래부터 혼자로 태어났기에 마음껏 외로워해도 된다고 말해주는 듯했다.

 

호퍼의 그림도 마찬가지였다. 혼자서 가만히 앉아있는 그녀의 모습은 외로워 보였지만 슬퍼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왜 외로우면 반드시 슬플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했던 것일까. 기존의 생각을 충분히 의심하게 만드는 그림이자 고독의 형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저런 자세를 꽤 자주 취하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멍을 때리며 힐링이 되었던 기억도 남아있다. 외로움에 대한 생각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이 책이 바로 건드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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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여자들을 위한 테이블>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고 바로 ‘고립’‘소외’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면 당신도 나와 같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두 명의 웨이터와 점원은 각자의 자리에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서로에게 무관심한 현대인을 표방하는 듯하다. 나도 처음엔 이 두 여자의 외형을 보고, ‘에드워드 호퍼’다운 외로운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곽아람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직장인이 일터에서 각자 자기 할 일에 몰두하는 것이 ‘고립’이고 ‘소외’일까?”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 내가 이렇게 또 호퍼라는 사람을 미리 판단했구나. 그림 속 두 여자는 그저 열심히 자신의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서로 교류를 하고 있지 않기에 나도 모르게 그 둘이 당연하게 외롭고 고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제 새롭게 보자. 그들의 고독과 소외는 그들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계단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이건 그림 속 두 여자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새롭게 보고 더 넓게 보자.

 

고독은 나쁜 것이 아니다. 가끔은 혼자서 생각하고, 혼자서 먹고, 혼자서 문화를 향유하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나도 누군가와 공연을 보고, 전시회를 보면 그 순간만큼은 외로움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에 기쁘다. 그러나 그 문화를 온전히 향유하는 시간이었는지 생각해 보면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없다.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해주기 위해, 문화 향유는 뒷전이었을지 모르겠다. 고독은 ‘유익한 쓸쓸함’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둘이 있을 땐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혼자 있을 때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린 고독도 밝게 받아들여야 한다.

 

곽아람 기자의 외로운 뉴욕 일대기도 이렇게 찬란하게 글이라는 매체로 빛나는 것처럼, 외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누군가의 외로움을 우리가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나의 뉴욕 수업>을 통해 재정립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임주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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