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어떻게 들으면 좋을까요? -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도서]

글 입력 2023.05.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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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음악과 가까운 사람인가?

 

누군가가 나에게 이 질문을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고, 어딘가로 이동할 때면 꼭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가사를 곱씹는 것이 내가 매일같이 찾는 소소한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산책을 할 때는 노랫말에 푹 빠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음반을 발매할 때마다 챙겨 듣는 아티스트를 꼽자면 두 손이 부족할 정도니, 이쯤이면 나도 제법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클래식' 음악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클래식은 왠지 어렵다. 내게 감상의 이정표가 되는, 언어로 된 가사가 없기 때문에, 클래식을 즐기기 위해서는 작곡가와 악기, 그리고 그 역사에 대한 방대한 지식이 있어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런데도 클래식은 언제나 흥미와 도전의 영역이었다. 가사 없이, 음의 연속을 들으면서 재미를 찾는 사람들이 신기했고, 나도 그들에게 공감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것도 같다. 괜히 한 번 유튜브에 들어가 내가 아는 - 몇 안 되는 - 클래식 음악가들의 이름을 검색해 보기도 하고, 음악에 관련된 교양 수업을 무작정 신청해서 들어보기도 했다. 여느 공부가 그렇듯이 막상 해보면 재미있고 더 알고 싶어지지만, 혼자서 꾸준히 하기에는 갈피를 잡기가 어렵더라.


마음은 앞서지만 뭘 어떻게 더 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와중에 만난 책이 바로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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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입문자를 위한 맞춤형 백과사전


 

거두절미하고 이 책으로 말할 것 같으면, 나와 같은 클래식 문외한을 위한 맞춤형 입문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제1장은 '클래식을 온몸으로 느끼다'라는 제목 그대로, 클래식을 듣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가볍게 풀어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클래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비발디의 <사계>, 그리고 <운명>이라는 제목으로 더욱 유명한 베토벤의 교향곡 5번을 사례로 들며 진행되는 도입부에서는 어렴풋이 들어봤던, 음악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대적 특징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가령 우연과 자유분방함을 중시하며 감정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 연주하는 바로크 시대 음악의 특성을 질서, 균형, 조화를 중시하는 르네상스 시대 음악의 특징과 비교함으로써 각각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려준다. 그 과정에서 작곡가의 의도뿐만 아니라 연주자와 지휘자의 해석에 따라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나도 책을 읽으면서 지휘자가 단순히 음악의 박자를 조절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연주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책을 읽으면서 특히 좋았던 점은, 이렇게 음악 자체의 특성에 관해서 설명하면서 그로 인해 생겨나는 여러 개념도 함께 정리해 주고 있다는 것이었다. 저자는 앞서 들었던 비발디의 <사계>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음악가들의 해석과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시대 연주(곡이 작곡되어 초연되었을 당시의 악기와 연주 방법, 악기 편성 등 모든 것을 그대로 재현해 옛 음악의 순수성을 되살려 보는 연주 방식)라는 것이 생겼다고 1장의 초입에서 소개한다.


몰라서 막연히 두려웠던 클래식에 대한 지식을 잘게 쪼개 소개해 주는 이러한 방식의 입문서가 나로서는 그저 반가울 뿐이었다.


 

 

클래식,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을까?


 

재미있게도 이 책은 클래식 음악이 다른 형태의 예술과 얼마나 비슷한지를 설파한다. 사실 나의 경우는 클래식 음악의 보편적인 점보다는 특이한 점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흥미가 생긴 동시에 약간의 진입장벽을 느꼈던 이유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비시각성)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비언어성) 차별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전혀 두려워할 것이 없다며, 일상에서 쉽게 향유하고 즐기는 수많은 예술과 클래식 음악의 유사성을 제시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베토벤의 첼로 소나타를 한자의 서체에 비유했던 2장의 여섯 번째 이야기다.

 

 

해서와 예서는 구상미술처럼 쉽고 분명하며 질서 정연하지만 초서로 넘어가서는 질서로부터 풀어지고 벗어나 광기를 보이기도 합니다. 음악도 이와 다르지 않아 규범과 조화, 질서를 강조하는 단정한 아름다움도 보여주지만 때론 불협화음과 파열음이 나오고, 정박과 엇박을 넘나들며 더욱 자유롭고 풍성해집니다. 베토벤의 곡들은 자유롭고 창의적이며 마치 현대를 예견하는 듯한 파격이 있습니다.

 

- p. 184-185  / 제2장 6. 음악의 서체, 한자로 듣다

 

 

표준에 맞게 반듯하게 쓰인 글씨처럼 음악도 박자와 화음이 '표준'이라 일컬어지는 규범에 맞춰 창작될 수 있고, 눈에 보이는 거친 질감과 자유로운 붓놀림처럼 음악도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는 과감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단순하지만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비유다. 결국 우리가 음악을 즐기는 방식에 있어서는 우리가 익숙한 시각 예술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미 여러 번 느껴본 익숙한 희로애락의 감정, 혹은 익숙한 '정해진 규칙으로부터의 해방감'이라 할지라도 이를 새로운 감각을 통해 향유할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삶에 내려온 행운처럼 느껴진다.

 

 

 

그저 귀를 기울이면


 

책을 읽으며 배운 '클래식을 즐기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마음 편하게 귀를 기울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흘러나오는 음악에, 작곡가의 삶에, 지휘자의 감정에, 연주자의 이야기에 말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술술 읽히는 글에 감탄했다. 클래식 음반 칼럼니스트이자 강연가로 활동하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전했던 저자 최지환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는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멋진 이야기꾼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 기분이었다.


저자가 클래식을 한 편의 그림에 비유했다면, 나는 이 책을 하나의 전시회, 그리고 그 컬렉션의 도슨트에 비유하고 싶다.


말을 바꾸어 보겠다. 클래식 음악에 입문하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그저 마음 편하게,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펼쳐 저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그걸로 충분하다.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다.

 

 

 

컬쳐리스트 명함.jpg

 

 

[장유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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