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가 선택한 가족 [문화 전반]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글 입력 2023.05.1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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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무엇일까. 건강가족기본법 3조 1항에서는 “가족”을 “혼인ㆍ혈연ㆍ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라고 정의한다. 피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법적으로 묶인 관계만이 가족이 될 수 있다.


그런데 통계청의 ‘2022년 사회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 되는 46.8%가 결혼을 꼭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답했다.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는 결혼 자금과 고용 불안정을 가장 큰 이유로 골랐다. ‘2022년 혼인ㆍ이혼 통계’만 보아도 2012년 이후로 계속해서 혼인율이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더하여, 여성가족부의 ‘2021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보면 법적인 혼인,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이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 68.5%는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이처럼 가족의 의미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빠르게 변화함에 따라 “가족”의 재정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생과 고령화



근 몇 년간 ‘출산’보다 ‘출생’이라는 단어가 더 익숙해졌다. ‘아이를 낳음’과 ‘세상에 나옴’이라는 단어의 차이는 낳는 사람에서 사회 구조의 문제로 초점을 옮긴다. 저출생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하게 출생률이 낮아지면 생산이라는 가족의 역할이 중요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가족을 위하는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한 가족을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책 ‘가족을 구성할 권리’에서는 국가가 이성애 중심의 가족 규범을 내세우며 저출생, 돌봄 공백 등 사회의 위기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한다고 지적한다. 


대한민국의 사회적 고립도는 2021년 기준 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곤란한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친구나 친지가 있느냐”는 대답에 18.9%가 없다고 대답했다. 1인 가구의 비중이 높아져서 그런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같은 해 1인 가구 비율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사회적 고립 비율이 3%에 그쳤다.


연평균 저출생 고령화 속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와중에 사회적 고립도가 너무 높고, 50대 이상의 사회적 관계망 비중은 최하위다. 결론적으로 개인의 사회적 안전망이 확보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 장노년층이 행복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으며 개인은 경제 위기와 고용 불안정으로 인해 결혼을 기피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모든 문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 현상도 예외가 아니다.

 

 

 

가족의 해체와 재구성



지난 4월 26일,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는 ‘생활동반자법’이 발의되었다. 법안을 보면 생활동반자는 양육, 의료결정, 장례 등의 권리를 가지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용혜인 의원은 “독일·덴마크·스웨덴 등 출산율이 높은 선진국들은 이미 다양한 가족을 법 제도로 인정하고 있다”며 “혼인 외 가족 구성과 출산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마주한 저출산(저출생)·인구위기 대응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꾸준히 행복지수 1위를 차지하는 아이슬란드는 혼외출산 신생아 비율이 69.6%에 달한다. EU에서도 거의 10개국에 달하는 나라가 50%를 넘는 혼외출산 비율을 보인다. 다양한 관계가 자연스럽게 가족으로 인정되고,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될 때 비로소 저출생 문제의 해결책이 보인다.


집을 소유하기 힘든 시대의 1인 가구는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주변만 봐도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생활을 함께하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책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에서 언급된 “생애 한 시기의 동반자”라는 개념으로 가족이 확장될 때,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 추측한다.


특히, 현재는 가족의 법적 규범이 너무 좁기 때문에 보험, 주거 등 국가의 혜택은커녕 최소한의 권리에서도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법적으로 가족이 아닌 동반자는 수술, 연명 치료 등 의료 결정을 내릴 수 없으며 상주와 유족이 될 수도 없어 애도할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한다.


일반적인 가족의 해체가 과연 개인의 이기심에서만 비롯된 것일까? 국가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하지 않고 배제한다면 서로 간의 혐오감만 키우게 된다. 개인이 가족을 선택할 권리를 인정받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와 살아갈 때 다양한 가족과 자녀가 만들어지고 사회적 고립 또한 줄어든다. 가족의 규범을 확장하며 사회의 문제를 개인에게 돌리지 않아야 가능한 일이다.


스스로 선택한 가족으로 더 많은 사람이 보호받고, 존엄한 삶을 살았으면 한다.

 

 

참고 자료

통계청, ‘2022 사회 조사’

통계청, ‘2022년 혼인ㆍ이혼 통계’

여성가족부, ‘2021 가족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한국경제연구원, 한국, 연평균 저출산·고령화 속도 OECD 37개국 중 가장 빨라

대한뉴스, 용혜인 국회의원, 생활동반자법 역대 국회 최초 발의

김순남, ‘가족을 구성할 권리’, 2022

김하열, ‘헌법상 가족의 개념’,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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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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