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인류의 역사 속 생명 조각의 발견 - 분자 조각가들 [도서]

우연하고도 의도적인 경계를 넘어서
글 입력 2023.05.11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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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에 걸쳐 복용하는 의약품은 얼마나 될까? 정확히 가늠할 수 없지만, 생사와 안전에 대한 인류의 관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 수요는 지금보다 작아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등장은 의약품에 대하는 태도, 개인의 관점까지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가령 '타이레놀'은 상품명으로 '아세트아미노펜'이 주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해열제 교차 복용 등에 대한 정보는 여러 매체를 통해 공유되었다. 


이쯤에서 궁금해진다. 조각된 분자들로부터 우리의 삶은 얼마나 변화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분자 조각가들』은 '분자를 조각한다'라는 큰 주제를 관통하는 화학자들의 이야기이다. 특히 연금술과 메리 셸리가 1818년 발표한 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당시의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분야에 기인한다.

 

이처럼 책의 서두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어서일까. 분자와 화학이라는 두 단어에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학문이나 정보에 진입할 때,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나열하는 방식은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 바로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시간적 요소를 더한 의약품의 개발과 발전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처럼 말이다.

 


 

우연을 넘어선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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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은 현대 화학 기술의 시작을 알리는 염료의 발견과 보다 효율적으로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의 필요성을 언급한다. 저자는 타이레놀과 페니실린을 예로 '우연히 찾아온 행운'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떠올리는데, 많은 의약품이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개발되지 않았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1869년에 등장한 주기율표와 DNA 구조가 밝혀진 것이 1953년임을 떠올려보자. 참고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1893년에 개발되었다. 물론 당시에 빈번했던 조제 오류나 불순물 혼입 등의 원인으로 1953년에 돼서야 타이레놀이라는 상품명으로 시판되었다. 

 

참고로 지금까지 타이레놀의 해열 및 진통 효과에 대한 작용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기전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는 현재로서는 정확한 규명 없이 이처럼 의약품이 대중적으로 복용 되는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야말로 기적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우연과 기적에 기대서는 결코 정교한 조각이 나올 수 없다. 과거에도 치열하게 진행된 노력의 결과가 더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기본 물질, 즉 의약품의 주성분을 효과적으로 찾아야 한다. 

 

 

 

천연물과 화합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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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많은 의약품의 토대에는 바로 천연물이 있다. 천연물을 합성하여 새로운 합성법이 개발되며, 이는 또다시 다른 물질의 합성에 적용되기도 한다.

 

2장과 3장은 각각 동식물과 사람. 즉 자연에서 유래한 물질인 천연물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식물에서 얻은 추출물의 한 예로 〔양귀비(추출)-아편(분리)-모르핀(합성)-헤로인]의 과정을 살펴보자. 아편에서 모르핀을 분리해서 순수 화합물을 확보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의 중독성이 줄고 효과가 유지되지 않았다. 더 안타까운 것은 1960년에 개발된 펜타닐은 여전히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현재와 비교해보면 윤리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경우도 많았지만, 동물과 인간에 대한 연구는 역설적으로 많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찾는 데 도움이 되었다. 특히 1940년대에는 DNA의 구성요소와 유사한 물질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더 나아가 세균뿐만 아니라 암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가할 유사물질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다.

 

 

화학은 화합물을 바꾸는 학문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화합물을 창조하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화학자들이 만든 물질은 구조를 예측할 수 있다. 분자 조각가들이 기초 연구를 넘어서 보다 직접적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p.159

 

 

4장에서는 화학자들이 창조한 화합물이 등장한다. 마침내 1864년 '바르비투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순수 화합물이 만들어졌다. 이어서 바르비투르산계 의약품은 구조 변화를 걸쳐 1902년 베로날(훗날 바르비탈), 1904년 페노바르비탈, 1930년에 펜토바르비탈, 그리고 1950년대 중반 탈리도마이드까지 이어졌다.

 

이처럼 구조가 다른 화합물이 계속해서 만들어진 것은 치명적인 단점에 그 배경이 있다. 바로 수면제로 복용하기에 강한 중독성과 독성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의약품의 명암, 이른바 양면성은 언제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결과적으로 1962년, 탈리도마이드는 판매가 금지되었다.  

 

 

 

분자 조각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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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원인은 점차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세균, 바이러스 등의 감염경로를 통해서 동물 및 인간에게 전파되는 전염병은 지속적해서 변이가 생겨났고, 많은 사람들이 혈압 및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으며, 유전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희소병에 대한 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반인들이 관심 있는 것은 그들이 만든 물질이 우리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다. 분자 조각가들이 기초 연구를 넘어서 보다 직접적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물질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다.

 

p.107

 

 

어떻게 하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까?

 

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바로 그동안 쌓인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잠시 잊힌 화합물에 다시 주목하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탈리도마이드는 감염병인 한센병 치료제로 쓰이며 면역계를 억제할 수 있는 물질로 밝혀졌다. 이후 탈리도마이드계 약물은 혈액암인 다발 골수종의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오랜 시간 동안 지속된 연구와 실험이 결실을 보는 순간이다.

 

한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서 인간의 기대수명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연장되었다. 이 말은 축적된 정보를 활용하여, 이전과는 다른 기술의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가까운 미래에는 단백질분해 유도제를 기반으로 그동안 개발이 어려웠던 질병에 대한 치료제가 만들어지고, 유전자가위 기술의 도입으로 희소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현재 진행 중이다.

 

*

 

언젠가 '약을 먹으면 내성이 생긴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앞에 전제조건이 붙어있지 않았다. 얼마나 자주 먹어야 내성이 생기는지, 또는 어떤 약이 내성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인식할 수 없었다. 아니, 어쩌면 어렵다는 이유로 정보를 찾는 것 자체를 등한시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고 난 후, 일정 부분이지만 의약품에 품었던 편견을 인정하게 되었다. 동시에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안정성에 대한 위험은 늘 경계해야 하므로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하고 싶다. 당장 복용할 의약품의 뒷면에 쓰여있는 주의사항과 동봉된 설명서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다.

 

더불어서 한계를 넘어선 여정을 함께 떠날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질병에 대한 연구와 신약 개발 및 시판, 의약품의 복용 및 질병의 치료까지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전 과정이 모두 중요하다. '혼자서 잘하는 것을 둘이서 할 때 더 좋은 결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라는 저자의 말처럼 다시 한번 더 힘을 합쳐야 할 순간이다.

 

 

[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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