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클래식 입문자들을 위한 감상의 지름길, 도서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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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음악을 참 좋아한다. 스트리밍 음원 사이트 하나 정도는 구독하는 사람들이 대다수고, 여러 개를 동시에 구독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어딘가를 향하는 동안 발생하는 자투리 시간에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게 아니라 정말 시간을 들여서 음악을 듣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 클래식 음악에 시간을 온전히 할애하는 사람은 분명 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 다수를 차지하지는 않는 것 같다. 클래식을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클래식이 어렵다고 사람들이 잘 느끼는 이유는, 아무래도 대중가요의 가사처럼 이 음악이 추구하는 바가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그 음악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쉽게 알기 어려워서 클래식에 대해 진입장벽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뿐만 아니라 음악의 분량 또한 소품이 아닌 이상 꽤 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을 알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기준을 세워가면서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원한다면 본인이 맨땅에 헤딩해가며 한 작품에 대한 해설을 찾아보고, 다양한 연주들을 비교해가며 자신의 취향을 찾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더 시간을 단축하기를 원한다면, 소위 말하는 명반을 통해 작품에 대한 기준을 먼저 명확하게 잡고 클래식의 세계로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최지환의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은 클래식 입문자들이 유명한 작품들의 명반들을 통해 클래식에 쉽게 끌리고 빠져들 수 있는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다.
< 책 소개 >
클래식을 한 번쯤 마음에 품어 본 사람이라면 저마다 클래식과 사랑에 빠지게 된 첫 순간이 있을 것이다. 첫사랑처럼 온몸과 마음을 사로잡아 밤새 잠 못 들게 했던 그 운명 같던 만남…. 어느 날, 벼락같이 불현듯 내 삶에 들어와 설렘을 선사하기도 하고, 삶의 역경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해일처럼 덮치는 날엔 지친 마음을 위로받기도 한다.
하지만 왜 사람들은 클래식을 어렵고 지루한 '엘리트 음악'이라고 생각할까?
이 책은 끊임없이 욕망을 부추기는 세상에 거리를 두며 한 번쯤 음악의 속삭임에 마음을 열어보라고 지친 영혼을 안내하는 책이다. 욕망은 쉬지 않고 휘둘러야 하는 양날의 칼이다. 잘못하면 자기 손을 베기도 한다. 자꾸만 불안하고 조급해지는 이 시대에 더욱 클래식 같은 고전적인 영혼의 양식이 필요해지는 이유다. 지금이야말로 '음악의 힘'이 가장 필요한 때이다.
저자 최지환은 클래식 음반 컬렉터인 동시에 클래식 칼럼니스트로서 오랜 시간 활동해왔다. 그런 그는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총 3장의 챕터로 구성했다. 각각 클래식을 온몸으로 느끼다, 클래식을 그림처럼 보다 그리고 클래식을 이야기로 읽다로 챕터 제목을 잡았다. 오랜 시간동안 클래식과 함께 해 온 저자 스스로가 클래식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 왔는지를 챕터 제목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는 셈이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클래식을 온몸으로 느끼는' 첫 번째 장에서는 비발디의 사계에서부터 시작하여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품들에 대하여 독자들이 쉽게 접근해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었다.
두 번째로 '클래식 음악을 그림처럼 본다'고 표현한 장에서, 저자 최지환은 소제목에 맞춰 주로 표제 음악들을 다뤘다. 이 챕터에서 다뤄진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표제 음악 그 중에서도 제목만으로 명확하게 이미지가 그려지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졌다. 아무래도 그림처럼 보기 좋으려면 음악 자체가 직관적이어야 하기 때문에 표제 음악들이 그런 면을 잘 살리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나 베토벤 첼로 소나타 3번처럼 표제가 없는 작품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제목만으로 뻔해지는 그런 챕터는 절대 아니었다.
가장 마지막으로 배치된 '클래식을 이야기로 읽다' 챕터에서는 가장 거시적인 견지에서 각 작품들에 대해 접근하는 방법들로 독자들에게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작곡가의 시대적인 배경이라든지, 음반이 녹음되던 당시의 기술이라든지, 현재 시점과의 비교라든지 때로는 작품 그 자체보다는 외부적인 요인에 의하여 우리는 작품을 감상하게 될 수도 있다. 클래식을 이야기로 읽는다는 제목에서처럼, 저자 최지환은 독자들이 마치 이야기 읽듯이 술술, 작품과 음반에 대해 접근해볼 수 있도록 소개하고 있었다.
그런데 각 챕터를 구성하고 있는 작품들을 유심히 보면 굉장히 독특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왜냐하면 저자 최지환이 선곡한 작품들은 클래식 애호가들이 아니라 입문자 혹은 클래식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알 법한 유명한 작품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보통 클래식 작품들을 소개하는 책에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작품보다 좀 덜 알려졌으나 아름다운 작품들을 많이 구성하는 편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의 작품 구성이 굉장히 독특하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책 표지를 보면 "대한민국 클래식 입문자&애호가들이 가장 사랑한 불멸의 명곡"이라는 표현이 있어 유명한 작품들을 다룬다는 것을 책을 펴기 전부터 인지할 수 있기는 하다. 그런데 어떤 의미에선, 누구나 잘 아는 작품에 대해 소개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모두가 그 작품에 대해 가볍게든 혹은 깊게든 알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면 뻔하지 않은 무언가를 꺼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 최지환이 한국인들에게 오랜 시간동안 사랑받는 유명작들로 작품을 소개한다는 건 그만큼 저자가 스스로의 식견에 대해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책을 읽어보니 왜 저자가 자신있게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냈는지 알 것 같았다. 누구에게나 익숙해서 대중적인 작품들을 뻔하지 않게 풀어내는, 클래식에 대한 그의 관심과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알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다양한 연주자들까지 함께 짚어주고 있기 때문에 저자 최지환이 짚어주는 것들을 곱씹어보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익숙한 곡들에 대해서 다양하고 더 깊게 알아가는 게 독자들에게도 얼마나 큰 경험인지 모른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좀 더 깊게 알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어릴 적의 내 열의에 다시금 불이 붙는 순간이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는 책을 읽으면서 좀 뭉클해지기도 했다.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는 데에는 꽤 시간이 필요하다. 보통의 예술들이 예술가 본인과 그의 작품들, 여기에 좀 더 곁들인다면 예술가의 일생과 그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을 알아가는 것 정도를 추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이 다소 어려울 수 있는 이유는, 다른 예술과 달리 작곡가와 작품에 더해 연주자에 대해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작곡가는 한 명이고 내가 알고 싶은 그의 구체적인 작품도 한 곡이더라도, 그 작품을 연주한 연주자는 무수히 많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면 단 한 작품에 대해서도 들어야 할 연주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여러 연주를 듣는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내 기준을 잡아가기가 정말 쉽지 않다. 내가 잘 아는 작품에 대해서는 나만의 취향이 명확해져 있더라도, 처음 접하는 작품에 대해서는 보통 처음 듣는 연주가 감상의 기준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일종의 각인효과처럼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확하게 내 기준을 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주를 들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느낌을 잡아가야 한다. 이 시간을 들이는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클래식을 알기 어렵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 최지환은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통해 독자들이 시간을 절감할 수 있는 좋은 기준들을 제시해주었다. 하나하나 기준을 잡아가기엔 현대인의 일상은 충분히 바쁘기 때문에, 차라리 어떤 연주가 좋은 연주인지를 처음부터 명확하게 접한 다음 다른 연주들을 들어보는 것도 기준을 세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QR코드를 통해 저자가 소개하는 명반의 연주를 들어볼 수 있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책을 따라 읽어가다가 곧바로 음악을 들어볼 수 있는 점도 편리하고 좋았다.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근래의 나는 클래식 음악을 충분히 감상할 시간적 여유를 들이지는 못하고 좋아하는 작품은 좋아하는 연주만 계속 듣거나 새로 듣는 작품은 게중에 접근성이 좋은 것으로만 들었다. 어느 정도의 취향이 생기고 나니 음악을 듣는 것에 좀 게을러졌다고 해야 할까, 명반을 듣거나 연주를 비교해가며 듣는 열의가 많이 사그라들었던 것이다. 그런 시점에 최지환의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읽으니 음악에 게을러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가 소개하는 작품을 다 아는데도, 그가 소개하는 명연주들을 들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새삼 알던 것도 더 깊게 알고 싶다는 마음이 새롭게 들었다.
클래식에 입문하는 사람들이나, 클래식을 꾸준히 들어온 사람들이나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음악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얼마나 이를 더 알고 싶어하느냐의 문제다. 관심과 애정이 있다면, 누구나 더 알고 싶어하게 되고 이를 위한 노력을 들이기를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클래식은 분명 다른 장르보다 역사가 길고 그만큼 다양한 사조의 작곡가와 작품들이 있으며 심지어 연주자들까지 현재진행형으로 많기 때문에 알아가는 데에 노력이 필요하다.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의 저자 최지환은 독자들이 클래식 음악을 알아가기 위한 최적의 지름길을 제시하고 있다. 명반의 명연주들을 통해 독자들이 감상하면서 생각해볼 거리들을 제공한 그는, 독자들이 비단 그가 제시한 작품에서만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어떤 작품을 만나든 적용해볼 수 있는 감상의 큰 틀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45년 간 클래식과 함께 해 온 그만의 기준이 녹아 있어서 클래식을 접해왔던 나에게도 좋은 자극이 되었다.
음악가에 대해서, 그의 작품에 대해서 그리고 이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에 대해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좋을지 고민해본 적이 있는 클래식 애호가가 있다면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을 통해 그 고민을 해소해볼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 입문자에게는 감상의 기준을 세우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동시에, 이미 애호가인 사람에게도 자신의 기준을 재점검해보고 익숙한 작품을 새롭게 다시금 곱씹어보는 재창조의 순간이 될 것이다.
이토록 클래식이 끌리는 순간
지은이: 최지환
분야: 음악일반/교양, 클래식/오페라
출판사: 북라이프
페이지: 312쪽
정가: 18,000원
ISBN: 979-11-91013-51-1(03600)
[석미화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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