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가까이에서 영화를 담는 법 [공간]

글 입력 2023.04.25 15:1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영화는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의 산물이지만, 우리는 각자 그 영화를 손에 잡아보기 위해 금지옥엽에 찾는다.

 

 

 

을지로, 금지옥엽


 

금지옥엽은 을지로에 위치하고 있는 영화 굿즈 상점이다. 을지로점을 시작으로 목포, 부산, 전주까지 전국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고 영화 포스터, OST 바이닐, 영화 서적과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금지옥엽은 커뮤니티 시네마 네트워크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전국 20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영화문화를 중심에 두고 활동하는 여러 지역 단체가 2019년 10월부터 꾸준한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을 거쳐 2021년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9ff05f7bb4452.jpg

 

조합에는 작은 영화 소모임 단체부터 상설 영화관을 운영하는 단체들까지 포함되어 있는데 각각의 단체들이 영화 관련 활동과 사업을 단독으로 실행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자원을 공유하는 공동 사업을 설립하고자 하였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부산 모퉁이 극장의 ‘관객 영화제’와 목포 시네마 라운지MM의 마을 영화 예술 축제 등 영화와 친숙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자체적 페스티벌이나 새로운 영화 문화를 만들어 갈 사람들을 위한 영화 관련 교육 문화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하나가 바로 ‘금지옥엽’이다.

 

 

 

귀하고 사랑받는 것들


 

‘금지옥엽’의 뜻은 금으로 된 가지와 옥으로 된 잎이라는 뜻으고 귀한 것들을 이르는 말이다. 을지로의 금지옥엽 또한 ‘이곳이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사랑받는 물건이 모여 있는 공간이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러한 이름을 붙이게 되었다고 한다.

 

금지옥엽에는 그렇게 귀하고 사랑받는 물건들이 가득하다. 머리맡에 붙여 두고 자고 싶은 영화의 포스터, 영화를 온전히 상기시킬 수 있는 바이닐과 대본집까지. 금지옥엽에 들어서면 신중하게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의 모습만큼 행복해 보이는 것은 없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의 굿즈들이 있을까, 기대하는 마음으로 금지옥엽을 살펴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멀리에서도 느껴진다. 언제까지나 내 손으로 담을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금지옥엽에서 영화의 순간들을 담아낸 굿즈들을 만나게 되면 영화를 내 손안에 가득 담을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여러 영화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동안 관련된 굿즈를 나눠주고, 판매하는 경우가 있지만 영화에 대한 사랑은 기간제가 아니기에 언제나 들를 수 있는 굿즈 샵, 금지옥엽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0f452c5bd4493.jpg

 

0ad5c592fd2ba.png

 

 

금지옥엽은 오프라인 매장 외에도 정기 구독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멤버십에는 포스터, 책, 바이닐이 해당되어 있는데 매월 큐레이션 된 굿즈 1종을 선택하면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구독하면 첫 구독 시 웰컴 기프트는 물론 뉴스레터, 오프라인 매장 할인, 행사 초대도 받을 수 있다. 매장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이자, 더 활발하게 영화에 대한 사랑을 이어나가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다.

 

 

 

귀하게 사랑받는 이유


 

사실 많은 이들은 영화를 ‘영화관’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경험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가에 한 쪽에, 거리에 한 귀퉁이에 있는 금지옥엽은 그런 틀을 벗어나게 해준다. 항상 느껴졌던 영화와의 거리감은 좁혀지고, 일상적인 공간에서 만나게 되는 영화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한다.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SNS 포스팅도 한몫을 한다. 금지옥엽은 SNS에 입고/재입고된 영화 관련 굿즈들을 포스팅해 준다.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금지옥엽에 발을 들인 분들도 많겠지만, 마니아층을 놓칠 수 없는 분야 중 하나가 영화이기에. 사람들은 SNS 포스팅을 보고 금지옥엽에 바쁜 발걸음을 한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한 번이라도 더 마음에 새길 수 있는 굿즈를 구매하기 위해 반갑게 금지옥엽에 얼굴을 비친다.

 

금지옥엽에서는 크게 새로 개봉한 영화의 제품, 꾸준하게 인기가 많은 제품, 다시 한번 소개를 해야 하는 제품으로 나누어 입고 혹은 재입고의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새로운 영화에서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많이 닿는 영화, 소개하고 싶은 영화까지, 말과 행동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니지만 금지옥엽의 섬세한 큐레이션은 많은 이들을 이곳에 머무르게 만든다. 영화를 애정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파악한다는 것에서 금지옥엽이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충분히 드러난다.

 

 

46c3b3a557f0e.jpg

 

 

금지옥엽은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너무나도 필요한 공간이고 여태껏 가까이에 영화를 두고 싶었던 이들에게는 갈망의 공간이었을 것이다. 금지옥엽에서 영화와 다시 마주하고 관련된 대화를 나누고 그 마음을 품고 돌아오는 그 순간까지, 값지지 않은 순간이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금지옥엽의 마음이자, 금지옥엽을 찾는 이들의 마음이다.

 

매일 다른 영화의 OST가 흘러나오는 을지로 세운상가의 금지옥엽에서, 새로운 영화를 마주하고 담아가는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다. 머리맡에 붙여두고 자고 싶은 포스터와 주말 아침을 함께해줄 바이닐을 손에 들고. 

 

 

 

이연재.jpg


 

[이연재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