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상처와 치유에 대하여, '유원' [도서/문학]

글 입력 2023.04.06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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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에 대하여



사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는 책들에는 손이 잘 가지 않았다. 물론 성인 독자들까지도 대상으로 한다고는 하지만... 뭔가 조금 단순하고 뻔한 소재를 다루고 있을 것만 같고, 내가 기대하는 것보다 다루고 있는 내용의 범위도 넓지 않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제 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잘 읽히지도 않는다.

 

아마 더 이상 청소년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청소년 문학이 담보하고 있는 그 '청소년성'을 자연스레 잃어버리게 되면서부터 청소년 소설을 멀리하게 된 것인가 하는 생각에 씁쓸해지기도 했다. 한편 <<유원>>은 그런 내 편견을 완전히 무너뜨려 준 책이기도 했다. 실제로 <<유원>>을 계기로 청소년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만큼, 나에게는 꽤나 소중한 책이기도 하다.

 

한동안 20대들에게 유행했었던 <<아몬드>>에도 청소년 소설로서의 구분이라는 역사가 있었다. <<아몬드>>는 처음에는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 온 책이었지만, 다시금 일반 대중 소설로 확장되면서부터 베스트 셀러로 자리 잡게 되었다. '청소년'이라는 타이틀을 떼면서부터 더 많은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 낼 수 있는 책이 된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 역시도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면 일단 편견이 한 번 생기기 때문에, 아마 더욱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기 위하였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원도 일반 소설로 분류되면 훨씬 더 많은 독자층을 품을 수 있었을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 이런 좋은 문학 작품을, 중요한 청소년 시기에, 한 번이라도 더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는 '청소년 문학'이라는 구분 자체는 매우 의미 있는 분류인 듯하다. 내용 자체가 재미있기도 했고, 청소년 문학 특성상 가독성도 좋았기 때문에 한숨에 책을 다 읽어 내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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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원이에 대하여



<<유원>>은 한 인물이 가지고 있는 매우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의 아픔, 말로 설명하기에는 많이 애매한 묘한 감정들을 매우 영민하게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물론 나는 유원이라는 인물의 상황이 되어 본 적은 없지만, 읽는 내내 유원과 함께 호흡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누구보다 유원에게 공감할 수 있었다. 책 속에서의 유원이의 서술은 매우 담담한 문체로 표현되어 있었지만, 오히려 유원이의 목소리를 담은 활자 하나하나에 유원의 응축된 감정들이 꾹꾹 담겨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문자를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유원이의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유원이와 함께 슬퍼하고, 고민하고, 절망하고, 다시 극복하느라 읽은 내내 마음속이 꽤 시끄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종종 다양한 서사에서 슬픔을 극화시키기 위한 도구로 담담한 묘사가 채택되고는 한다.

 

<<유원>>도 그랬다. 유원이의 차분한 모습이 오히려 유원이의 슬픔을 더욱 피부로 와닿게 했기 때문이다.

 

 

 

아저씨에 대하여


 

특히나 아저씨라는 인물이 매우 인상 깊었다. 나는 책을 읽는 내내 아저씨가 너무너무 불편했고, 싫었고, 미웠다. 어디에서 한 번쯤은 마주했을 법한 불편한 인물. 그 인물에게 향한 명확한 감정은 매우 부정적이었다. 미움. 밉고 싫은데,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측은함에 괜히 눈길이 다시 가는 그런 인물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 싫고, 더 불편했다.

 

이 짜증 나는 '불편함'은 도대체 무엇일까?이렇듯 <<유원>>에서는 특히 이 아저씨가 주목할 만한 인물인데,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하고 복잡한 감정들이 덩어리진 이 아저씨라는 인물을 작가가 아주 예리하게 잘 구체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아저씨를 잘 끊어 내는 유원이의 성장이 부럽기도 했다. 신아 언니에게 용기 있게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어린 유원은 어떻게 스스로를 위해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유원이를 그렇게 성장하도록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지점들을 하나씩 찾아 나갈 수 있었다.

 

읽으면서 또 누군가는 유원이의 행동을 답답하게 느꼈겠고, 또 누군가는 유원이의 대처가 통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는 유원이의 행동에 대한 나의 판단을 여전히 내리지 못했다. 책을 덮을 즈음에는 나에게도 일말의 용기가 생기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저 책장을 하나씩 넘겼을 뿐이었다. 작가도 아마 독자들에게 이러한 용기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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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와 용기에 대하여


 

소설을 읽고 처음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키워드는 ‘치유’ 그리고 ‘용기’이다. 유원이는 어려서부터 원하지 않는 관심을 받으며 자라게 되고, 유원이를 바라보는 모든 눈길 이면 속에는 늘 언니가 존재했다. 

 

언제부터인가 유원은 신아 언니와 아저씨에게 조금 더 솔직해지기로 한다. 이 용기가 유원이에게는 일종의 치유로 작용했을 것이다. 유원의 용기에서부터 시작된 치유와 성장은 다시 한번 유원을 굳건하게 만들고, 유원이 앞으로 또 맞이하게 될 다른 상처들에 대처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준다.

 

 많은 청소년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유원과 같은 용기를 내고, 유원이 경험했던 치유를 함께 경험하기를 바랐다. 다시 청소년인 나에게 돌아간다면, 꼭 한번 읽혀 주고 싶은 책이기도 하다. 청소년 시기에 이 소설을 읽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자라나는 아이들이 많이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더불어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감정들, 죄책감과 고마움, 미움, 이런 모순적인 감정들은 비단 청소년들만 겪게 되는 것이 아니니 성인 독자들에게도 많이 노출되었으면 하는 책이었다.

 


[신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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