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져도 기억될 '세상 끝 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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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끝자락에서 바다를 향해 이 곳에 땅이 있음을 알려주는 표시, 등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던가. 등대를 멀리에서 보면 굳세게 땅의 끝자락에 서있는 위용있는 모습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등대의 안은 사실 단촐하고 그렇게 멋있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등대는 먼 항해를 떠나서 돌아오는 배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면서, 혹시나 어두운 밤에 배가 섬에 부딪히지 않도록 위험을 알리며 제 할일을 한다(사실은 등대지기가 하는 일이지만).
문학작품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등대는 주로 신호, 알림, 주의 등 일반적인 등대의 속성을 지닌 뜻으로 사용되곤 한다. 또, 등대를 지키는 등대지기의 경우 (교대를 서긴 하지만) 혼자서 그 곳을 지키는 경우가 많아 외로운 곳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렇듯 등대는 비유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건축물 중 하나인데, 아쉽게도 실제로 밤 중에 불빛을 내는 등대를 만난 적은 없다. 바다를 누비는 사람들에게 있어 반드시 필요했던 이 등대를 만나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런 등대에 매료된 사람이 한 명 있었던 듯 싶다. <세상 끝 등대: 바다 위 낭만적인 보호자> 도서에서는 다양한 34가지의 등대를 소개한다. 등대가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언제 만들어졌는지와 같은 사실 나열과 함께 그 등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리고 소개된 등대들은 하나같이 소설처럼 다양한 일화들을 품고 있었다.
무엇보다 책의 구조가 굉장히 색달랐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다보면 분량이 많아질 법도 하지만, 모든 등대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페이지를 넘기지 않았다. 또, 이야기의 옆 페이지에는 등대의 이미지와 어느 지역에 있는지, 그리고 그 뒷장에는 등대에 대한 사실적인 내용이 적혀있었다.
단 하나의 등대도 이 규칙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지루하지 않게 34개의 등대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접할 수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글자 크기가 작고 문장간격이 좁아서 읽는 데에 조금 어려움을 겪긴 했다.)
유명한 만화 '원피스'에 이런 명대사가 있다.
사람이 언제 죽는다고 생각하나?
심장 깊숙이 총알이 박혔을 때? 천만에!
불치의 병에 걸렸을 때? 천만에!
독버섯으로 만든 스프를 마셨을 때? 천만에!
사람들에게 잊혀졌을 때다.
등대 역시 사람들에게 많이 잊혀져가는 추세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책의 저자는 등대를 통해 사라지고 있는 것 속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했다.
우리 주변에 또 무엇이 있을까 한 번 생각해보았다. 열심히 머리를 쥐어짜낸 끝에 공중 전화기가 떠올랐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자주 볼 수 있던, 거의 사라졌지만 요즘 다시 길거리에서 하나씩 볼 수 있게 된 공중 전화기.
핸드폰이란게 지금처럼 널리 쓰이기 이전에 밖에서 부모님에게 연락할 수 있는 수단은 이 공중 전화기 뿐이었다. 그런데 그마저도 어린 아이가 무슨 돈이 있어 전화를 걸었을까. 1541과 같이 수신자 부담이었던 콜렉트콜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던 때가 생각난다.
아름다움까지는 아니지만, 등대만큼 역사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하나의 애틋한 추억이지 않았을까.
혹시나 나중에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 책에 나와있는 등대를 한 번 보고 오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지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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