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너무 강렬해서 오려 꿈 같은 영화 음악

음악 감독 토마스 뉴먼, 영화 <1917>(2019), <아메리칸 뷰티>(1999)
글 입력 2023.03.23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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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을 제힘으로 인식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자신의 취향을 자신도 모르고 있다가, 타인의 지적을 통해 알게 될 때가 많다. 나 또한 그런 경험이 있다. 다른 사람들과 영화 이야기를 하며 ‘너는 영화의 배경 음악을 꽤 신경 쓰나 보다’라는 말을 서너 번 듣고 나서야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생각해 보면 여러 영화나 드라마의 사운드트랙이 내 플레이리스트에 통째로 담겨 있기도 하고, 작품 자체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으면서도 음악 사용이 무 마음에 들어 별점을 후하게 주었던 적도 종종 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음악 감독에도 관심이 생겼다. 이 글에서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감독을 소개하려 한다. 

 

 


영화 <1917>(1917, 2019)



샘 멘데스 감독의 영화 <1917>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1위 혹은 2위에 자리하는 작품이며, 음악 감독의 존재, 그리고 토마스 뉴먼의 존재에 관해 알려준 영화다.


이전까지는 솔직히 영화에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에 관해 따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정수기를 매일매일 쓰면서도 그걸 개발하고 만든 기술자들을 떠올리지기는 쉽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볼 때는 음악이 너무 강렬해서 ‘아 이 음악을 만든 사람이 누군지 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냥 알고 싶은 것도 아니고, 꼭 알아야 했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기를 기다리며 인생 처음으로 음악 감독의 이름을 확인했다. 영화관에서 나가는 길에 핸드폰으로 검색만 해도 알 수 있을 텐데 그럴 틈도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토마스 뉴먼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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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을 보면서 ‘너무 강렬해서 꿈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 같다’는 표현에 대해서 항상 애매한 거슬림을 가지고 있었다. 흔히들 사용하는 꿈 같다는 이미지와, 내가 생각하는 꿈 같다는 이미지가 상충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제대로 정의할 수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어떤 부분에서 충돌을 느꼈는지 알 수 있었다.


꿈결인 듯하다거나, 몽환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는 주로 선명하지 못하고 흐릿한 감각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의 ‘꿈결 같다’는 표현도 이해는 하지만, 사실 나는 정반대로 느끼는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꿈속에서 비현실적으로 높은 집중력을 가지지 않는가? 현실에서는 눈앞에 있는 것을 보면서도 머릿속 한구석에서는 다른 생각을 한다. 그러나 꿈속에서는 과거도 미래도 없이 오직 당장 내 눈앞의 상황에만 온전히 집중하고, 나 또한 그 속에서만 존재한다.


<1917>은 내가 지금 현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다. 그래서 꿈 같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한데, 그렇다고 해서 공격적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그건 바로 토마스 뉴먼의 음악 덕분이다. <1917>에서 뉴먼의 음악은 무게감 있고 밀도도 높지만, 위협적이지가 않다. 


비유하자면 남색 요거트 파도에 휩쓸리는 것과 비슷하다. 온몸을 무겁게 짓누르지만, 나를 부수는 게 아니라 나를 집어삼켜서 자신과 한 몸으로 만들려는 것 같다. 내가 다른 것에는 눈길도 주지 못하게. 


 

 

<아메리칸 뷰티>(American Beauty, 1999)



토마스 뉴먼은 샘 맨데스 감독과 오랜 기간 합을 맞춰왔는데, 멘데스 감독의 데뷔작인 <아메리칸 뷰티> 또한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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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의 음악이 짙은 남색의 요거트 파도라면, <아메리칸 뷰티>의 음악은 솜사탕 우박이 쏟아지는 것 같다. 얼핏 보면 통상적인 의미의 ‘꿈결’ 같은데, 잘 보면 여기도 만만치 않게 강렬하다. 아니, 강렬하다 못해 치명적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과 공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주인공의 감정이 어떤 상태인지 아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뉴먼의 음악이 그의 감정을 알려주고 있으니까. 


주인공의 감정이 고조될 때 나오는 곡은 영단어 ‘mesmerized(사로잡힌, 넋이 나간)’를 떠올리게 한다. 황홀경보다 더 황홀경 같은 곡이 흘러나오는 걸 듣고 있으면 주인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그 감정만은 느끼게 된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


 

사실 토마스 뉴먼은 내가 인제 와서 감탄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이미 명성이 자자한 음악 감독이다. 유명한 작품에도 많이 참여했으며 당연히 수상이나 후보 경력도 쌓여 있다. 그중에서도 잘 알려진 것은 마찬가지로 샘 멘데스 감독 연출이었던 <007 스카이폴>(SKYFALL, 2012), 그리고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일 것이다. 


여기에는 신기한 사실도 하나 숨어 있는데, <007 스카이폴>과 <쇼생크 탈출>,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1917>의 촬영 감독은 모두 동일한 인물이다. 현시대 최고의 촬영 감독이라 불리는 로저 디킨스가 세 영화의 촬영을 전부 맡았다. <1917>과 <쇼생크 탈출>의 분위기가 왠지 비슷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어 저 사실을 알고 놀랐다.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을 더 알면 알수록, 더 재밌는 경험이 가능하다. 배우나 연출 감독의 영향이 표면적으로는 가장 크지만, 다른 감독들을 살펴보면 내 취향을 한층 더 자세히 발굴할 수 있다.

 

나도 가장 유명한 음악 감독 두엇을 알고 있을 뿐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영화를 찾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고 영화를 감상할 때도 더 많은 요소를 살피게 되었다. 물론 영화계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이 그런 정보를 찾아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러나 좋아하는 감독이 생기기만 한다면, 영화에서 이스터 에그를 찾는 듯한 새로운 재미를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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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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