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알쓸술잡 ‘맥주’ 편 - 맥주 인포그래픽 [도서/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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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가지 원료로 만들어지는 수백가지 맛
'과유불급'이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이 있다. 바로 '술'이다. 넘치지 않을 만큼만 즐기는 게 스스로에게도, 타인에게도 미덕인 것이다. 모두가 다른 입맛을 가지고 있기에 그만큼 세상엔 다양한 종류의 술이 존재한다.
위스키, 와인, 증류주, 전통주 등 많은 술이 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맥주'에 대해 더 알아가볼까 한다. 맥주는 술자리에서 '소주파 vs 맥주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중적이며, 도수가 낮아 가볍게 마시기 좋은 술이다. (특히 한여름 밤에 마시면 그렇게 맛있다)
요즘 부쩍 술에 관한 관심이 높아져 서적을 찾아보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읽어보니 ‘맥주의 바이블’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지역별 맥주의 종류와 특징, 추천 맥주, 어울리는 음식 조합까지 아주 구성이 알찼다. 한눈에 들어오는 인포그래픽을 활용해 과한 텍스트 없이 직관적으로 내용을 파악할 수 있어 좋았다.
맥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총 4가지의 원료로 만들어지는 술이다. 물, 맥아(몰트), 효모(이스트), 홉 이렇게 허무할 정도로 간단한 재료들이지만, 다양한 배합에 의해 맥주의 색과 농도가 변하며 탄산감과 쓴맛의 정도가 결정된다.
맥주의 재료인 '홉(hop)'
사실 필자는 ‘홉’이라는 재료를 처음 들어보는 터라 어떻게 생겼는지 매우 궁금했다. 찾아보니 초록색을 띠는 ‘꽃’ 모양의 재료였는데, 지역 및 품종에 따라 향과 맛이 다르다는 게 신기했다.
에일(Ale)과 라거(Lager)의 차이
인터넷에 에일과 라거의 차이를 물어보면 에일은 ‘상면 발효맥주’, 라거는 ‘하면 발효맥주’라고 나온다. 이렇게 봐서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아 설명을 더 읽어보았다. 에일의 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위쪽에 둥둥 떠다니고(고온 발효), 라거의 효모는 발효가 끝나면 밑으로 가라앉는다고 한다(저온 발효).
또 다른 차이점이 있다. 라거는 저온에서 발효한 탓에 보관이 중요한데 즉, 커다란 저장탱크가 필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기업들이 선호하는 양조 방식이다. 에일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일은 규모가 작은 브루어리에서 많이 생산하는 편이다. 또한 라거처럼 꼭 시원하게 먹지 않아도 좋다. 라거에 비해 다양한 맛을 구현해낼 수 있어 요즘 유행하는 ‘크래프트 맥주’ 등이 에일에 속한다.
맥주를 많이 마셔보진 못했으나 필자의 개인적인 취향은 ‘라거’에 조금 더 가까운 것 같다. 가장 좋아하는 맥주인 버드와이저, 테라, 칭따오 모두 라거이다. 우리나라에 에일보다는 라거 시장이 조금 더 발달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편의점에서도 에일보다는 라거 맥주가 더 많은 느낌이다.
맛보고 싶은 맥주
책을 읽어보며 정말 수많은 맥주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인상적이었던 몇몇 맥주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아이리시 드라이 스타우트(에일)라는 맥주는 아일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맥주 스타일이라고 한다. 보리를 직접 로스팅 해 에스프레소 커피 같은 맛을 더욱 살렸다. 홉에서 나는 씁쓸한 맛보다는 다크초콜릿이나 커피에서 느낄 수 있는 쓴맛이 잘 느껴진다고. 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아는 맥주 이름을 만났는데, ‘기네스(Guinness)’가 드라이 스타우트에 속한다고 한다. 예전에 한번 마셔본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맛이 확실하게 기억이 안 나서 다음에 발견하면 마셔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비에르 드 샴페인(에일)이라는 맥주는 샴페인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게 양조과정이 까다롭고 길며 이 때문에 탄산감이 많고 청량감이 좋다고 한다. 가벼운 바디감을 가졌으며 시트러스 하지만 드라이한 맥주이다. 다른 맥주에 비해 도수도 높은 편이라고 한다. 흔하지 않은 맥주라고 하니 꼭 마셔보고 싶어졌다. 벨기에의 브루어리 보스틸스 양조장에서 제조한 ‘듀스(Deus)’라는 맥주가 특히 궁금했다.
켈러 비어(라거)는 독일의 프랑켄 지방에서 처음 생산되어 지금은 잘 찾아보기 힘든 스타일의 맥주이다. 다른 라거 스타일의 맥주와 달리 탄산감이 낮고 불투명한 호박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 맥주는 저온 살균 과정을 거치지 않아 유통기한이 매우 짧기 때문에 생산지 밖에서는 맛보기 힘들다고 전해진다. 정말 개성이 뚜렷한 맥주라고 느껴졌다. 홉 아로마 맛이 난다고 하는데 무슨 맛일지 너무도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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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인포그래픽이라는 책을 읽으며 세상엔 정말 많고도 특색 있는 맥주가 많다는 걸 알게 되었고, 맥주에 대한 지식이 확장되었다. 앞으로는 나만의 맥주 도감을 만들어 호불호를 적어둘까 한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술을 마시다 ‘술’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있는데, 이 책이 내 취향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 것 같아 좋다.
[김민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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