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의 결실이 나에게는 원동력이 된다 [문화 전반]

IMPOSSIBLE IS NOTHING
글 입력 2023.02.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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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환장할 정도로 좋아한다.

 

가족들 모두 스포츠를 좋아하기에, 올림픽이나 월드컵 시즌이 되면 새벽 늦은 시간까지 TV에 옹기종기 모여 경기를 시청하는 게 우리 집안의 소소한 축제 같은 것이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란 탓인지,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직접 하는 건 싫어해도 보는 것만큼은 즐거워했다. 국내 최고의 선수로 뽑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는 상황 자체만으로 얼마나 멋있는가! 거기서 메달까지 딴다면 그만큼 대단해 보이는 게 없다.

 

 

 

끝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것



스포츠의 묘미가 뛰어난 성적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게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내가 스포츠에 빠지게 된 요인은 아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즐겨보는 수준이었지만, 거의 전반적인 종목의 규칙을 알 정도로 빠짐없이 보고,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대회를 챙겨본 지는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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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본격적으로 미치게 된 시발점은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경기였다. 시작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가대표 자격을 영구 제명된 선수가 둘이나 있었고, 남아있는 선수들도 부상 없는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예선에 올라가도 8강에서 맞붙을 상대는 메달권 국가 중 하나인 터키였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여자배구가 좋은 성적을 거두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그러나 스포츠의 가장 재밌는 점은 바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무리 승산이 있어 보이는 경기더라도, 승패가 뻔히 보이는 경기여도 시합 종료 휘슬이 불 때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어내는 대표팀을 보고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대한민국이 불리한 건 틀림없었다. 극적인 승부였다. 예선 통과만 해도 다행이라는 의견을 부수듯 준결승에 진출했고, 비록 메달은 못 땄지만, 열악한 상황 속에서 4강에 진출했다. 비관적 여론 속에서도 오직 선수들의 정신력과 능력을 발휘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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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이런 쾌감을 느낀 건 2022 FIFA 월드컵. 우루과이와 무승부, 가나에 2-3으로 패배한 탓에 본선 진출의 희망이 사라져가는 중이었다. 대한민국이 우승 후보인 포르투갈을 이기고 가나가 우루과이에 패배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할뿐더러, 특히 첫 번째 상황이 이루어진다는 건 정말, 정말로 가능성 없는 일이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모두가 경기 시작 전에는 포르투갈을 꺾을 수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과는 대한민국의 16강 진출 확정이었다. 강호 상대로 무승부만 해도 잘 싸웠다고 말한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것이다. 그 후 브라질에 1-5로 8강행이 좌절되었지만, 이미 각본 없는 시나리오를 쓴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들의 뇌리에 새겨졌다.

 

이상적인 상황이 아닐 때, 해낼 가능성이 희박할 때, 절망적인 상황에서 우리는 체념한다. 이 정도면 열심히 했다. 여기서 포기해도 이상하지 않아. 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지켜볼 때도 흔히 위와 같은 사고방식을 한다. 이러한 시선이 특히 스포츠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하지만 모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단념하지 않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할 때 우리는 열광하고, 그로 인해 모두의 예상을 뒤엎은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전율과 희열을 느낀다. 남의 노력으로 내가 행복해지는 기분이란! 그리고 이건 스포츠만이, 스포츠라서 줄 수 있는 감정과 매력 아닐까. 스포츠는 산수가 아니기에, 명확하고 반박할 수 없는 데이터에 예외적 상황을 들이밀곤 한다.

 

 

 

직접 보지 않아도 힘을 주는 당신들의 존재란



불가능을 가능하게끔 만들 때 스포츠의 위력을 느낀다.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오직 기쁨만 주지 않는다는 것. 삶의 태도까지 영향을 준다. 모두가 기대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그랬기에 한계를 뛰어넘고 이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그래, 직접 뛰는 선수들도 포기하지 않았는데 내가 뭐라고 이 경기의 승패를 함부로 결정짓는 걸까. 반성하고 다짐하고 전과는 살짝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려고 한다. 이것이 내가 스포츠를 끊을 수 없는 이유다.

 

나는 포기가 빠르고 심지가 굳지 않다. 이런 성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아마 나는 살아가면서 숱하게 뭔가를 쉽게 단념하고 좌절하겠지. 하지만 앞으로도 스포츠 경기를 보고, 또다시 시도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포기와 도전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어쩌면 더 많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포츠는 나에게 있어 회복탄력성을 높여주는 요소가 되어버린 것이다.

 

덕분에 삶의 원동력이 생긴다. 내게 감동과 환희를 넘어 살아갈 의지를 북돋아 준 스포츠에 고마움을 전한다.

 

 

[권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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