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 한 송이 [도서/문학]

근데 이제 사람과 사랑을 곁들인..
글 입력 2023.02.1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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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챙이는 다리가 자라나고 꼬리를 떨구며 개구리가 된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을 기억 못하듯이 어른이 된 대부분의 이들은 어린 아이 적의 순수함을 잊는다. 그리고는 ‘성숙’이라는 단어로 포장한다.

 

『어린 왕자』의 작가는 어쩌면 유일하게 어린아이들과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는 어른일 그의 친구에게 이 책을 바치고 있다. 그 친구만큼은 『어린 왕자』가 올챙이들을 위해 쓰여진 그저 신비롭고 아름다운 기록이 아님을 알아주기를 바란 것은 아니었을까.

 

이 글에서도 이미 ‘성숙’해져 ‘순수한 사랑’을 잃어버린 개구리들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개구리.png

 

 

우리는 살아가며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존재를 만나고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틔우고 또 꺾는다. 거의 모든 이들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숙함’이라는 다리를 뻗어가며 순수함이라는 꼬리는 잃는다. 결국 어릴 적의 ‘맑은 사랑’을 하기 힘든 어른이 된다. 그들은 자신이 겪어왔던 그 많은 사랑의 경험이 본인의 마음을 나이 들게 한것이라고 개굴개굴 울어댄다.

 

슬프게도, 늙은 마음은 이 울음소리 때문에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성숙한 사랑을 들을 수 없다. 사랑의 성숙은 단순히 생물학적 성장으로 충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 왕자"

 

어린 왕자는 다양한 별을 돌아다니며 각양각색의 타인들을 통해 배우고 또 배운다. 심지어 어린 왕자는 그의 기준에서 ‘이상한’ 대상으로부터도 가르침을 받는다. 수많은 가르침 속, 배움의 종착지는 사랑이었다. 그는 원래 어린아이였기에 사랑을 잘 몰랐다. 하지만 또한 순수하고 편견이 없었기에 타인으로부터 많은 것을 담을 수 있었다. 다른 별의 타인들과 교류하며 그는 성장했다. 그 경험들을 통해 어린 왕자는 성숙해졌다.

 

사랑하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할 줄 알고 그 존재를 사랑하기에 책임질 줄 아는 진짜 어른이 되었다. ‘어른’ 왕자는 따뜻한 깨달음을 주고 뜨거운 기쁨을 받는 사랑을 배웠다. 그리고 차다 못해 저릿하게 아려오는 이별까지도 사랑임을 배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순수’했기에 성숙한 사랑을 깨닫게 된 것이다.

 

 

"말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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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말하는 사랑이란 우선, 여우의 말마따나 서로가 서로를 길들여서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절대 ‘길들이는 것’을 일방적 희생의 강요 혹은 무분별한 헌신과 헷갈려서는 안된다.) 길들이는 것은 세심한 배려와 지속적인 시간의 투자로 사랑을 하며 서서히 상대방에게 스며들어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의 아름다움을 볼 줄 알아야 한다. 깊숙이 숨어 끊임없이 반짝이고 있을 그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길들일 수조차 없다. 이 책의 화자는 어린 왕자에게 “ … 별이든 사막이든 그것을 아름답게 하는 건 감춰져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라고 말한다.

 

나이 들어가며 편견의 주름이 자글자글해진 마음으로는, 보이지 않는 곳에 감춰져 있는 진짜 아름다움을 볼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이를 오래도록 빛나게 하는 가장 소중한 그것을 찾아내기 위해, 그의 진심을 아이와 같이 깨끗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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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존재들로부터 인생을 배운 어린 왕자는 ‘별이 아름다운 건, 보이지 않는 한 송이 꽃이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에게 사랑을 가르쳐준다. 사랑이 담긴 말간 마음으로 가장 소중한 존재를, 그리고 그 존재의 가장 소중한 아름다움을 알 수 있어야 한다. 이 앎 이후로 성실하게 그 존재를 책임지면 비로소 그 에 대한 길들임이, 그 에 대한 사랑이 완성되는 것이다.

 

우리는 단순히 나이 든 개구리로의 사랑이 아니라 인생을 소중하게 만들어줄 꽃 한송이의 사랑을 해야 한다. ‘성숙’한, 사실은 한없이 어린 사랑을 하는 이들이 이 책을 통해 비로소 가장 예쁘고 소중한 사랑 한송이 피워내길 바란다. 각자 자신만의 아름다운 별을 찾길, 성숙한 꽃을 틔워내길 바란다.

 

 

[안수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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