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놀이 VS 사생활 사이, 자발적 위치 추적 당하는 10대들의 문화 [문화 전반]

글 입력 2023.02.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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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하는 문화

‘라떼는 말이야’


 

그러니까 십여 년 전 내가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좋은 책이 있거나, 시험기간에 공부할 필기 자료, 기껏 해봐야 인터넷 소설, 엠피스리(mp3) 음악 등을 공유했다.

 

파일 공유는 메신저 버디버디 네이트온 등 잠깐씩 접속할 수 있는 매체가 다였다. 그마저도 친구와 나 모두 접속해야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 자체가 메신저가 된지 오래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어 오늘 뭘 먹었는지 어떤 운동을 했는지 얼마만큼 걸었는지 등 내 상태를 공유하길 즐긴다.

 

공유문화는 자발적으로 한 무언가를 보여줌으로써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때 유행했던 공스타그램은 고3 수험생이나 공시생, 입시생 등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은 공부 계획표나 문제집, 하루 분량 계획한 공부량을 영상이나 이미지로 찍어올려 인증을 한다. 이러한 인증샷을 통해 공부를 했다는 뿌듯함도 얻고, 공부에 대한 의지가 올라간다.

 

2030세대 사이에서는 혼놀로그(혼자 노는 브이로그)가 인기다. 운동, 공부, 직장 생활뿐만 아니라 혼자서도 잘 노는 방법까지 공유하는 것이다. 스스로 세운 목표가 있으면 이를 직접 한다는 것 자체가 성취감이고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을 유튜브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하루 종일 놀고먹는 영상, 혼놀로그 등 혼자 놀기 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영상을 시청할 수 있다. 이처럼 건강하게 공유하는 문화는 유익하다.

 

 

 

자발적 위치 추적을 당하고 싶은 이유?!

‘나는 네가 오늘 간 곳을 알고 있다’



2010년 커플들끼리 서로의 위치 정보를 알 수 있는 ‘오빠 믿지’라는 앱이 개발된 적이 있었다.

 

이 앱은 여러모로 문제가 많았는데 론칭 초기 동의 없이 상대방의 실시간 위치 정보를 공유하는 기능이 제공되어 개발자는 불구속 입건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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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젠리라는 앱이 나왔다.

 

젠리는 실시간 위치 추적 메신저다. 젠리는 인싸들의 커뮤니티 놀이라고 표현한다. 일종의 게임이자 활동 공간이다. 다행히 얼마 전 서비스가 종료되어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접했다 그러나 비슷한 앱들이 생겨나고 있어 어디로 갈아탔을지는 모르겠다.

 

옥탑방의 문제아들에서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우정 인증 놀이로 나왔던 문화. 어른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어 당시 내게 충격을 주었던 놀이 바로 ‘위치 추적 놀이’다. 당시 나도 궁금해서 앱을 깔아봤던 경험이 있다. 스마트폰을 켜면 앱을 깐 친구의 배터리의 잔량, 수면 상태, 누가 누구를 만나고 있는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가 보인다.

 

어른들은 꺼리는 사생활 공유에 10대들이 동참하는 이유는 내 친구가 현재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가 공유할 만한 가치 있는 정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GPS를 활용해 내가 있었던 위치를 업데이트하고 어느 장소에 몇 번 갔고 얼마나 걸리는지 시간도 알려준다.


이게 학교 친구들이 아니라, 회사 전사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괴로울까. 자발적 위치 공유가 아니라 강제적 위치 공유에 가까울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애플리케이션은 프라이버시가 침해는 물론 사생활이 공개돼 따돌림이나 범죄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을 한다. 특히 서로 일면식 없는 이용자와도 친구를 맺을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에게 성인이 친구를 맺고 동선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 그렇게 되면 범죄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린아이들은 “앱을 통해서 친구가 주변에 있다는 알림을 보고 직접 만나서 놀 수 있고, 코로나19로 잘 못 만나는데 앱을 사용하면 친구와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어린 시절 약속하지 않아도 학교가 끝마치는 시간에 맞춰 너 나 할 것 없이 단지 앞 놀이터에 모이던 시절이 생각났다.

 

따로 시간을 재지 않고 엄마에게 허락 맡지 않아도 알아서 해가지면 집에 돌아가던 때, 친구 집에 가거나 우리 집에 친구를 데려올 때 엄마는 반갑게 친구들을 맞이해주었다.

 

모든 걸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공유가 되던 시절이 가끔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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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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