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역시 대화가 중요해
글 입력 2023.01.26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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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극단 수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간만에 마음 따뜻해진 연극이었다. 누구와 보아도 마음이 편안할 극이었다. 좌석까지 편안하니 관객석은 가족단위도 많았고 친구, 연인등 굉장히 다양했다.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는 극단 수와 국립극장 공동주최로 2022년 12월 18일 개막해 2023년 2월 19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 극장에서 공연한다. 추가로 동대입구역에서 국립극장 셔틀버스도 운영하니 참고 바란다.

 

*

 

충청도 어느 소도시 변두리에 폐관을 앞둔 영화관 “레인보우 씨네마” 영화관의 폐관을 계기로 극장주 조한수와 초대 주인 조병식, 한수의 아들 조원우. 3대가 함께 모여 오랜만에 이야기를 나눈다.

 

누군가에겐 잠깐 비를 피하는 공간이었고 또 누군가에겐 첫사랑의 설렘이기도 했고, 표 한 장으로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놀이공원이었다. 영화관이 곧 폐관된다는 소식에 특별한 장소였던 “레인보우 씨네마”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북적이기 시작한다.

 

서로 티격태격하며 영화관을 둘러싼 각자의 추억과 사연들이 펼쳐지는 가운데 10년 전 사라진 조한수의 둘째 아들을 둘러싼 비밀이 드러나게 된다.

 

다들 뭔가 조금씩 틀어져 있는 사람들이지만, 마음속에 사연들은 잠시 묻어 둔 채 곧 다가올 마지막 상영회를 준비한다.

 

허나, 모두가 기대했던 맑은 가을하늘 아래 해피엔딩은 웬걸... 과거의 일들이 하나둘씩 밝혀지며 점점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나중에는 서로의 상처를 헤집고 꺼내 물어뜯는다. 이내 폭풍까지 몰아쳐 영화관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과연 마지막 상영회는 무사히 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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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극단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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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극단 수

 

 

 

마지막을 보낼 때는


 

연극 배경부터 45년을 지킨 극장의 폐관이라니, 이토록 감성적일 수가. 어느 충청도 시골의 ‘레인보우 씨네마’가 재개발로 인하여 헐리는 시점을 중심으로 먼지가 폴폴 날릴 정도로 쌓여있는 영화 필름을 정리하며 극은 시작한다.

 

레인보우씨네마는 오래전부터 동네에 있던 건물의 터줏대감으로, 마치 친구에게 ‘거기 앞에서 만나’ 하면 ‘거기’가 레인보우시네마일 것 같은 기분이다. 동네의 당연한 랜드마크로 추억이 서려 있지만 더는 이용하지 않는 곳. 레인보우씨네마의 간단한 약력은 다음과 같다. 1978년 개관부터 조병식(신구)에서 아들 조한수(성노진)에게 가업으로 이어졌고, 손자 조원우(이성열)이 45년이 지난 2023년 정리를 돕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왔다.

 

오래된 동네에서 흔히 접하는 ‘재개발’ 이슈는 원우네 또한 핫토픽이었다. 철거 소음 속에서 마지막 상영일을 목표로 극장 정리가 한창인데, 축축하고 오래된 냄새를 풍기는 영화관을 알뜰살뜰 살피며 마무리 짓는 원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운영한 아버지마저도 낡아빠진 극장을 아쉬워하나 곧 철거하니 보듬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는데, 굳이 2층 영사실에서 필름을 꺼내와 정리하고 주차장의 잡초도 뽑으며, 극장 입구의 화단을 열심히 가꾸는 원우는 레인보우씨네마의 안녕을 기르고자 마지막 날까지 극장을 돌본다. 열심히 달려준 극장에 유종의 미를 가져다주기 위함이거나 자기가 나고 자라난 이곳을 아끼고 싶은 마음일까? 호기심이 들었다.

 

마치 어릴 때 갖고 놀았던 봉제 인형을 아직도 소중히 갖고 이따금 먼지를 털어주는 그런 마음이 아닐까 싶다. 이사 갈 때마다 챙겨가는 짐 중 하나라 폐관하는 레인보우씨네마처럼 버린 적이 없어 그들의 마음을 짐작조차 못 하겠다만. 마지막을 보낼 때는 이렇게 정성을 다해 미련이 없도록 힘껏 보내주는 게 맞는 것 같다. 이곳에 어떤 건물이 들어서고 어떤 사람이 무엇을 차릴지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 터는 원우에게 내가 자라온 레인보우 씨네마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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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극단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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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극단 수

 

 

 

역시 대화가 중요해



레인보우 씨네마는 동네 한 가운데에 있는지. 여러 사람들이 지나친다. 마치 택배 물류 허브같달까. 모든 택배가 들락날락 거려 모르는 얘기가 없을 법하다. 동네 사람들이 가던 길을 가다 지칠 때마다 쉼터처럼 찾아오니 대화가 끊이지 않는다.

 

나는 도시에서 살다보니 끈끈한 이웃간의 정은 모른다. 이웃간의 대화가 낯설다. 흔히 도시 사람이 시골에 내려가면 적응 못한다는 말이 이런건가 싶었다. 그런데도 남의 집 사람에게 받는 위로가 뭉클하니 이런건가 싶었다. 남의 집이라 인물의 서사를 모를테니, 핵심만 골라 상대에게 필요한 위로만 던지더라.


보통 시골 동네 하면 하는 말이 있다. 한 집 건너면 그 집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아맞춘다고. 헌데 작은 시골 동네에 사연이 뭐 그리 많은지. 작품에선 교내 따돌림, 부양 문제, 동성애 등의 고민을 품고 있는 캐릭터를 설정해 레인보우씨네마로 아픔을 집결시킨다. 이를 풀고자 포기 하지 않고 말을 꺼내는 사람과 지나간 일은 묻고자 말을 자르는 사람, 그리고 해결되지 않은 응어리를 견디지 못한 사람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자의 방법대로 견디고 있었다.


대사를 통해 관객은 극 중 인물이 아픔을 혼자 삭힐 수 밖에 없었는지 담담하게 이해하게 된다. 캐릭터별로 아픔을 승화하고 표현하는 방법에 주목하면 좋을 것 같다.하지만 이를 풀 수 있던 건 결국 대화, 가장 간단하지만 자주 잊게 된다. 또한 캐릭터들이 대화할 수 밖에 만드는 작가의 탄탄한 개연성이 상징적이다. 태풍이 몰아치는 날, 정전으로 인해 각자의 어두운 속 마음을 마주하고, 이를 털어내며 밝아지는 건물과 폐관의 마지막 날,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에 맞춰 뜨는 무지개가 새 시작을 앞둔 인물들에게 희망찬 내일을 기대하게 만든다. 이 시작점이 바로 ‘대화’였다는 점.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가 일그러진 마음을 털어내고, 완급 조절이 완벽했던 배우들의 연기와 함께 2023년 1월, 관객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이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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