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조용하지만 강한 K 복수극 더 글로리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3.01.05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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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더 글로리가 공개 이틀 만에 글로벌 5위에 올랐다. K 드라마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카테고리가 단연 복수극이다. 로맨스 여왕이라고 불리는 김은숙 작가가 복수극을 썼고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했다. 일 회를 보게 되면 팔 회까지 여덟시간 하루가 순삭 된다던데 덕분에 나도 주말동안 드라마 정주행을 완료했다.

 

더 글로리는 요란하지 않다. 김치싸대기, 출생의 비밀, 외도… 그런 뻔한 스토리 말고 사람들이 몰입할 만한 요소를 상징성 있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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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준비해온 복수의 힘은 세다


 

‘최고의 복수는 상대방을 용서하는 것이다’ 성경 책 출애굽기에 실제로 존재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 또한 이 말을 믿지 않는다.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혹은 지켜지지 않은 수많은 악들이 존재한다. 드라마의 중간중간에는 극 중 주인공 문동은의 조용하고 담담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고교 시절 박연진 패거리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집단 폭력을 당한 문동은은 학교를 자퇴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만 권력을 가진 경찰, 교사는 권력을 가진 가해자로부터 동은을 보호해 주지 않는다.

 

피해자는 기억하지만 가해자는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박연진 무리로부터 학교폭력을 당한 문동은은 오랫동안 찢긴 영혼을 추스르며 가해자들과 마주할 준비를 한다. 더 글로리가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점은 복수를 준비하는 모습과 과정 그리고 실행일 것이다.

 

대게 약자들은 힘없이 당한다. 힘이 없어 금방 쓰러지고 무서워서 도망친다.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학교를 자퇴하고 성경에 나온 말씀처럼 상대방을 용서하며 캔디처럼 똑 부러지는 똑순이처럼 살다가 멋있는 남주를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기에 동은의 아픔은 많이 크다.

 

김은숙 작가는 주인공 동은의 마음속 큰 증오심을 넣어두기 위해 학교폭력이라는 서사를 넣었을 것이다. 어쨌뜬 주인공의 목적은 확실하다. 폭력의 주동자 박연진, 폭력에 가담한 아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물어보며 ‘내 꿈은 박연진 너야’라고 묻는 독백은 섬뜩하며 슬프다. 한편으로는 그 마음이 공감이 가서 보는 내내 가슴이 시큰했다.

 

동은은 절대 울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슬펐다. 정말 슬프고 증오에 차면 바늘로 찔러도 눈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 실은 울지 않는 모습, 그게 진짜 슬픈 거니까.

 

복수를 위해 공부를 하고, 선생이 되고, 돈을 벌고, 주변을 보느라 자신을 돌볼 여력도 슬퍼할 시간도 없다.

 

 

 

침묵 속 조용하게 파고드는 바둑


 


”바둑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집이 더 많은 사람이 이기는 싸움이에요. 그래서 끝에서부터 끝으로. 자기 집을 잘 지으면서.
남의 집을 부수면서. 서서히 조여 들어와야 해요. 침묵 속에서. 맹렬하게."
 


극중 동은은 병원장 아들 여정에게 사계절 내내 바둑을 배운다. 동은의 바둑은 그녀의 복수와 닮아 있다. 고요하면서도 치밀한 바둑 기사의 전투처럼. 수를 앞서가 서서히 상대를 옥죄고 부숴버리겠다는 집념으로 가득 차 있다.

 

다소 밋밋할 수도 있는 그냥 그런 내용일 수도 있는 복수극 속에 바둑이라는 소재를 넣어 상징성을 부여했다는 점이 좋았다. 바둑과 동은의 복수가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랄까.

 

더 글로리는 김은숙 작가와 연기력 좋은 배우들의 시너지가 합을 이루며 K 복수극의 모습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실제로 송혜교는 "연기를 불쌍하게 하지 말자'라고 생각하며 '동은'은 위로가 필요한 인물이지만 시청자들이 더욱 공감하기 위해서는 '동은'의 아픔과 복수를 상황적으로 부각해야 했기에 캐릭터에 몰입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화면에서 송혜교는 헤어, 메이크업을 최대한 하지 않은 채로 나오는데 이 또한 의도된 것이었다.

 

복수에 몰두하느라 현실적으로 본인을 꾸미는 시간이 없을 테니, 최대한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표현했다 한다.

 

탄탄한 극본과 배우의 열연, 트렌디함이 더해 순위권에 든 만큼 시즌2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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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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