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네 사람의 스무 살 - 이십불혹 [드라마]

글 입력 2023.01.0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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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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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不惑>에는 화난재경대학교 4학년이자 419호 4인 1실 기숙사 룸메이트 네 여성이 중심인물이다.

 

'샤오궈'는 매일 팀장에게 생강차를 타 주는 등 회사 생활 및 과 수석을 지키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월급은 적고, 식대나 교통비 지원도 받지 못해 실질적인 수입은 늘 부족하다.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지원 받을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돈을 아낄 방법을 고민하면서도 룸메이트인 친구들은 자기와는 달리 금전적인 고민과 취업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이 늘 부럽다. 지난 학기 돈을 빌려준 동기가 형편이 어려워 돈을 갚지 못하자 화를 내는 모습에 친구들이 부끄럽고 그 동기가 내심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억울해한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하는 형편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에게 위축되기도 한다. 그러나 특유의 끈기로 일자리를 얻는다.

 

반면 ‘다바오’는 상인 집안 출신으로 아주 부유하다. 부모에게 받은 블랙카드로 생활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이 때문에 취업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재수강해야 할 수업도 산더미이다. 지나칠 만큼 순진하여 그의 부만을 노리고 접근하는 동기들도 많다. 그러나 아이돌을 좋아하고 행사하러 다니며 사진을 찍고 맛집 탐방을 즐기며 살아간다. 근심 없던 그에게 다가오는 첫 시련은 친구와 같은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이다.

 

‘뤄옌’ 역시 금전적으로 어려움이 없다. 취업 걱정도 본가에서 가업을 이으면 문제없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마만 있지만, 기숙사까지 찾아와 그의 취미를 무시하고 유학이나 대학원을 준비하라며 강요당한다. 그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좋아해 이를 만들고 싶지만, 엄마는 그의 꿈을 취미로 일축하고 무시한다. 게다가 엄마의 남자친구는 유명인이라 거슬릴 뿐이다. 뤄옌은 엄마와 부딪히면서 엄마의 비밀을 알아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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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솽’은 아름다운 외모와 예민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늘 외모가 권력이라 생각해 밤 열 시 반이면 꼭 잠든다. 그 이후로 잠들면 피부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일찍 금융 기업에 취업하였다. 그는 취업 이유로 자기 외모를 뽑을 만큼 외모에 신경 쓴다. 그는 재벌 2세와 연애하면서 동거하다시피 하여 초반에는 기숙사에 등록만 해놓고 살지 않았다. 방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량솽이 오지 말길’이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기숙사에 들어온다. 남자친구와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늘 바쁜 남자친구에게 불만이 있지만, 예민한 자기 성격을 받아주는 그와 결혼하길 다짐한다. 그러나 자기가 남자친구의 ‘세컨드’였음을 알게 되고 무너진다. 약혼자가 30대지만, 해외 명문대에 졸업한 것을 알고 지금까지 외모가 제일이라 생각했던 가치관이 무너진다.

 

 

 

개인과 여성



<二十不惑>에서는 뤄옌의 성추행 사건을 다룬다. 뤄옌은 치한에게 성추행당하고 친구들이 이를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피해 영상은 빠른 속도로 인터넷에 퍼지지만, 오히려 역으로 뤄옌이 SNS를 통해 마녀사냥을 당한다. 그러나 뤄옌을 옹호하는 여성이 등장한다. 바로 ‘명품 언니’라는 닉네임의 여성으로 사실은 량솽이었다. 뤄옌은 재수 없다고 생각한 량솽의 연대를 통해 피해자성을 증명한다. 이는 현대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이다. 여성은 피해자임에도 피해자성을 증명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으로 공격받는다.

 

드라마에서는 여성 차별적인 현실을 역발상한 다바오를 통해 그 울분을 풀어보고자 했다. 다바오의 집안은 이전의 가정 형태와 달리 ‘여존남비’ 사상이 짙다.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자란 다바오가 철없는 것과 달리 오히려 남동생이 남성으로 차별받고 자랐다. 중국 가정의 대부분이 외동이지만, 둘째가 있는 것, 그리고 남동생이 차별받고 자랐다는 것은 아주 특수한 경우로 드라마는 이 독특한 가정으로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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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十不惑>은 공자의 말 “四十而不惑”에서 “四”를 “二”로 바꾼 것이다. 40세에 되어서는 유혹에 흔들리지 않게 되었다는 공자의 말을 20으로 바꾸어 이십 대의 흔들리는 삶에 대해 말한다. 그만큼 이십 대는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그러나 드라마 속 네 인물은 각자 유혹에서 벗어난다.

 

장샤오궈는 인턴으로 일하던 회사에서 팀장의 약점을 묻어두어 정직원 자리까지 따내지만, 사실 팀장이 유부남인데 소개팅 앱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고 아내에게 직접 연락하여 회사에 신고한다. 그토록 바라던 정직원 자리에 윤리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뤄옌은 애니메이션과 게임 만들기를 제일 좋아하지만, 늘 강압적인 엄마에게 유학이나 대학원 진학을 강요받는다. 졸업 후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찾는 탓에 엄마의 뜻대로 대학원을 준비하지만, 자기 의지와 맞지 않다고 깨닫는다.

 

량솽은 아름다운 외모를 가꾸는 것으로 재벌 2세와 연애하면서 명품 브랜드 옷, 가방, 호화로운 호텔 등을 그에게 받으며 외모가 가장 좋은 무기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가 이미 약혼자까지 있는 바람둥이인 것을 알게 되자 그를 비난하고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되돌아본다. 또한 인플루언서로 일하면서 비리를 목격하여 폭로하고 그 업계를 떠나 의상 팀에 취업한다.

 

20대는 말 그대로 겁이 없는 나이이다. <三十而已>에서는 20대를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릴 수 있는 나이로 설명한 바 있다. 이들은 현실에 부딪혀도 특유의 젊은 패기로 고난을 물리친다. 장샤오궈는 윤리적으로 살기 위해 겨우 얻은 직장을 그만두고 여러 회사에 지원하지만, 빈번히 낙방한다. 그러나 실패한 원인을 곱씹으며 결국 직접 회사 대표에게 찾아가 기회를 달라고 부탁한다. 만약 20대, 사회 초년생이 아니라면 이런 행동이 용인되었을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여러 현실의 벽에 부딪혀 불합리한 일을 눈감아버리는 짓을 저지른다.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현실에 굴복한다. 그러나 <二十不惑>의 네 여성의 악착같은 끈기는 앞만 보고 달리며 현실에 굴하지 않고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건 마흔이 아닌, 스물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은 청춘 역시 완벽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간적 배경 - 대학교 기숙사


 

고등학교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재학하는 동안 모두 교복을 입고 같은 음식을 먹으며 기숙형인 경우 같은 방에서 산다. 거기엔 어떤 집안 배경이 필요하지 않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수단이 될 수 있긴 하지만, 학교에서 의식주를 제공하기 때문에 적어도 핵심적인 차이를 드러내 주지 않는다. 기숙사형이 아니라고 해도 학교생활에서 ‘주’는 큰 영향이 없다. 그러나 대학교는 다르다.

  

교복이 없기 때문에 각자 옷을 사 입는다. 옷은 자기를 나타내는 수단이다. 누군가는 브랜드 없는 몇만 원 대 왔을 입고 천 재질의 가방을 들겠지만, 누군가는 수십, 수백만 원 대 왔을 입고 그보다 더 비싼 가죽 가방을 종류별로 들고 다닐 것이다. 과제를 위해 누군가는 도서관 컴퓨터를 사용하고, 누군가는 최신형 맥북과 태블릿 PC로 작업할 것이다. 대학교에 다니면서 학생들은 처음으로 경제적인 차이를 여실히 깨닫게 된다. 섞이지 못할 것 같은 이들이 섞이는 공간은 바로 대학교 기숙사이다. 통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취할 형편이 되지 않으면 혹은, 집이 엄한 부모를 둔 부유한 가정의 학생이라면 기숙사에 살 수밖에 없다. 이들은 다시 학창 시절처럼 주거 생활을 공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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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학교 기숙사는 이전과는 다르다. 주는 같지만, 의와 식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다바오는 늘 비싼 식당에서 밥을 먹고 가격에는 전혀 걱정이 없다. 비싼 브랜드의 옷을 입고 부모의 블랙카드를 쓴다. 뤄옌 역시 아르바이트할 필요도 없고 좋은 랩탑으로 게임을 오래 하기만 한다. 량솽은 재벌 2세와 동거하면서 애초에 기숙사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러나 장샤오궈는 그들 사이에서 늘 가계부를 쓴다.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해 등록금은 걱정 없지만, 생활비는 늘 부족하다. 몇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늘 쿠폰을 챙겨 다니고 신발은 브랜드 가품을 신는다. 중요한 면접일 때는 친구의 옷을 빌려 입고 가기도 한다.

 

같은 방을 쓰지만, 룸메이트는 명품 가방을 한쪽에 줄 세워두고 누군가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늦게까지 일하고 들어온다. 즉, 대학교 기숙사란 학창 시절의 동등함을 가져오면서도 차이를 느끼는 복잡한 공간이다. <二十不惑>에서는 대학교 기숙사 공간을 통해 경제적 차이를 느끼는 인물을 보여준다. 이는 전혀 일상에서는 엮일 수 없는 인물이 기숙사에서 만나 일어나는 상황으로 최근 ‘금수저론’과 같은 현대 계급사회를 살아가는 20대의 삶을 보여준다.

 

<二十不惑>의 마지막 화에서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가 있다. “한 사람의 스무 살은 싱겁지만, 네 사람의 스무 살은 다채로워.”라는 말이다. 가정환경도 성격도 전부 다른 그들은 기숙사 419호에서 각자의 스물을 공유하면서 돈독해졌다. 흔히 20대에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사랑, 도전, 실패 등등. 20대는 실패해도 금방 일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드라마 속 네 인물이 겪은 사건은 결코 금방 일어설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험난한 생활을 함께 겪으면서 단단해진 것뿐이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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