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도를 닮은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 세계 -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63

글 입력 2022.12.31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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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를 보고 나서 이과생은 이론에 놀라고, 문과생은 인물간의 관계에 눈물짓고, 미대생은 그래픽에 감탄한다.'

 

인터스텔라가 개봉했을 즈음 인터넷에서 한 때 유행했던 밈이다. 이처럼 영화를 보고 나면 우리는 각기 다른 감상을 쏟아내곤 한다. 영화가 끝난 뒤 각자 다른 감상을 나누는 것 또한 작품의 연장선상 위에 있다.

 

63아트에서 열린 '맥스 달튼, 영화의 순간들' 전시는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이 사랑하는 영화의 순간들을 작가의 시선을 빌려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맥스 달튼 Max Dal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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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x Dalton

 

 

맥스 달튼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이다. 그는 영화, 음악, 책 등의 대중문화를 모티브로 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이름을 알린 <그랜드 부다페스트>의 오리지널 일러스트와 함께, <스타워즈>, <이터널 선샤인>, <쥬라기 공원> 등 SF,로맨스,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재해석한 일러스트들을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지난 <기생충> 작업으로 시작된 인연으로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옥자>, <마더>, <설국열차> 등의 작품들도 전시된다.


맥스 달튼의 작품이 영화를 재해석한 일러스트라는 말을 들었을때, 영화를 보고 감상을 나누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작가가 영화를 보고 무엇을 느꼈고, 또 그것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상상하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흔히 사람들은 작가가 끊임없이 상상력을 발휘해 온갖 에피소드와 사건들을 머릿속에 떠올려 스토리를 창조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사실 정반대죠. 주변사람들이 작가에게 캐릭터와 사건들을 제공한답니다. 작가는 그저 잘 지켜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스토리의 소재를 주변인들의 삶 속에서 찾아내는 거죠. 작가는 타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이야기를 듣죠. 지금부터 여러분께 전혀 상상도 못할 이야기를 제가 들은 그대로 토씨 하나 빼지 않고 온전히 전달해드리겠습니다.] - 맥스 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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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의 작품은 지도와 닮아있다. 하나의 큰 공간 안에 영화 전체를 담아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화에서 인물들이 겪는 사건의 모습들이 손가락 만큼 작게 표현되어 있다.

 

맥스 달튼의 영화 일러스트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영화가 전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 유추할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는 숨은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는 재미를 준다.


 

 

주변을 닮는 우리


  

우리는 종종 나 자신을 소개할때 주변 환경에 기대어 스스로를 설명하곤 한다. 어디에서 자랐고, 무엇을 좋아하며, 쉴때는 무엇을 하는지처럼 말이다. 이처럼 공간은 그 사람을 설명한다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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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 켠에서는 여러 작가들의 작업실과 작가가 그려져 있는 일러스트 작업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판화 작업을 하는 앤디워홀의 방에는 깔끔한 회색빛 바닥에 반복되는 꽃 그림이, 잭슨 플록의 방바닥에는 그의 활동성을 보여주듯 군데군데에 페인트가 묻어있다. 프리다 칼로의 방 안에는 자화상 속 본인과 똑닮은 프리다 칼로가 반듯하게 앉아있고, 전시대에는 작은 조각들이 정갈하게 나열되어 있다.

 

작가와 방이 닮아있고, 또 그림과 방이 닮아있다. 이처럼 공간은 그 사람을 반영하기도 하고, 또 공간이 사람을 바꾸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모든 작업실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데 모두 작가의 작품과 깊은 연관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잭슨 플록이 이스트 햄프턴에 있는 집 옆 헛간으로 작업실을 옮기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업은 급진적으로 변했습니다. 그가 작업실을 옮기지 않았다면, 그의 대표작 또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 되었겠죠. 전 이런 이야기가 흥미롭다고 생각해요.] - 맥스 달튼

 

 

 

맥스 달튼의 일러스트를 닮은 전시장 


 

이번 전시는 서울의 랜드마크인 63빌딩의 60층에 위치한 63아트 미술관에서 열렸다. 처음 전시장을 올랐을 때 서울 전경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방금까지 두 발로 누비던 여의도가 이렇게나 작아보이다니!


63빌딩에서 바라본 서울의 풍경은 맥스달튼의 그림이 닮아있었다. 시끄럽게 지나가던 자동차는 느리게 기어가고, 고개를 꺾어보아야 했던 건물들은 미니어처처럼 작았다. 바쁘게 살아가는 서울 사람들의 모습을 발밑으로 내려다보니 그 무엇도 별 일 아닌 듯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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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 달튼의 작품 역시 전체를 조망하는 것과 같은 위치에서 영화를 보게 된다. 처음에는 전체적인 그림의 구조를 보게 되고, 조금 더 다가가보면 그 안에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보인다.


우리는 매 순간을 살면서도 전체 삶의 모습이 어떨지 모른다. 영화를 볼 때도 장면과 장면이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하며 보게된다. 맥스 달튼의 그림을 보면서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또 전체를 관망하면 내 삶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게 될지 생각해본다.

 

 

[최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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