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유쾌한 사회 풍자극 '스카팽' [공연]

글 입력 2022.12.28 00:3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국립극단] 스카팽(2022) 공연 사진06.jpg

공연 사진: 국립극단 제공

 

 

[스카팽]은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극작가 몰리에르의 [스카팽의 간계 Les Fourberies de Scapin]를 원작으로 한다. [스카팽]은 이탈리아 희극 코미디아 델라르테 (Commedia dell'arte)에 등장하는 익살스러운 하인 '스카피노'에서 유래한 캐릭터 '스카팽'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짓궂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매력의 하인 '스카팽'은 두 집안의 정략결혼에 맞서 두 자녀들이 진짜 사랑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며 번뜩이는 재치와 유쾌한 조롱으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이와 더불어 재기발랄한 '스카팽'의 모략 속에 위선과 타락의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한다.

 

특별한 점은 작품의 작가 몰리에르가 무대에 등장해 극을 이끌어가며 관객과 호흡한다. 뿐만 아니라 신체극의 대가 임도완 연출 특유의 움직임과 노래, 음악이 어우러져 극중 캐릭터들의 통통 튀는 매력을 더욱 빛내준다. 무대 위에서 직접 펼쳐지는 라이브 연주도 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며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이 서로를 몰라보고 사랑에 빠져 스카팽에게 도움을 청한다. 고민하던 스카팽은 결국 요청에 승낙하고 이들의 비밀 결혼식을 할 수 있도록 전략을 계획한다. 아르강뜨와 재롱뜨에게 각각 돈을 받아내는데 성공한다. 특히 재롱뜨에게 원한이 쌓인 스카팽은 자신만의 복수를 하며 그동안 당해왔던 수모를 대갚음 해준다.

 

재롱뜨는 딸을 찾게 되고, 아르강뜨는 이아상뜨가 아들의 원래 연인이었던 사실을 알게 되자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하여 이들의 결혼을 바로 승낙하였다. 이야기가 막장으로 간 거 아니냐며 의아해 할 수 있었지만, 사회에 대한 비판의 내용이 담겨 있다.

 

재벌가 부모인 두 인물은 서로의 만족을 위해 자녀들의 의견을 묻지 않고 결혼을 진행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옥따브는 정해진 짝이 아닌,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택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이길 자신이 없었다. 또한 어머니에게 의견을 강력히 주장한 적이 없었기에 걱정과 불안함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리하여 스카팽에게 도움을 청했다.


또한 레앙드르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과의 만남을 이어가기를 원했기에 도움을 요청했다. 즉, 자신이 직접 해결하려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능력을 빌려 위기를 모면하려는 행위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고 느꼈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이 아닌, 재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이 문득 생각났다.

 

그리고 아들의 연인이 자신이 원하던 상대인 걸 알자 바로 승낙하는 걸 보며, 인간의 탐욕스러운 모습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한 사람을 볼 때, 나에게 이익이 되는 사람인지 판단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회의 한 면과 같았다.

 

공연을 보며, 오히려 이아상뜨가 부잣집 자식이라서 다행이라는 마음이 들었던 나 자신에게도 비판의 목소리가 들렸다. 갈등의 요소가 없어졌다는 안도감 뿐만이 아니라, 둘의 관계가 안정적으로 흘러갔으며 양가 부모들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로 이야기가 끝났다는 점에서 만족을 했다. 스스로 사회에 자연스러운 탐욕에 길들여진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이야기 흐름이 급 전개되었을지라도 결과는 좋게 마무리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진 관객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주제를 던져주는 거 같다.


*


돋보였던 역할은 몰리에르였다. 공연 중간마다 이야기에 대한 설명과 소품을 가져다주는 역할을 한다. 흐름에 방해 가지 않도록 “연결해”라는 말을 하며 사라진다. 그리고 극은 다시 전개된다. 나중에는 관객들과 함께 “연결해”를 함께 외치며 공연을 즐기는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자리 잡기도 했다.

 

배우들의 재치 있는 애드리브를 통해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이날 몰리에르가 질문하는 대사가 있었고, 한 관객은 그에 대해 답해줬다. 그러자 몰리에르는 이렇게 꽉 찬 관중들 중, 어떻게 한 명만 대답할 수 있냐고 말하며 웃음의 바다로 변했다.

 

연기하는 도중, 순간의 상황을 인지하여 하나의 코미디로 만드는 배우들의 센스와 노련함은 극을 재밌게 하는 큰 요소였다.

 

무대 밖 공간에 앉아 있는 배우들 모습이 가장 인상 깊었다. 함께 연주를 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함께 만들어내는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때로는 무대에 서 있는 배우들을 격려해 주거나 관객들과 함께 반응을 보이며, 이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공연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었다.

 


[국립극단] 스카팽(2022) 공연사진07.jpg

 

 

매년 공연을 진행할 때마다, 세세한 변화를 준다고 하였다. 올해의 유행하는 밈을 넣기도 하며, 새롭게 캐스팅되는 배우에 맞게 성격과 움직임의 변화를 넣기도 한다.


나는 스카팽을 처음 관람했기에, 아쉽게도 이러한 요소들을 찾지 못하고 즐겼다. 관람하고 난 후, 지난날의 공연했던 모습과 영상들을 찾아보며 눈에 띄었던 것이 있었다.


아르강뜨의 의상 변화였다. 전에 아르강뜨의 의상은 몸에 딱 맞는 의상으로 불편해 보였다. 하지만 올해 의상은 움직임이 편안한 의상으로 교체됐던 점을 찾을 수 있었다.


해마다 조금씩 공연에 변화를 주는 모습을 보며 스카팽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 

 

‘스카팽’은 배리어 프리(battier-free) 회차를 운영하고 있다. 공연 중 6명의 수어 통역사가 배우들의 동선에 따라 수어 통역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배리어 프리’란 장애물 없는 환경이라는 뜻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즉, 물리적, 사회적 장벽을 허물자는 하나의 운동이다.

 

배리어 프리 회차가 있는 날, 배우들은 수어 통역자들과 함께 움직이며 연기를 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보는 사람이 깊이 극을 이해하며 관람할 수 있다는 점과 모두가 이 공연을 위해 합심하여 준비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 멋진 작품이 탄생할 수 있던 이유였다.



[국립극단] 스카팽(2022) 공연 사진07.jpg

 

 

"연극을 만들고 올리기에는 정말 어려운 시기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극장을 찾아주시는 한, 우리는 무대에서 영원할 것입니다."

 

극이 끝나기 전,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였다. 우리가 일상에 지쳐있을 때쯤, 스카팽은 큰 재미를 선사해 줄 준비를 하며 우리 곁에 곧 돌아올 것이다.

 

 

 

Tag.jpg

 

 

[이지은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