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악보 위에 쓰인 시 : 슈베르트, 겨울여행

편지로 시작된 음악의 사랑시
글 입력 2022.12.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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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와 음악의 만남으로 시작된 이야기


 

편지는 그 이름만으로도 설렘과 그리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체이다. 몇 장면만 떠올려봐도 금세 축하, 감사, 응원, 안부 등의 마음이 떠오른다.

 

이처럼 편지 콘서트 <슈베르트, 겨울여행>은 프란츠 슈베르트와 그의 형 페르디난트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소재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슈베르트가 편지를 쓰는 당시의 장면과 편지의 주인공인 페르디난트가 극의 해설자로서 관객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시간적 간극'이다.

 

페르디난트는 관객에게 슈베르트의 생애 및 성격을 보여주는 일화를 들려주며, 음악에 대한 열정과 태도뿐만 아니라 그의 음악이 세상에 등장하기까지의 배경을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한다. 그리하여 관객은 시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다. 여기서 낭만주의 시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면 즐거움은 배가 될 거다.

 

또한, 극의 내용과 이어져 라이브로 연주되는 곡의 선율은 클래식을 더욱 가까이에서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배우들의 연기와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음악의 효과는 상상 이상의 큰 시너지 효과를 불러왔다. 스크린에 띄워진 악보 위에 시들은 '편지콘서트'라는 이름에 더욱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점도 놓칠 수 없다.

 

 

 

영감의 원천 - '가곡의 왕' 슈베르트


 

지금으로부터 207년 전인 1815년, 괴테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하루 만에 작곡했다고 알려진 <마왕>은 여러 번의 수정 끝에 마침내 1821년 발표되었다. 당시 슈베르트의 나이가 불과 18세라는 점을 고려해 봤을 때, 훗날 그가 '가곡의 왕'으로 불리게 된 것은 어쩌면 놀랍지 않은 결과이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도 마왕의 진가는 어김없이 발휘되었는데, 극의 전개를 절정에 이르게 하여 단번에 분위기를 전환했다. 특히 아버지와 아들, 마왕의 역할에 따라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목소리를 발견한다면, 누구에게라도 강렬한 에너지를 선사할 마력의 곡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렇다면 슈베르트의 음악에 영향을 미친 영감의 원천은 어떻게 발현되었을까?

 

'음악의 도시'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출생한 슈베르트는 가족들의 영향으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에서 성장했다. 또한, 궁정 예배당 합창단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살리에리로부터 음악 이론을 배우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활동한 베토벤의 음악에 큰 영감을 받게 되었고, 생전에 두 사람의 만남도 이루어졌다고 전해진다.

 

음악의, 음악에 의한, 음악을 위한 환경과 더욱 풍부해진 그의 예술적 감각은 한편으로는 여러 예술 분야에 걸친 영감 속에서, 다시 새로운 영역으로 탄생한 창작물을 떠올리게 한다.

 

그리고 '음악에 시의 영혼을 불어 넣는다.'고 평가되는 그의 작품에서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시 <마왕>, <들장미>와 빌헬름 뮐러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겨울 여행> 등을 오롯이 감상할 수 있으니, 많은 이들에게 슈베르트의 가곡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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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장으로 떠나는 슈베르트의 겨울 여행


 

《예술을 사랑하고 낭만을 향유하는 음악가 프란츠 슈베르트》

 

슈베르트는 1827년 그의 생애와 음악이 일치하는 듯한 서정시로 가득한 연가곡 <겨울 여행>을 발표한다. 안타깝게도 초연은 슈베르트 사후에 이루어졌는데, 특히 <보리수>는 슈베르트를 대표하는 곡 중 하나로 널리 알려질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내용은 보리수 그늘에서 단꿈을 꾸는 화자의 이야기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찾았던 보리수나무를 떠올리며 지금은 갈 수 없는 '그리움'을 담았다. 그래서인지 겨울이라는 계절과 푸른 보리수의 대조가 더 쓸쓸하고 아련하게 느껴진다.

 

이와 대조적으로 겨울의 쓸쓸함과는 또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아베마리아, 세레나데로 이어지는 공연의 마무리는 '따뜻함'과 '안온함'으로 그 여운을 짙게 이어간다.

 

그리고 이 여정의 마무리는 음악의 시인으로 자신의 내면세계를 악보 위에 그려냈던 프란츠 슈베르트에게 전해주고 싶다. 이제는 당신에게 영감을 받은 예술가와 관객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고, 1827년 <겨울 여행>을 발표할 당시에 직접 곡을 소개하며 노래를 불렀을 "슈베르티아데" (친구들과 예술을 함께 나누던 슈베르트를 위한 작은 음악회)의 추억처럼 말이다.

 

 

2022.12.16.-12.31. 산울림 편지콘서트 슈베르트 포스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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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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