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희망적인 디스토피아 체험하기 - 공연 '미래도시'

글 입력 2022.12.10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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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_포스터.jpg

 

 

 

우주로 갈 계획


 

우주로 간다는 것은 이제는 거의 오십 년이 넘는 기간동안 차근차근 진행되어온 인간의 꿈이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이 있은 후로 지구의 사람들은 달 혹은 지구 근처의 행성을 탐험과 가능성의 상징으로 보며 희망찬 상상을 해왔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지구의 환경이 급격하게 나빠지기 시작하면서, 인간의 우주에 대한 관점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우주라는 공간은 이미 너무 더러워져 버린 지구라는 공간을 벗어날 수 있는 마지막 희망 내지는 인간이 살 수 있도록 미지의 존재가 있어야만 하는 절박한 공간이 되어가는 것 같다.

 

<미래도시>는 현 인류의 우주에 관한 관점을 반영하면서도, 지구를 벗어나 새로운 주거지인 달로 간다는 흥겨움이 더해진 희망적인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다.

 

관객이 객석에 앉기 시작하면서 구리아트홀이라는 공간은 하나의 우주선으로 변신하고, 관객들은 밴드 고래야와 함께 우주로 떠나는 마지막 인류로 변신한다.

 

 

미래도시 ⓒ김지성 (1).JPG

 

 

 

고래야, <판타지아1950>, 그리고 <미래도시>


 

<미래도시>는 고래야가 구리아트홀에서 개시하는 두 번째 공연이다. 고래야가 구리아트홀에서 진행한 첫 번째 공연으로, 1950~60년대 한국 대중가요계의 한 유행이었던 이국적인 사운드의 가요들을 고래야의 방식으로 재해석한 공연이다.

 

<판타지아1950>은 구리아트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감상할 수 있다. 공연을 보다보면 고래야와 구리아트홀이 함께 만들어 나가는 공연 예술의 스타일을 알 수 있다.

 

<판타지아1950>에서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무대 조명과 소품을 최대한 활용해 다양한 국가의 분위기를 묘사했으며, 이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월트디즈니의 대작 애니메이션 <환타지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판타지아1950>을 <미래도시> 비교했을 때 가장 도드라지는 차이점은 바로 스크린을 통해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상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넓은 구리아트홀 내부의 분위기를 밴드의 수많은 악기와 조명, 소품을 통해 가득 채워 관객에게 풍부한 경험을 선사하는 고래야의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다.

 

 

미래도시 ⓒ김지성 (6).JPG

 

 

 

애니메이션과 함께하는 공연


 

<미래도시>에서 고래야가 공연에 애니메이션을 사용한 방식은 프랑스 일렉트로닉 디제이 듀오 다프트 펑크가 2001년도 앨범 '디스커버리'의 모든 수록곡의 클립을 마츠모토 레이지의 '인터스텔라 5555'로 사용한 경우를 떠올리게 한다.

 

해당 앨범에서도 애니메이션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음악이 애니메이션에 모든 것을 빼앗기지 않고 동등한 존재감을 지닌다. 예를 들어 앨범의 첫 수록곡인 'One More Time'의 뮤직비디오에서는 밴드 크레센돌스와 그들을 보러 온 관객이 다 함께 음악을 즐기는 장면이 대사 없이 반복적으로 나온다.

 

<미래도시>에서도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을 상영하면서도 애니메이션에 스토리텔링을 전부 의존하지는 않는다. 관객은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백나현 애니메이션 작가가 자유롭게 그려낸 우주의 풍광, 황폐화된 지구 도시의 풍경을 관찰하면서 고래야가 음악으로 전달하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백나현 작가는 2021 인디애니페스트에서 '스테레오타입'이라는 작품으로 신진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 '초록이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전작이자 데뷔작인 '스테레오타입'은 집단 간의 갈등을 차가운 색감과 공상 과학 스타일의 작화를 내세워 작가가 <미래도시>에서 발전시켜 보여주는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미래도시 ⓒ김지성 (7).JPG

 

 

 

인터랙티브 공연 예술


 

애니메이션과 전통악기, 전자악기의 풍부한 사운드에 취해 있다 보면 공연에 압도되는 나머지 아무 반응도 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관객을 우주선에 가만히 방치해두지 않겠다는 듯 고래야는 막간에 관객에게 인사를 하며 자신을 소개하고 관객들이 어떤 여정에 있는지 소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관객이 손뼉을 치도록 유도하는 것.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관객들도 점차 흥겨운 리듬에 맞추어 몸을 흔들고 강하게 손뼉 치며 공연을 즐기게 된다.

 

이색적인 사운드와 함께 공연장 전체가 하나의 우주선처럼 느껴지는 경험을 고래야의 공연으로 느낄 수 있다.

 

 

[류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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