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실 혹은 진실 [드라마/예능]

드라마 <언내추럴>
글 입력 2022.11.26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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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인간의 죽음과 관련된 여러 문제들 중에서 '죽음'에 관여한 손상과 질병의 원인 · 경과 · 결과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그들의 인과관계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질서유지에 이바지하는 학문.


사람을 살리기 위한 의학 기술을 주로 접하는 우리로서는 다소 생소한 분야였지만, 일본 드라마 <언내추럴>의 국적을 초월한 흥행으로 이전보다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드라마 <언내추럴>


 

 

해당 리뷰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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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내추럴>은 2018년 1월 12일부터 3월 16일까지 일본 TBS 테레비에서 방영한 10부작 드라마로,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 <짐승이 될 수 없는 우리> 등 화제작들을 주로 쓴 일본의 각본가 노기 아키코의 작품이다.


부자연스러운 사인으로 사망에 이른 사람들이 겪은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풀어나가는 법의학 수사 드라마이며, 부자연사 규명 연구소(UDI, Unnatural Death Investigation)라는 가상의 공간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진실을 파헤치는 법의학자 vs 사실을 보도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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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래서 주인공 미스미(이시하라 사토미)는 억울한 죽음 뒤에 있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메스를 들었다. 미스미뿐만이 아니다. 그녀가 속한 UDI의 사람들은 '법의학'이라는 무기로 진실을 추적한다. 그러나 매번 그들을 따라다니며 사실을 보도하는 데 집중하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언론'이었다.

 

'진실'을 다루는 법의학과 '사실'을 다루는 언론의 대립은 1화에서부터 극명하게 보여준다. 1화에서 UDI는 사우디아라비아 출장을 다녀온 후, 돌연사한 타카노시마의 사인 규명을 의뢰받는다. 처음에는 독극물에 의한 죽음으로 판단했지만, 곧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사망으로 최종 규명한다.

 

이 사실을 입수한 언론에서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온 타카노시마로 인해 일본이 위험에 빠졌다며 신나게 보도한다. 그러나 타카노시마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져온 게 아니었다. 건강검진을 위해 향했던 병원이 해당 바이러스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었고, 이것이 유출되어 원내 감염되었던 것이었다. 이것이 진실이었다.

 

UDI에서 진실을 밝히고, 타카노시마의 사인을 정정하였을 때는 이미 사태는 커진 상태였다. 인터넷상에서 타카노시마와 그의 가족들은 온갖 모욕적인 말들로 처참하게 짓밟혔다. 그리고 타카노시마의 사인을 정정하는 기자회견 이후에는 그들을 모독하던 이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진실과 사실, 그 경계에 있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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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내추럴>의 대외적인 주인공은 미스미지만, 나는 '진짜 주인공'은 쿠베(쿠보타 마사타카)라고 보았다. UDI에 소속된 몸이면서 비밀리에 잡지사 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쿠베는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진실과 사실, 그 경계에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쿠베는 저널리스트로서 진실을 추구하지만, 정작 눈에 보이는 사실에 매몰되어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가장 인간적이고, 정감이 가는 캐릭터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는 사실만을 믿게 되고, 숨겨진 진실을 잘 발견하지 못하지 않은가.

 

하지만 UDI에서 일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쿠베는 점차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에 가까워진다. 죽은 사람을 위한 학문이 아니냐며 법의학을 무시하던 쿠베였지만, 후반부에는 아버지에게 의절 당하면서까지 법의학을 공부하겠다 결심하고, 심지어 메디컬 저널리스트가 되고 싶었던 그에게 길을 열어준 잡지사와 연을 끊기까지 한다.

 

그동안 내부 기밀을 유출했다는 사실을 들킨 후에는 모든 사실을 고백하며 UDI를 그만두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UDI로 돌아오게 된다. 잡지사에서 심어둔 기자가 아닌, 법의학자를 꿈꾸는 평범한 대학생으로서 말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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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일,

언젠가 저도 가슴을 펴고 이렇게 말할 수 있도록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 화에서 UDI로 돌아온 쿠베는 위와 같은 말을 한다. 법의학은 미래를 위한 일. 이 대사는 초반부에 법의학은 죽은 사람을 위한 학문이 아니냐는 쿠베의 발언이 나왔을 당시, 미스미의 대답이었다.

 

법의학은 죽음에 대한 진실을 찾는 학문이고, 미래를 위한 일이다. 그 말인즉슨 더 좋은 미래를 위해서는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진실이 누군가에게는 잔혹하더라도, 진실을 알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대개 진실을 자기 자신이 믿고 있는 사실로 혼돈한다. 하지만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국어사전에도 '사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말하고,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을 의미한다.

  

대다수의 사실에는 거짓이라는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다. 법의학자가 '법의학'이라는 방법으로 그 불순물을 걸러내듯이, 우리도 불순물을 거를 수 있는 저마다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미래를 위한 일이고, 우리들이 더 좋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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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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