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국악에 빠지다 - 강민수의 독경 [공연]

글 입력 2022.11.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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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끝난뒤 사진입니다

 

 

<강민수의 독경>은 당달봉사의 익살스러운 연기로 시작한다. 오줌을 싸거나 똥 위에 주저 앉는 등 웃긴 행동을 보여주지만, 그 연기는 강렬하고 역동적이다.


집에 와서 다시 한번 찾아보니 '다시래기'라고 하는 출상하기 전날 밤 초상집에서 상두꾼들이 벌이는 민속놀이라고 한다.

 

장례식을 파티처럼 하는 곳이 있다고 들어본 적은 있다. 당연히 다른 나라의 문화라고만 생각했는데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전통이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익살스럽고 역동적인 연기에 신나게 봤는데 초상집에서 벌이는 놀이라고 하니 색다르게 다가왔다.

 

다시래기 다음으로는 놀부전의 일부를 단막극 형식으로 볼 수 있었다. 놀부가 마당쇠에게 글을 가르치는 장면이었다.

 

내가 재미있게 느낀 부분은 관객과의 소통이다. 마당쇠는 무대와 객석을 넘나들며 대화하고 심지어 용돈까지 받는다. 관객들도 익숙한 듯 무대를 즐긴다. 마음껏 웃고 떠들며 무대를 즐기면 흥이 절로 나고 박수는 멈추지 않고 어깨가 들썩들썩 인다. 정말 신나고 흥이 넘치는 무대였다.

 

흥이 나는 단막극 뒤에 본론이라는 듯이 '구음시나위'의 연주가 시작됐다. 시나위는 굿에서 쓰이는 기악합주를 말한다. 국악 그룹 '우리소리바리지'와 강민수의 구음시나위는 한 맺힌 듯한 슬픔의 선율이 가득했다.

 

아쟁, 대금, 장구, 피리, 가야금, 해금 등 국악 기악 합주는 귀에 익숙한 대중 음악과는 사뭇 달랐다. 소리가 다른 만큼 다른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대중 음악과 다를 뿐 신기하게도 편안하고 익숙한 선율이었다.

 

마지막은 소리북 연주였다. 신명 나는 박자와 연주였다. 객석에서는 다시 추임새와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모든 근심,걱정 다 가져갈 테니 복 받아 가라는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흔한 말일지 모르지만 정말로 내 근심, 걱정을 다 가져가고 복을 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어쩌면 무속음악인 만큼 정말 그런 힘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공연이 끝나고 국악은 '한'과 '흥'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흥이 나는 단막극과 무취 타, 한이 느껴지는 구음시나위였다. 하지만 집에 가는 길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 좋은 걸 나만 보다니!

 

 

전통이라서 가치 있는게 아니라 가치 있어서 전통인 것이다. 내가 <강민수의 독경>을 보고 느낀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느꼈으면 좋겠다. 나는 <강민수의 독경>을 보고 국악에 빠졌다.

 

*

 

연희자 강민수는 전라남도 진도 출신으로 이 시대 마지막 유랑광대이자 부친인 국가무형문화재 '진도다시래기' 예능보유자인 故강준섭 명인으로부터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타고난 재능에 노력이 더해져 다시래기 유일무이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전승활동과 창작음악집단 우리소리 바라지에서 타악과 소리를 맡아, 타고난 예능과 현장성을 겸비한 예능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윤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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