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일상의 모든 찰나,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전시]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
글 입력 2022.11.2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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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ors exist, but they have to be said

색은 우리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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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모든 찰나가 폰타나에게는 풍경이 된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포착하고 드러내는 것이 그만의 예술이다. 작년에 본 요시고의 작품을 보았던 감상과 비슷했다. 스쳐 지나가는 누군가의 표정을 바라보는 구도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자연의 포착.

 

하지만 대상이 무엇이든 매혹적인 부분과 대비를 발견할 줄 알고 그것을 색과 구도의 관계로 정제하는 부분에서 차이가 돋보인다. 폰타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색으로 가득하기에 컬러를 배제하지 않고 오히려 이를 강조한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순간에 살고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프랑코 폰타나는 이탈리아 사진작가로, 컬러 필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하여 한 폭의 회화 작품을 연상시켜 왔다. 우리는 컬러 사진의 선구자라고도 할 수 있는 프랑코 폰타나의 삶의 형태를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인 라이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SECTION 1 랜드 스케이프 - 폰타나가 이탈리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며 담은 경이롭고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매혹적이며 평면적이다.

 

강렬한 보색의 대비와 간결한 구도는 신비감을 더하며 실제로 있는 장소인지 의문을 가질 정도로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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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PUGLIA 1995 paesaggio immaginario mmg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폰타나가 단숨에 풍경을 낚아채는 사냥꾼 같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한 완벽한 구도와 색감을 포착하기 어려웠을 텐데, 왜곡 없이 눈앞에 펼쳐진 현실 그대로를 담아낸 모습이 대단했다.

 

그리고 사진에 작가의 고민과 번뇌가 가득 찬 것도 들여다보는데 재미가 있었다. 실제로 <꼬마끼오 1978>의 경우, 폰타나가 원하는 컬러와 빛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수십 번의 답사와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SECTION 2 어반 스케이프 - 우리 주변의 도심과 물체를 특별한 시점으로 하나의 풍경처럼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치 디지털 합성이라도 한 듯한 비현실적으로 평면적인 풍경이지만 오롯이 현실 그대로만 담아냈다. 공간의 기하학적 구성이 돋보이는 섹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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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PELLESTRINA 1975 VETZ

 

 

폰타나는 사진을 ‘선택’의 문제라고 말한다. 무엇을 선택하고 지울지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건물의 양식과 색감을 집중해서 보는 데, 실제 여러 나라의 건물의 특성을 한눈에 볼 수 있어 기억에 남는다. 전반적인 풍경이 아닌, 현실의 한두 조각만을 취하여 프레임에 담고, 그것들이 겹쳐지는 특징 부분을 확대하여 도형의 상호작용에 집중하게 한다.

 

SECTION 3 휴먼 스케이프 - 사람을 피사체로 삼은 작품을 선보인다. 실제로 <리비에라 1990>의 경우 멀리서 보면 패턴이  만들어내는 기하학적 그림 같지만 자세히 보면 곧 사람의 형상이 모여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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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CASABLANCA MAROCCO 1981

 

 

<프레센자 아센자> 시리즈는 존재와 부재를 뜻한다. 사진의 주제는 대부분 움직이는 피사체를 담는 초상으로, 자칫 유령으로 보이기도 한다. 폰타나가 보이지만 만질 수는 없고 존재하지도 부재하지도 않는 모순성을 담으려 했기 때문이다.

 

SECTION 4 아스팔토 -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피사체와 새로운 물질인 아스팔트의 도로 기호, 페인트 선과 깨진 틈 등을 촬영했다. ‘아스팔토’는 아스팔트를 의미한다. 찍는 각도, 관점에 따라 추상적으로 보이는 요소들을 절묘하게 포착함으로써 평범한 도로 표면 위 풍경이 어떻게 회화적 요소로 변형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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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AUTOSTRADA 1975 XXH

 

 

아스팔트와 고속도로는 근대화의 상징이기도 하다. 폰타나 입장에서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풍경이었을 텐데, 자연스럽게 그의 렌즈에 담겼다.

 

특히 셔터 속도와 피사체의 움직임 사이의 간극이 묘하게 뭉개져있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수평선은 겹겹이 칠해진 물감 위로 큰 붓 하나가 시원하게 지나가며 색의 경계를 지워버린 한 폭의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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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타나에게 컬러와 사진은 삶을 바라보는 눈이며 표현법이자 동시에 소유 방식이었다.

 

우리의 매 순간은 분명 존재하지만 영원히 소유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폰타나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시간을 소유한다. 개인적으로 매우 갖고 싶은 능력과 삶을 바라보는 태도이다.

 

자연, 도심, 인물, 도로 등 그가 렌즈에 담아온 삶은 나에게 친숙하기도, 낯설기도 했다. 과거의 시간을 강렬한 색으로 기억하기란 익숙하지 않아서다. 분명 사진인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새로운 작품을 눈에 담을 때마다 회화가 아닌지 의심하는 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폰타나의 인터뷰가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폰타나는 예술은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재발견되고 수정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세상을 흑백으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당신의 사진은 과거, 현재, 미래 중에 어디를 더 향하고 있는지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폰타나는 미지의 영역이라 답한다. 아직 의미가 부여되지 않는 곳을 향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의 창을 여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인터뷰를 보는 내내 사진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풍경을 이해하려면 내가 풍경이 되어야 하고 풍경은 내가 되어야 한다는 그의 말처럼, 비록 인생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

 

 

 

컬쳐리스트 황희정.jpg

 


[황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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