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것은 사진인가 그림인가 - 프랑크 폰타나 : 컬러 앤 라이프 [전시]

글 입력 2022.11.2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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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사진인가 그림인가.

 

이 둘의 구분이 힘들 정도로 경이로운 추상적 색채 풍경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는 사진작가가 있다. 바로, 컬러 사진의 선구자이자 이탈리아 사진작가, ‘프랑크 폰타나’다.


전시회를 관람할 때면 매번 느끼는 바지만 한 분야의 거장이 되기까지는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공고히 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랑크 폰타나 전시를 보면서도 그랬다.

 

1960년대 초반, 그는 흑백 사진의 관습을 벗어나 순수 예술 사진작가가 거의 없었을 때부터 컬러 필름을 받아들였다. 또한, 사진의 투명도를 과소 노출해 한 폭의 회화 작품을 연상하게 하는 작품을 만들었다. 즉, 기존 스타일과 관행에서 벗어난 행보로 전후 이탈리아 사진 역사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1960년대부터 2022년 현재까지 그가 고찰하는 예술적 주제 및 인생철학을 담은 삶의 풍경 122점을 선보였다. 자연, 도심, 인물, 도로가 피사체가 되어 각각을 하나의 테마로 구성하였다. 즉, 4가지 테마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어반스케이프(Urbanscape), 휴먼스케이프(Humanscape), 아스팔토(Asfalto)이다.

 

 

 

첫 번째 테마, 랜드스케이프(Landscape)


 

강렬한 색감의 대비와 간결한 구도가 인상적인 첫 번째 테마는 푸른 하늘과 초록색 드넓은 들판 또는 형형색색의 들판과 가운데 우뚝 선 나무 그리고 바다와 하늘의 다양한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이었다. 폰타나가 이탈리아를 포함한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찍은 사진들이다. 세상에 분명 존재할 어딘가 이겠으나 경험하지 못한 풍경이라 그런지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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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바실리카타, BASILICATA 1985

 

 

작품을 유심히 보다 장소와 시기가 궁금해 작품연도를 확인했는데 70-80년 대였다. 그러다, 문뜩 어쩌면 지금은 존재하지 않을 세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오늘 세상 어느 누군가는 이 곳을 지나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무엇보다 지금은 어떤 모습일까 참 궁금했다.


보색의 대비와 함께 상하좌우의 구도를 맞추어 간결하게 촬영한 사진들은 가끔 사진인지 그림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만큼 비현실적으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의 순간을 포착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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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풀리아, PUGLIA 1987

 

 

 

두 번째 테마, 어반스케이프(Urbanscape)


 

황금비율에 따라 공간의 기하학적 구성으로 찍은 주변 도심과 물체가 인상적인 두 번째 테마는 도시 풍경의 겹쳐지는 특정 부분을 담아낸 사진들이었다. 그는 건물, 표현, 물체 및 색상을 영감으로 삼았는데 건물이나 물체의 전체 형태를 담기보다는 그것들이 겹쳐지는 특정 부분을 확대해서 그 안의 공간, 부피 및 조형적 관계와 상호작용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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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로스앤젤레스, Los Angeles 1990

 

 

그가 촬영한 여러 도시에서의 사진들은 분류되어 커다란 도시 이름 아래로 각각의 작품을 전시했다.

 

특히, 인간이 만든 건물과 자연이 만든 하늘 즉, 인공과 자연의 조화가 잘 어우러졌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과 강렬한 색감의 주변 건물의 모습은 하늘 또한 건물의 일부인지 혹은 그 반대인지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비율과 구도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세 번째 테마, 휴먼스케이프(Humanscape)


 

앞선 두 테마의 주제와 맥락을 이어가지만 이번 피사체는 사람이다. 세 번째 테마에서는 그의 시선에 담긴 사람들의 사진을 전시했다. 사람의 모습이 어떠하든 그가 추구하는 예술관은 같았다. 그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강조했고 이것은 그의 예술관과 연결되어 있다. 즉, 빛과 그림자, 실루엣을 통해 그는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표현법을 찾아낸 것이다.


전시에서는 사람, 도심, 공간, 자연이 모두 등장한다. 사진이 촬영된 특정 지역이나 나라에 따라 그가 해석하고 표현한 인물들에서 차이점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를테면, 존재와 부재를 의미하는 《프레센자 아센자》 즉, 빛과 시간을 탐구하는 작품 시리즈로 그는 그림자를 사진에 담아 보이지만 만질 수 없고 존재하지도 부재하지도 않는 모순적인 의미를 담았다. 또한, 마치 새가 되어 높은 곳에서 아래로 시선을 내려다 찍은 《달 알토》시리즈로 그는 사람들을 멀리서 찍어 곡선이 아닌 사람들의 모습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사물들의 나열을 담았다. 마치 미니어쳐를 떠올리게 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시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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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카사블랑카, CASABLANCA MAROCCO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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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알토》 시리즈

 

 

 

네 번째 테마, 아스팔토(Asfalto)


 

마지막 테마는 폰타나의 《아스팔토》시리즈와 《아우토스트라다》시리즈이다.

 

 

참고 - 아스팔토는 이탈리아 어 ‘아스팔트’를 의미하며, 아우토스트라다는 현대의 고속도로 개념을 가장 일찍 도입한 이탈리아에서 ‘고속도로’를 부르는 명칭이다.

 


처음에는 폰타나가 ‘왜 아스팔트를 사진에 담았을까’ 생각했다. 그것은 필자에게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필자가 태어났을 때부터 아스팔트는 존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폰타나는 아스팔트의 등장을 눈으로 본 사람이었다.

 

즉, 아스팔트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등장이자 근대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는 차라는 피사체 모습과 아스팔트의 도로 기호, 페인트 선과 깨진 틈 등의 새로운 요소들을 관찰했다. 그에게는 이 모든 것이 작품을 만드는 자연스러운 영감이자 표현적 요소였다.


《아스팔토》시리즈에서 평면의 피사체를 찍으며 공간이나 형태적 요소 보다는 회색 칠한 아스팔트의 질감에 주목했고, 표면 위 펼쳐진 우연적 요소에서의 공간의 조형적 관계를 발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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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모데나, modena 2005

 

 

이를테면, 아스팔트 도로 위 칠해진 횡단보도 및 도로의 표시 또는 누군가 아스팔트가 굳기 전 차를 몰고 지나가 남은 타이어 자국 위에 고여 있는 물과 그 물에 반사되는 빛까지 우연이 만들어낸 요소를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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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NCO FONTANA© AUTOSTRADA 1975 XXH

 

 

또한, 《아우토스트라다》시리즈에서는 고속도로를 빠르게 달리는 동안 포착한 이미지에서 보이는 시간이 만들어낸 색의 수평선을 담아내 마치 붓으로 선을 그어 색을 칠한 회화 작품을 연상케 했다.

 

*

 

이번 전시의 제목 ‘프랑코 폰타나 : 컬러 앤 라이프’에 맞게 그의 인생에서 만났던 수많은 색감과 우연적 요소 만들어낸 아름다운 작품들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폰타나는 “인생도 꿈이기에, 창의적인 방식으로 사진을 찍는 것이 이 꿈을 소유하는 방식이다.”라는 말을 했다. 지금도 흘러가는 시간과 일상들은 존재하지만 만질 수도 없고 영원히 소유하기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는 사진을 통해 자신의 삶과 예술세계를 표현하고 시간을 소유하고 감각하는 방법을 찾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필자는 풍경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보게 되었다. 단순히 전체 풍경만이 아니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부의 모습만을 편집하는 방법과 내가 보는 모든 공간에서 또한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며, 필자 또한 프랑크 폰타나처럼 주변 건물과 풍경의 모습을 담아보았다. 그리고, 낙엽이 계단 사이로 떨어진 모습과 건물들의 조화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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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어릴 적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지나간 시간을 회상하고 더 오래 기억하듯 앞으로도 흘러가는 시간의 아쉬움을 사진으로 대신하며 삶을 소유하는 방식을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남긴다.


“내가 이 사진을 찍기 전 사람들은 풍경을 해석하지 않고 그저 보기만 했을 것이다. 나는 풍경을 보고 그 곳에 나의 실체를 부여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제 그 풍경을 보고 나를 떠올린다.” - 프랑크 폰타나


“사진은 나에게 항상 이유를 제시합니다. 풍경이든지 사람이든지 상관없이 스스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우리 자신의 일부이죠.” - 프랑크 폰타나

 

 

[정윤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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