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가 가을에 이별 노래를 듣는 이유 [음악]

글 입력 2022.11.18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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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구들과 만나 흥미로운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지금은 늦가을일까, 초겨울일까?’


부쩍 추워진 날씨에 나는 초겨울이라고 주장하였지만, 한 친구의 ‘패딩을 입으면 겨울, 코트를 입으면 가을’이라는 의견에 동의한 순간, 나는 어쩔 수 없이 지금은 아직 가을이라고 답변해야 했다. 나는 코트를 입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코트를 입는 것을 좋아했고, 그렇기 때문에 매년 가을을 기다려왔다. 여름의 더위가 꺾일 때쯤이면 코트를 입고 다닐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세탁소에 입고 다닐 가을옷들을 맡겼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코트를 입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느끼며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싫어했을 정도였다.


원래 가을에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도 가고, 단풍 구경을 하며 예쁜 사진도 찍어야 하는데, 올해는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 학업과 회사 출근을 병행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요즘이다. 친구들과의 대화가 아니었으면 지금이 가을인지도 모를 뻔했다.


지금까지 흔히 쓰는 표현인 ‘가을 탄다’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었다. 내게는 언제나 가을이 좋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정신없이 놀러 다니거나, 어떠한 프로젝트에 붙잡혀 일만 해왔으니 그러한 감정을 느낄 겨를이 없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바이브(Vibe) '가을 타나 봐'

 

 

그러다가 ‘가을’이라는 계절 자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니, ‘가을 탄다’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내가 ‘가을을 타고 있다’가 아닌, 왜 가을에는 유독 그러한 느낌을 많이 받는지에 대한 나만의 결론을 내렸다.


얼마 전 노래방에서 인기 차트를 확인해보니, 먼데이키즈의 ‘가을 안부’와 바이브의 ‘가을 타나 봐’ 등 몇 년 전에 발매된 곡들이 차트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다들 누군가의 ‘전 남친’이 되어 보통 사람은 부르기도 힘든 상당히 높은 보컬 멜로디의 발라드를 목놓아 부른다.

 

 

먼데이 키즈 '가을 안부'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시즌이 오면 캐럴은 물론, ‘크리스마스니까’부터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까지 추운 날씨를 따뜻하게 녹여줄 모던한 음악이 다시 떠오를 것이다.

 

그러다 봄이 되면 ‘벚꽃 엔딩’으로 대표되는 설렘 가득한 어쿠스틱 음악이 거리에서 들려올 것이며, 여름이 되면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트로피컬 하우스 기반의 청량감 가득한 곡을 발매할 것이다.


이러한 장르들이 계절별로 특화된 이유에는 악기 구성 또한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겨울 노래에는 특유의 종소리를 사용하여 분위기를 한 층 더 이끌어주고, 여름 노래에 자주 사용되는 목관 악기와 하우스 리듬은 경쾌한 파티를 연상시키곤 한다.


이처럼 음악 속에서 다양한 요소를 통해 무언가를 연상시키려 하는 노력이 꾸준히 행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대중음악’ 자체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에 있다. 우리는 일상의 각 순간들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장치로 대중음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과거의 미니홈피 배경음악부터 지금의 카카오톡 프로필뮤직까지, 음악으로도 본인의 상황과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익숙한 일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가을 노래의 주제는 대부분 이별과 관련이 있으며, 장르는 주로 발라드일까? 가을과 관련된 이별 노래가 유독 많다고 할지라도, 실제로 일 년에 고작 두세달 뿐인 가을이 특별히 수많은 연인이 이별하는 계절은 물론 아닐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에 빗대서 얘기하자면, 결국 가을에는 쓸쓸한 무언가를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이러한 느낌을 담은 대중음악에 그 감정을 이입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이별 발라드가 가을 시즌만 되면 인기를 끄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여러 의미에서 쓸쓸한 가을은 찬란한 봄과 비교가 된다. 학생의 입장에서, 봄 시즌인 1학기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활기찬 날들을 보내지만, 가을 시즌인 2학기에는 각자만의 삶을 살아가며 과거의 인연들을 그리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가을쯤 되면 새해가 시작되며 세웠던 다짐들이 점차 무뎌지고 결국 바뀐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한탄하기도 한다.

 

 

윤하 '사건의 지평선'

 

 

최근 차트 상위권 노래 중에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곡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이 곡은 지난봄에 발매가 되었지만, 곡의 분위기와 가사의 내용이 가을과 더 어울리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다. 적어도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들이라면 수많은 꿈을 갖고 키워나가던 어릴 적부터 윤하의 음악을 듣고 자라왔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 지금은 지친 몸으로 매일 똑같은 삶을 반복하며 힘든 나날을 보내는 사회 구성원이 된 우리에게 큰 위로를 주는 느낌이랄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쓸쓸하고 우울한 감정을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식상한 이야기지만, 어차피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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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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