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마주한 우정

글 입력 2022.10.20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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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좋아했던 취미를 꾸준히 좋아하는 건 쉽게 느껴지지만, 나에게는 유통기한이 존재했다. 그래도 외국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시청은 내 세상이 넓어진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어 꾸준히 좋아해왔던 취미다.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을 넘어 진정한 외국인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적절한 매개체를 찾던 도중 'Slowly'라는 앱을 발견했다. 실시간 대화가 아닌 편지를 보내는 형식이었다. 상대와 나와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 주고받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 흠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아날로그같이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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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외국인 친구 사귀기에 열정적으로 몰입한 나는 다양한 나라 친구들에게 편지를 보냈다. 읽고 나서 답장을 보내지 않은 경우도 있어 상처받는 일도 있었고, 생각보다 관심사가 달라 이야기할 주제가 부족해진 경우도 있었다. 친구를 만들자고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아 삭제해야 할지 고민했었다. 하지만 한 친구의 편지로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안녕 나는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있는 비타야. 나도 축구랑 박물관을 좋아하는데 너도 그렇다면 답장을 해주겠니?"

 

이 편지를 보고 나는 신이 났었다. 오랫동안 축구 보는 걸 즐겨와서 같이 이야기할 만한 친구를 찾고 싶었다. 하지만 관심 없는 친구가 대다수였기에 마음을 접고 있었는데 먼저 물어봐 주는 친구가 있다니! 심지어 박물관까지 좋아한다니! 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겠구나 그때 완벽한 직감을 느꼈다. 며칠 동안은 좋아하는 축구팀을 언제부터 좋아했는지 이야기를 시작으로  한국과 인도네시아 축구 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었다.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팀 감독으로 계시는 신태용 감독님에 대한 생각과 친구가 생각하고 있는 축구의 철학에 대해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눴었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를 잘 모르고 있었는데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만큼은 뛰어나다는 걸 느꼈었다.

 

편지를 주고받는데 15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나는 기다리는 내내 설레었다. 아마 편지 오는 날이면 어떤 답장을 받았을지 설레어 하루 종일 웃음이 가득했다. 서로 관심사가 비슷하니 이야기가 잘 통해서 답장을 쓰는 데 하루도 걸리지 않았었다. 완벽하지 않은 영어실력임에도 불구하고 빨리 보내고 싶은 마음에 어떻게든 썼었다. 물론 파파고의 힘을 잠시 빌리기도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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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하던 친구는 역사 선생님이 꿈이라고 하였다. 항상 박물관에 자주 가는 편이라고 했었다. 그래서 늘 편지에 박물관에서 찍은 사진들을 첨부해 나에게 어떤 곳인지 소개해 줬다. 나 또한 미술관에 자주 방문하기에 좋아하는 작품들과 구매한 굿즈들 사진들까지 답장으로 보냈었다. 인도네시아의 박물관은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전통 그대로의 것을 잘 보존하여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아주 멋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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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 관심이 생긴 후, 친구에게 최고의 휴양지는 어디냐고 물어봤다. 우리가 흔히 아는 발리가 아닌 '길리 트라왕안'이라는 곳을 추천 해줬다. 어떤 곳인지 궁금했던 나는 이것저것 검색해보았고, 관광객들과 파티가 많은 섬이라고 나와있었다. 이렇게나 멋진 곳을 모르고 있었다니 큰일날 뻔 했다. 친구는 이곳에서 마신 칵테일 사진을 보내주었고 나는 바다같이 청량한 색깔에 반해버렸다. 언젠가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바닷소리에 귀 기울이는 나를 잠시 상상했었다. 생각만 해도 행복했다.

 

"지은 이곳은 어때 정말 좋지? 나중에 나와 같이 즐기자!"

 

"좋아! 머지않아 곧 방문할 테니 기다려!"

 

친구와 연락을 한 지 반 년이 되어갈 무렵 나는 몇 주 동안 답장을 하지 못했었다. 일이 많아 바쁘기도 했었고, 솔직한 이유는 영어로 긴 글을 써야 하는 부담감에 잠깐 회피했었던 거 같았다. 그러고 나서 친구에게 장문의 편지가 도착했다. 내용에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걱정이 되었고 아니면 그동안 내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했다면 알려달라는 글이 써져있었다. 보자마자 나는 실수했다고 느껴 빠른 시간 내에 답장을 보냈다. 상대의 마음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점이 매우 미안했었다. 그동안 편지를 보내지 못했던 이유를 솔직하게 담아 보냈었다. 그리고 친구에게 빠른 시일 내 답장이 왔었다.

 

"나도 너의 마음 이해해. 우리의 모국어가 아니니까 쓰기 부담스러웠을 거야. 내가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어 지은"

 

답장 내용을 다 담지 못했지만, 나를 걱정해 주고 고맙다는 친구의 메시지를 보니 잠시 뭉클했었다. 지구촌 어딘가에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따뜻해졌다. 거리는 멀지만 마음만은 가까운 우정에 감동했었다.

 

"넌 나에게 소중한 친구야 비타. 너의 편지를 읽고 세상은 매우 넓지만 가깝다는 느낌이 들었어. 영어로 쓴 내 표현이 한정적이지만 내가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잘 전해졌으면 좋겠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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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힘이 들 때마다 세상 어딘가에 나를 생각해 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웃음이 나온다.

 

내가 외국인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내가 바라보았던 세상이 넓어진 기분도 든다. 직접 만나보지는 않았지만 친구가 얼마나 따뜻한 사람인지, 멋진 사람인지 느껴진다. 서로 꾸는 꿈은 다르지만 큰 꿈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늘 응원해 준다. 먼 훗날 우리가 만나게 될 날을 기다리며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이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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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김밥
    • 펜팔.. 낭만적이에요! 그것이 서로의 모국어가 아닌 제3의언어인 점도 재밌구요.
    •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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