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놀이하는 사람, J

노는게 제일 좋은 지인을 만나다.
글 입력 2022.10.15 13: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새내기 시절 교내 동아리에서 만나 몇 년 째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J를 만났다. 지인을 소개하는 글을 쓴다는 게 조금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시작하기까지 용기가 필요했다. 너무 깊숙한 이야기를 하다가 산으로 가 버릴까봐, 혹은 내가 그를 섣부른 판단으로 글을 쓸까봐.

 

뭐든지 처음이 어려운 법. 시작하고 나니 엄청난 수다의 장이 되어버려 분량을 줄이는 데 애를 먹었다. 양이 가득한 만큼 영양가 없는 말들도 많았지만 첫 인터뷰로서는 잘 풀린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나의 가장 자유로운 지인 J를 소개한다.

 

 

 

J와 포멀한 듯 아닌듯한 만남



나: 일단 우리 인터뷰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J: 녹음 시작한 거야? 저는 J라고 합니다. 대학교를 다니고 있고요. 영상 연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나: 원래 과가 그쪽인가요?

 

J: 아니요. 원래는 스포츠지도학과입니다. 제가 운동선수를 했었거든요.

나: 네. 물어보고 싶은 게 되게 많아요. 근데 그 질문들이 다 통일되지 뭔가 조금 걱정이 되네요.

 

J: 준비를 좀 제대로 해 오셔야 좀 진행이 매끄럽게 되지 않을까.......


나: 하지만 나의 지인에 대해 쓰는 글인데 그 지인이 하나의 분야에만 속한 사람은 아니잖아. 약간 너 자체를 소개하고 싶은 그런 느낌이라서 질문이 중구난방이에요. 네가 이해를 해주셔야 되세요. (웃음)

 

 

 

하늘을 나는 사람 J



IMG_9708.JPG

 


나: 일단 진우 씨는 대학 들어오기 전에 운동 대학 와서 또 계속 운동을 하셨잖아요. 하셨던 운동에 대해서 조금 소개해 주실 수 있어요?

 

J: BMX라고 혹시 아세요. 묘기하는 자전거인데 그거를 초등학교 3학년 가을부터 계속 했어요.

나: 그렇군요. 어떻게 접하게 됐나요?

 

J: 한강 공원에 종이비행기 대회에 나갔는데. 아 제가 비행기를 되게 좋아했어서, 파일럿이 꿈이었거든요.

아무튼 종이비행기 대회가 이제 또 광나루에서 열렸던 거야. 근데 광나루에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고 첫 번째로 만들어진 BMX 경기장이 있었거든. 

 

그거를 본 거야 내가. 그때도 자전거 진짜 좋아해가지고. 초등학교 때부터 자전거 타고 동네를 맨날 싸돌아다녔단 말이지. 공교롭게도 거기에 경기장이 있었던 거예요. 엄마랑 아빠랑 같이 있었는데 너무 재밌어 보인다고 하니 렌탈 자전거를 빌려주셨어요. 한 시간에 오천 원이었나.


나: BMX를 렌탈도 해주는 구나. 신기하다.

 

J: 그치. 처음으로 타봤는데 너무 재밌는 거야. 근데 내가 또 심지어 처음 타는데 되게 잘 탔어. 나 초등학교 4학년 3학년 때 진짜 작았거든. 그 조그만 애가 자전거 몸보다 큰 자전거 타고 가는데 경사가 엄청 높은 기물들을 타고 돌아다니는 거지 그래서 거기 있던 형들도 다 놀라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지.


나: 재밌었겠다.

 

 

IMG_9706.JPG

 

 

J: 그 다음에 이제 아빠께서 자전거 알아보셔서 삼천리 자전거를. 맞아 유사 BMX라고 그냥 일반 자전거인데 BMX같이 생긴 걸 타고 다니다가 대회를 나가게 됐어.


나: 1등?


J: 그럼. 내가 그거에 진심이었단 말이지. 대회가 1년에 한두 번이 아니었단 말이야. 다 1등 했어. (J는 부끄러운 듯 당당하게 웃었다) 그 당시에 나만큼 조그만 애들 몇 명 있었거든. 근데 걔네랑 거의 100m 넘게 차이 나게 이겼지.


나: 너 지금 진짜 신나 보여. 좋다.

J: 그러다가 기업 팀에 들어가서 주장도 하게 되고. 그냥 100% 재미로 했어 진짜. 좀 잘하는 취미인 거지 이걸로 뭐 밥 벌어먹고 살겠다, 라는 생각은 없었어. 왜냐하면 진짜 비전이 없거든. 진짜 되게 마이너 한 운동이어서.

 

나: 그러면 BMX를 그만두게 된 계기랄까. 심경의 변화 그런 게 있었어?

 

J: BMX가 이제 취미에서 고등학교 때 대표팀 되면서 실전으로 바뀐 거잖아. 그러니까 취미에서 직업으로 바뀌니까 뭔가 정이 떨어졌어. 이렇게 말하면 좀 과격할까? 이건 진짜 즐기면서 하는 운동인데 성적을 내야 되고 하니 흥미가 자연스레 떨어지더라고.


나: 어린 나이에 철이 일찍 드셨겠군요. 

 

 

 

산미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J


 

IMG_9707.JPG

 

 

나: 이렇게 계속 걸어 다니니까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되네. 커피 내려 먹고 이런 거는 네가 스스로 터득한 거야?

J: 아빠가 커피 좋아하셔서. 하루에 세 잔인가 네 잔 내려 드셔.


나: 원두커피?

 

J: 응. 그러니까 벌써부터 약간 좋은 커피의 맛을 알아버린 거 같아. 


나: 그니까. 벌써 그러면 어떡해. 어떤 커피 좋아한다고 했지. 산미 있는거 좋다고 했었고. 최애 커피가 있어?

J: 그런 걸 외우고 먹고 막 이럴 정도는 아닌데 ‘에딧의 커피스토리’라고 용문에 내가 엄청 좋아하는 곳 있는데 바리스타 분이 추천해주시는 거 시도해보는 편이야.


나: 저번에 네가 내려준 포도 향 나는 원두 거기서 산거지. 어떻게 원두에서 포도 향이 나?
볶을 때 살짝 넣는 건가.

 

J: 그럴 수도 있는데 그냥 원두 자체에서 나는 향일 수도 있고. 나중에 한번 여쭤볼게.

나: 그래. 넌 그런 거 대단해. 궁금한 거 물어보는 게 너무 신기해. 나는 모르는 거에 대해서는 좀 들키고 싶지 않아하는데. 너의 그런 모습에서 자유분방함을 느끼는 거 같아. 에티튜드가 있달까.. 마치 애늙은이 같은..

J: (웃음) 언제는 애 같다고 했잖아요.

 

 


예상 외로 고전하기도 하는 J...


 

나: 그럼 이 부분은 약간 비공개 처리를 하고! (그 문제에 대해 고민하면서) 뭘 느꼈는지 말해줄 수 있어?


J: 나는 연애랑 거리가 먼 사람이구나.

 

나: 어떤 점이? 


J: 시작하는 게 너무 어려워서. 평생 연애를 못 할 것 같다고 생각을 했어요. 막상 시작해도 내가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나: 왜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J: 내가 잘하고 싶으니까.

나: 약간 근데 너는 그런 게 있는 거 같아 아닌가. 좋아하면 좀 그걸 잘 해야 되는...

J: 잘해야 되는 건 아니고 잘하고 싶어. 못한다고 막 스트레스 받고 그러진 않는데 잘하고 싶어 해. 맞아 난 욕심이 있어. 그리고 잘하고 싶어서 몰두를 잘 하고.

나: 하긴 기타치는 것도 그렇고. 그럼 한 번에 하나에 빠지는 편인가요?

J: 아마 여러 개? 근데 보통 한 번에 하나만 따지는 것 같아요. 이번에 연합공연하면서 기타가 부쩍 늘었어. 사람들한테 잘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서 (웃음)

 

나: 약간 포저(poser) 느낌이 있네. 어. 갑자기 생각 난 분이 있다. 일을 노는 거라고 생각하는 분이셨는데. 그분은 당신이 일하는 거라고 생각을 안 하신대. 다 취미 활동이라고 생각을 하시는데 그게 되게 멋있었어. 이상주의처럼 보이지만 그런 현실을 살고 계신. 가슴이 두근거렸어.


J: (같이 신나하는 J..)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


 

 

역 인터뷰하는 J


 

J: 그럼 질문 하나. 저랑 어떤 부분이 제일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나: 당황스럽네. 음.... 걱정을 오래 하지 않는거?

J: 걱정 오래 하지 않는 거.

나: 그러니까 걱정을 한다는 건 앞으로 다가올 뭔가를 무서워하는 거잖아.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상황을 미리. 근데 걱정하는데 시간을 오래 보내지 않는 건 현재를 잘 즐기는 사람이다...?


J: 그럼 질문 two. 어떤 점이 제일 다르다고 생각하세요.

 

 

나: 이 분 진짜 자유롭다. 인터뷰 형식을 이렇게 깨버린다고? 제일 다른 거... 끈기? 네가 나보다 더 끈기 있는 것 같아. 난 좋아하는 게 있어도 잘할 때까지 못 기다려. bmx도 그렇고 기타도 그렇고.


J: 나도 마찬가지야. 하나에 빠지면 몰두하느라 다른걸 놓칠 때도 있어. 그래도 단기간에 해내는 힘이 좋은 것 같긴 하다.

나: 그러니까 난 그런 추진력이 너무 부럽더라고. 너 갑자기 카메라도 사고 그랬잖아. 카메라로 이제까지 어떤거 찍었어? 자전거에 고프로 달아서 촬영했다며 그 얘기 좀 해줄 수 있나요.

 

J: 아무것도 안 찍었습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서 영상 다 지웠어요.

나: 안돼! 그럼 인터뷰에 뭘 쓰라는 거야 빨리 말해줘. 어떤 거 찍고 싶어요.

J: 일단 그 사람들이 좀 공중에 떠 있는 모습?

나: 좋다 뭐든 간에?

J: 뭐 어퍼컷에 맞아서 뜬 건투 선수의 모습 같은 거.

나: 되게 재밌는데? 약간 넘어지기 직전에 사람도 공중에 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잖아. 들고 있던 짐들, 사과 이런 거 날라 다니고.

J: 오 되게 좋은데? 지금 나 소름 돋았어. 즉흥적으로 말한건데.

나: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J: 그냥 떠오르는 거 말한 거야. 난 스트릿 스포츠 영상을 찍고 싶으니까. 공중에 떠 있는 사람을 찍고 싶다는 거였지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 J



IMG_9705.JPG

 

 

나: 이제 슬 마무리해보려고 하는데. 사실 당신을 인터뷰하고 싶었던 첫 번째 이유는 되게 자유분방한 친구라서. 그런 자유로움이 어디서 나오는지가 궁금했어요.

J: 자유로운? 자유로운 사람인 거는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고. 오히려 되게 좀 
틀에 얽매여서 사는 사람이라.

나: 어떤 틀?

 

J: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그 틀 안에 있다는 느낌이 자주 들어. 가끔은 온전히 자유로운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뭐 취미가 일단 너무 많아. 자극을 찾다 보니 그런 것 같아. 재밌어 하는 것들이 다 자유로운 이미지의 것들이 많지 일단 자전거, 기타, 촬영 같은 것들.

나: 약간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인 것 같아.

J: 어 그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나: 호모 루덴스. 요즘은 어떤 게 제일 재밌어?

J: 내가 원래 사진 찍는 거 막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었거든. 근데 수업 중에 디지털 사진 촬영과 표현이라고, 그 과목을 딱 보는 순간 너무 해보고 싶은 거야. 되게 재밌더라고, 찍어 보니까 내가 은근 또 재능도 있었어. 재능이라기보다는 그냥 잘...? (손을 방방 흔드는 J)

나: 자신감 있는 모습 보기 좋네요.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J: 이상하게 어떤 걸 시작할 때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할 거라는 자신감이 들어. 비교하자는 건 아닌데.


나: 오 맞아. 나도 가끔 그럴 때 있어. 신기하다. 음 그럼 앞으로도 취미 놀이 겸 공부. 이런 새로운 거 해볼 생각 있어?

J: 새로운 취미를 찾을 생각이 있냐고? 취미는 계속 바뀔걸 잘 질려하는 타입이라서.

근데 계속 하는 거 보면 또 그건 아닌 것 같기도 해요. BMX같이 이제 제대로 빠지면 10년 넘게도 하는 거고. 솔직히 아직도 재밌어 하고 재밌어. 어쨌든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공중에 떠 있을 예정입니다.


나: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거 알고 있는데 현생은 언제 살고 있는 거야.

J: 저요? 현생은 내 삶에 없어. 나는 그냥 꿈만 살고 있어. 죽을 것 같아요. 내 현생 살려줘.

나: 인터뷰에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어, 어떻게 마무리해야 좋을까 인터뷰는 처음이라서 어떻게 마무리해야 될지 모르겠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J: (웃음) 급한 마무리네요 음. 뭐랄까 제 취미들이 다 생산성이 없긴 해요. 그런데 그게 참 좋은 것 같아. 안 생산하는 거. 취미 그 자체로 즐기는 게 좋아. 좀 더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뭘 쌓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계속 할 수 있잖아요. 삶에 활기가 차는 느낌. 사실 그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닐가. 나는 계속 이렇게 살 거야. 안녕.

 

나: 그래요 안녕.

"


마침표를 찍기보다 계속 콤마를 찍어나가며 풍성하게 시간들을 채워가는 모습이 보기 좋은 J. 생각보다 더 자유로운 인간임을 알게 된 인터뷰였다. 소개하고 싶었던 것보다 새롭게 알게 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해 신선했다. 시작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던가, 좋아하는 것을 그만두게 된 조금 아픈 사연이라던가. 앞으로 그의 취미이자 일, 삶이 계속 궁금해질 것 같다. 놀이하는 인간 J, 계속 열심히 즐겁게 놀아주길 바랍니다. 

 

 

 

한승하태그.jpg

 

 

[한승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