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글 입력 2022.10.0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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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_평면표지.jpg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관람 후 계속하여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이 있었다. 그 인물은 세계인이 사랑하는 네덜란드 출신의 후기 인상주의 작가 빈센트 반 고흐다. 살아 생전에는 재능을 인정받지 못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세상을 떠난 이후에야 알려지기 시작하며 빛을 발했다는 공통점이 반 고흐를 계속 떠올리게 했다.

 

전시를 다녀오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금, 도서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를 만나게 되었다. 두 작가의 삶이 비슷하여 연상되었는데, 책을 읽은 지금은 그들의 인생에 대한 기록이 있었기에 사후에라도 이름을 알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기록이 있다는 것 자체가 한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알아가는데 큰 도움이 되니 말이다.

 

프로방스에서 지낸 3년 동안 고흐가 보낸 편지 중 260통이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 중에는 고흐 인생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스스로 귀를 자른 사건과 관련한 편지도 있어 무척이나 중요한 자료의 역할을 한다. 다시 한 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는 고흐가 가장 폭발적으로 예술을 불태웠던 프로방스 시절에 태오를 비롯한 가족들과 그의 화가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를 엮은 책으로, 고흐가 아를, 생레미드프로방스, 그리고 삶의 마지막 여행지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그린 그림과 스케치, 편지를 모두 담고 있다.

 

고흐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괴팍함, 예술, 해바라기, 우울함, 노란색, 외로움, 쇠약함 등 비교적 긍정적인 단어들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책에서 만난 빈센트는 이와 다른 면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고흐는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는데 있어 자주 어려움을 느꼈지만, 편지를 통해서는 진실된 그의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경제관념과 경제력이 부족하고, 마음이 유약하긴 하였으나 언어에 능통했으며, 박식했고,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개인적으로 지중해를 방문했던 시기의 고흐와 생트마리드라메르에서 '추수'를 주제로 작업하던 시기의 고흐가 좋았다. 딱 한 번의 여행이었던 지중해에서 마주한 강렬한 빛에서 보색을 사용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를 탐구하는 데 자신감을 갖게 되었던 고흐는 짧은 체류 기간임에도 엄청난 속도로 작업을 이어갔다. 테오에게 쓴 편지에도 몇 번이고 지중해의 빛나는 색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이곳에 머문다면 내 개성이 발현되리라는 확신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푸른하늘과 대비되는 노르스름한 밀밭을 보며 폭발하는 듯한 노란색을 담은 추수의 그림들은 자신감에 차있는 고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과거 한 다큐멘터리에서 고흐의 노란색은 쉽게 구현하기 힘들다고 한 내용을 본 적 있다. 고흐의 작품에 사용된 노란색은 고흐만의 노란색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그만이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시기 베르나르에게 쓴 편지에서 "흙은 다양한 노란 색조를 품고 있는데, 노란색에 보랏빛이 섞여서 색이 중화되지. 나는 진실된 색을 표현하느라 다소 애를 먹고 있어......"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그가 색을 찾아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알 수 있다.

 

편지의 내용을 미루어보아 추측컨데, 아마도 고흐는 지속된 좌절감을 겪으며 점점 마음의 병을 얻고, 아프게 생을 마감한 것이 아닐까 싶다. 노란집이라고 불리는 남쪽의 화실에서 지냈을 때 "나는 이번 만큼은 새집과 함께 스스로 해결해 나가기를 바라고 있어"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만의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고갱과의 불화, 안정치 못한 삶, 예술인들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무사당하는 삶이 지속되며 생겨난 좌절감이라는 감정이 그의 마음을 결국 아프게 만든 것이다.

 

빈센트는 환청과 환각을 동반한 신경증을 겪었고, 편집증을 겪었다. 그는 환자투성이인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것은 자포자기한 행동이라고 생각했지만, 겉보기에는 평정심을 유지함에도 불구하고, 깊은 좌절감에 사로잡히게 되면 자신이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편집증에 사로잡힐 때면 생을 마감하고 싶어졌다. 결국 그는 병원생활 이후 테오와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태오에게 쓴 미완의 편지를 부치지 못한 채 권총자살을 시도하여 생을 마감하게 된다.

 

편지를 통해 만난 빈센트는 너무도 순수했고, 마음이 많이 아픈 사람이었다. 그의 삶에 조금의 빛이 더 들었다면, 그의 마지막이 이렇게까지 아프진 않았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이 계속하여 든다.

 

이번 책을 통해 단순히 생을 마감 후 빛을 발한 비운의 작가, 후기 인상주의를 대표하는 네덜란드의 화가가 아닌, 인간 빈센트를 만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고흐의 편지내용을 마지막으로 이번 리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이따금 집에서 더 많이 작업할 마음을 먹지 못해서,

더 즉흥적으로 작업하기 못해서 후회한다네.

상상력은 우리가 계발해야 할 능력이야.

 

홀로 있노라면, 현실을 통해(우리의 시각은 계속 변화하며 섬광처럼 지나가지)

사실을 인식하는 게 아니라, 보다 고차원적인 상상력이 발달하고

 

위안이 되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네......" -p.48

 

고흐가 그의 벗 베르나르에게 남긴 편지 중에서

 

 

[김히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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