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장르는 여름밤 [도서]

글 입력 2022.09.1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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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여름밤>은 밴드 몽구스로 데뷔 후 현재 뮤지션 몬구로 활동하기까지 줄곧 청춘을 노래한 작가의 경험과 생각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저무는 태양의 황홀한 빛과 잔잔한 파도의 리듬이 얼음처럼 딱딱하고 차가운 마음을 어루만져 주었다.] (75p) 

 

[가을로 접어든 지금은 눈을 감고 그날의 초록빛 달리기를 떠올려본다. 내가 할 일은 그저 밖으로 나가 다음 한걸음을 내딛는 것뿐이다. 곡을 만들고, 노래를 하고, 글을 쓰고, 춤추며 사는 인생. 내게는 그것이 인생이다. 그렇게 우리는 지금 저마다의 초록빛 가득한 인생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221p)


이번 추석에 가족들과 근교 여행을 떠났다. 부모님이 낮잠을 청하는 동안, 근처 논밭을 구경했다. 시끄러운 도시보다는 자연을 좋아하니 시골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스산한 느낌이 들어 꿈을 접고, 도로 돌아오는 길에 시냇물 옆의 달팽이들 앞에 앉았다.


멍하니 보고 있다가 그냥 그런 생각을 했다. 어쨌든 태어났고, 그냥 돌아다니면서 사는 게 인생이라고.


다리 저리도록 꾸물꾸물 기어가는 걸 보고 있는데 옆으로 시골 고양이도 구경 왔다. 야생성이 남아있는지 매서운 눈에 움찔해서 그냥 웃어버렸는데 걘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귀는 약간 정면에 꼬리는 내려와 있었는데 도통 모르겠다.


그 시간이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 풀도 보고 달팽이, 고양이도 보고. 글 쓰고 그렇게 가끔 힐링하고 노래하고, 하고 싶고 가고 싶은 곳에 놀러도 가는 것. 내겐 그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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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한다고 앉아 있지만 수시로 책상 서랍을 열어 미니카를 만지작거린 걸 보면 공부보다 미니카를 더 소중히 했나보다. (148p) 소중한 것은 음악뿐이네. 잘할 수 있는 것도 음악뿐이고. 아, 요즘은 글쓰기도 하고 있구나. 러닝도 하고. 그 소중한 것들만이라도 잘 지켜 내고 싶다.] (149p)

 

내게 소중한 것들은 이런 것이다. 글, 노래, 산책, 소풍, 메모, 사진. 나도 잘 지켜 내고 싶다. 가끔 소홀해 지더라도 돌고 돌아 다시 오겠지.

 

[칭찬: 틈틈이 나 자신을 칭찬하는 편이다. 그렇게 하면 적어도 타인에게 받고 싶은 칭찬의 기대치가 줄어든다. 담백하게 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103p)

 

배경 화면으로 설정했다가 내린 글귀와 비슷했다. 나 자신을 칭찬해주라는 말. 나를 옥죄었고 내게 야박했다. 정리를 참 잘한다. 잘 논다. 귀여운 네일아트를 보는 눈이 있다. 달팽이를 보는 눈이 꽤 다정했다, 이 정도 해주고 싶다.

 

[결국 기도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맑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방법이다.] (73p)

 

이런저런 바라는 기도 몇 개와 감사함의 기도 몇 개를 한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살기란 쉽지 않다. 언젠가의 그날까지 게이지가 채워져 가고 있는 거라 생각하면서, 오늘도 그냥 무난히 지나가는 것과 보기 좋은 자연, 제 갈 길가는 모든 것들을 재미있게 관찰할 수 있는 하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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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아버지 -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내 장래 희망은 귀여운 할아버지다. 좋아하는 캠프 캡을 쓰고, 청바지에 캔버스를 신고, 우쿨렐레를 손에 들고 산책해도 어색하지 않은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 귀여운 할아버지라…. 그래도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겠지.] (181p)

 

책을 보다가 뜬금없는 말이지만 참 괜찮다고 생각한 문구여서 한참 웃었다. 참 상투적인 답변만 생각하며 살아왔구나 생각했다. 이야기가 많은 멋쟁이 할머니, 배바지를 입은 할아버지 정도는 들어봤어도 말이다. 올해부터였나, 내가 결정한 나의 자기소개와 꿈은 ‘이야기와 색감을 좋아하는 사람, 감성을 표현하고 모으는 삶을 꿈꾸는’이었다.


꿈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으니 이 문장 그대로 밀고 나가면 되는 건데, 저 문구가 탐이 났다. 그래서 생각해 보건대, 나는 이런 느낌이 좋다. 꽃무늬 바지에 뒷짐을 지고 산책하는 할머니. 여유가 된다면 ‘덕구’라는 장수할 견상의 강아지를 데리고 있는 것도 깨나 잘 어울릴 법하다. 그냥 기대 다 버리고 ‘그냥 할머니’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도?


에세이를 따라 내 생각도 훑으며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여름을 좋아하는 작가의 넘치는 감성과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도 잘 어울렸던 책 <장르는 여름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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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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