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트남 그리고 호치민 [여행]
-
베트남은 오랜 전쟁과 침략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참 많다. 특히 근면 성실하고 용감하며 친절한 국민성은 두 나라가 가장 닮은 점이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왠지 모르게 베트남을 친근하고 가까운 나라로 느꼈던 이유는 바로 이런 역사적, 문화적 배경 때문이 아니었을까.
나의 첫 베트남 여행지는 다낭이었다. 마치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닮은 모습과 분위기,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날씨 그리고 순수하고 부지런한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얼마나 인상적이었냐 하면, 몇 년 뒤 부모님을 모시고 다시 다낭을 방문했을 정도였다.
결국 그 두 번의 좋았던 기억은 다시 한번 나를 베트남으로, 호치민으로 이끌었다.
Welcome to SAIGON
이번 여행지는 호치민이었다. 물론 여행이라고 하기엔 부족할 만큼 해야 할 일들로 가득 찬 일정이었지만 그래도 거의 4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하는 터라 마냥 설레고 기대됐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호치민은 베트남에서 수도 하노이 다음으로 중요한 제2의 도시이자 상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다낭과는 또 다른 베트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넘쳐났다.
호치민은 1859년 베트남을 침략한 프랑스에 점령 당하면서 그 영향을 많이 받게 되는데, 그래서인지 300년이라는 비교적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중국, 유럽 문화의 특징이 함께 나타난다. 또한 베트남 북부와 남부 문화의 전통이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모습을 볼 수 있으며 항구의 도시답게 많은 강과 하천, 운하가 흐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지명인 사이공 강이 있는데 여기서 '사이공'은 예전에 호치민을 가리켰던 이름이라고 한다.
베트남 전쟁박물관
호치민 시내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베트남 전쟁 박물관은 베트남의 참혹했던 전쟁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는 1965년~1975년까지 전쟁이 일어났던 10년간 미군이 베트남에 가했던 잔혹한 행태를 고발하는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개관 당시에는 한국군과 관련된 자료도 많이 전시되어 있었지만, 현재는 대부분 제거되고 일부 자료만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민간인 학살, 고엽제 피해 등 전쟁의 참혹함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사진들과 내용들이 기록되어 있으며 당시에 사용했던 전투기, 포탄, 대포 등도 실제로 관람할 수 있다.
관람 후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전쟁으로 자식과 아버지를 잃은 가족들의 사진이었다. 자신이 나고 자란 땅을 지키는 것이 곧 가족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싸웠을 군인들은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가족의 품으로 돌아왔다.
자신의 모든 걸 다 바치고 돌아온 그들의 조용한 귀환이 아마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서은해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