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낯설고 생소하지만 궁금하고 알고싶은,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

묘하게 비밀스럽고, 어딘가 변태스러운 사진가
글 입력 2022.08.28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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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생소하지만, 궁금하고 알고 싶은 ‘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 그녀의 사진전이 성수 그라운드시소에 열렸다.

 

‘비비안 마이어’ 그녀는 누구일까? 그녀를 부르는 말은 다양하다. ‘미스터리한 천재 사진가’, ‘롤라이플레스의 장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15만 장의 필름’ 등. 비밀스러운 사진가라 불리는 만큼 묘한 느낌의 수식어들로 가득하다. 과연 그녀는 어떠한 삶을 살았기에, 그리고 어떠한 사진을 남겼기에 이러한 말들로 불렸을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에서 엿볼 수 있었다.

 

 

 

#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15만 장의 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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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4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이번 전시에서는 비비안 마이어가 생에 찍고, 모으고, 기록하며 수집했던 수많은 작품 중 직접 인화한 빈티지 작품과 미공개작을 포함한 270여점의 사진과 그녀가 사용했던 카메라 및 소품, 영상, 오디오 자료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에는 뛰어난 실력도 있겠지만, 그녀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스토리가 색다르기 때문인 것도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꾸준하게 활동하고 작품을 공개하다 사후에 유명해진 경우가 아니다. 발견됐다는 말처럼, 우연한 기회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즉, 스스로 무명이길 택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스스로 무명이길 택했다는 것은 무슨 이야기일까. 이는 전시 중간중간 배치되어 있는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전을 보다 보면 그녀가 생전에 녹화했던 영상본, 녹음본 등을 포함한 영상들을 보여주는데, 그중 그녀가 수집해왔던 15만 장의 필름이 발견된 과정이 담긴 다큐멘터리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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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공공도서관, 1954년경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사실 전시 초입에 그녀의 삶을 연혁으로 간단하게 소개하는 부분에서, 15만 장의 필름이 경매에 나왔고 380달러에 낙찰받았다는 내용을 보며 ‘낙찰받은 사람은 완전 땡잡았네!’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그 영상을 보고서는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사진이 알려지게 된 배경에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아마추어 역사학자 ‘존 말루프’의 공이 컸다. 그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사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오직 ‘비비안 마이어’였고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정보가 나오지 않자 필름 일부를 스캔한 뒤 자신의 SNS에 올리게 됐는데, 그것이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그녀가 알려지게 됐다. 생전에 15만 장의 필름을 가지고 있을 만큼 끝없이 기록을 했지만 인화하지 않은 필름이 넘쳐날 정도로 세상에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던 사람이, 사후 우연한 기회로 세상에 공개됐다.

 

즉, 스스로 무명이길 택했던 천재적인 사진작가가 죽은 뒤 우연히 발견됐다. 정말 이 한 문장만 봐도 그녀가 가진 스토리는 굉장히 신비롭고 센세이션을 일으키기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다.

 

 

 

# 묘하게 비밀스럽고, 어딘가 변태스러운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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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파크 동물원, 뉴욕, 1959년 9월 26일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앞서 그녀가 센세이션을 일으킨 배경에 스토리를 얘기했지만, 이 역시 그만한 실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일 것이다.

 

그녀는 길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보모로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점 등 그녀만의 시각을 사진 속에 담고 있는데 작품을 보다 보면 어딘가 모르게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람들의 찰나 같은 순간을 은밀하게 담고 있는 느낌이다.

 

사진이 찍히던 순간의 비하인드가 무엇일지 상상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점에서 묘하게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더했고, 일반적인 카메라와 달리 배쪽에서 찍는 카메라를 활용하여 보다 낮은 시각으로 사람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보니 어딘가 변태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의 사진 속 모델은 대게 거리 속 사람들이다. 벤치에 누워있은 사람,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 무엇인가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있는 사람들, 벤치에 누워 한숨 자고 있는 사람들 등. 이렇듯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을 필름 속에 잡아두는데, 그래서인지 멈춰있는 사진이지만 생동감이 가득하다.

 

그냥 행인일 뿐인 사람들이 그녀의 뷰 파인더 속에 들어오는 순간 어떤 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는 것 같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 혹은 스틸컷 같은 느낌이다. 사진 속에 저 사람은 왜 저러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어떤 상황이기에 저런 모습이 나오는가 호기심이 생기고, 비하인드를 상상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문득 숨기고 싶은 순간을 잡아둔 듯 그녀의 사진이 꽤 비밀스럽게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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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1960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전시 속 작품과 영상을 쭉 보다 보면 그녀가 가진 기록에 대한 집착 같은 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 '이러한 부분까지 기록을 하는가?'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집착스러움에서 어딘가 모를 변태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던 것은 사람들의 날 것 같은 순간, 숨기고 싶은 순간을 담은 작품들을 마주했을 때였다.

 

살짝 삐져나온 속바지, 벤치 틈 사이 낀 엉덩이, 언성을 다투는 듯한 두 사람,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는 표정 등. 피사체의 날 것 같은 순간을 잡기 위해 얼마나 많은 관찰을 했을지, 담기 위해 몇 번의 셔터를 눌렀을지 짐작 가지 않는 시도 속에서 다소 집착적이고 약간은 변태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면모가 있기에 우리는 작품에 시선을 뺏기고 흥미를 보이는 것이 아닐까?

 

 

 

# 감각적인 셀프 포트레이트, 셀피의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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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1953년

©Estate of Vivian Maier, Courtesy of Maloof Collection and Howard Greenberg Gallery, NY


 

개인적으로 그녀의 남다른 세련된 감각은 그 어느 작품보다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에서 가장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거리의 쇼윈도나 유리, 거울에 비친 모습, 물에 비친 모습 등 스스로의 모습을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물들을 활용해 다양한 구도로 사진을 남겼다.

 

단순히 내 모습을 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거울, 유리뿐만 아니라 물에 반사되는 것, 마주 보고 있는 거울을 활용하는 것, 그림자를 남기는 것 등 내가 나를 찍으면서, 내가 피사체가 되는 방법이 정형화된 게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스스로를 담았던 시도가 그녀의 감각이 얼마나 세련되었는지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러한 감각으로 찍어낸 자화상은 그녀를 ‘셀피의 원조’, ‘셀카의 여신’으로 불리게 했다. 사진을 보면 지금 유행하고 있는 셀피 사진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뿐더러 마치 동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는 남다른 감각이 돋보인다. 철저하게 자신의 삶을 숨겨온 그녀가 셀피(Selfie)의 원조로 불린다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그녀를 신비롭게 만든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연 그녀가 사후가 아닌 살아 생전에 발견된 사진가였다면 어땠을까. 사후 알려지게 됐다는 신비스러움을 더해주는 스토리는 사라졌겠지만, 분명 그녀만의 독창적인 시각은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을 거라 생각한다. 사진전을 보고 나니 작품 뿐 아니라 '비비안 마이어'라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생겨났고, 기회가 된다면 그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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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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