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8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열어보다 - 앙상블블랭크의 '8월의 크리스마스'

현대에도 클래식음악은 살아 숨쉬고 있다.
글 입력 2022.08.2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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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상블블랭크 포스터.jpg

 

 

'작곡가는 살아있다'


클래식 음악이라고 하면 모차르트, 베토벤 등과 같은 이미 세상을 떠난 거장들이 떠오른다. 특히 클래식에 문외한인 나에게는 더욱 그렇다. 요즘 들어서야 진심으로 클래식의 아름다움을 조금 알게 됐기도 하고 클래식에서 현대음악의 흐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좋은 기회로 앙상블블랭크의 공연 '8월의 크리스마스',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연주를 볼 수 있었다. '작곡가는 살아있다'고 말하는 부제처럼 새롭게 만들어져 초연하는 곡 등 살아 있는 세계 젊은 작곡가들이 선보이는 선물에 대한 감상을 부족하겠지만 공유하고자 한다.

 

앙상블블랭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많은 작곡가들이 지금도 "클래식 음악"을 만들어내며 은 계속되는, 클래식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전하고자 한다. 이번 공연뿐만 아니라 앙상블블랭크는 현대음악과 현대예술, 새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열정을 가진 예술집단으로, 새롭고 신선한 미학적 관점들을 대중들이 쉽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아쉽게도 이번 공연 참여 연주자의 코로나 확진으로 총 8곡으로 예정된 공연이 5곡으로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곡이 초연인 만큼 대체할 연주자가 없어 그렇다는 이유였다. 팬데믹의 상황이 아직 현재 진행형임을 느끼면서 약간의 긴장감을 느꼈다. 그리고 클래식을 잘 모르지만 있는 힘껏 느껴봐야 아쉬움이 없겠다는 책임감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예술은 계속되는구나. 아니 어쩌면 제약이 많은 때에 예술이 더 아름답게 피어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젊은 작곡가들의 크리스마스 선물


 

첫 번째로 연주한 곡은 윤은혜 작곡가의 Moondust이다. 달을 둘러싸고 있는 먼지, 월진을 의미하는 제목이다. 영상이나 사진같이 주로 시각을 사용한 예술을 접하던 일상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달을 둘러싼 먼지. 직접 눈으로는 본 적이 없지만 만약 내가 달이 되어 내 주위가 먼지로 덮인다면 이런 것일까. 잔잔하면서도 촘촘하게 연주되는 음악이 처음에는 굉장히 낯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악기 하나하나가 아닌 전체가 한 덩어리처럼 한데 움직이는 듯이 들렸다. 곡에서 뿜어져 나오는 스산한 기운이 좋았다. 작곡가에 따르면 이 곡은 우리가 동경하고 갈망하는 것에 대한 끝없은 호기심에 관한 것이다. 그 존재에 대한 질문을 좇는 우리의 모습을 이 그려본 것이라고 한다.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곡은 역시 베른하드 간더(Bernhard Gander)의 Soaring Souls였다. 더블베이스와 첼로를 위한 이 곡은 2020년 파리에서 세계 초연 되었다. 더블베이스와 첼로의 거친 트레몰로(음이나 화음을 빠리 규칙적으로 떨리는 듯이 되풀이하는 주법)과 중저음의 묵직하고 불규칙한 박자들은 전체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한다. 한편으로는 바쁘게 현을 튕기는 모습에서 헤비메탈 기타리스트의 모습이 겹쳐 보여 나도 모르게 고개를 까딱까딱하며 듣기까지 했다. 사실은 락 음악을 좋아해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하다. 실제로 작곡가는 헤비메탈에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열정적인 연주와 깔끔한 마무리가 좋았다.

 

1마지막으로 이성현 작곡가의 <"Aether" for ensemble(2022)>이다. 프로그램 설명에 따르면 이 작품은 세계초연이며, 과거 물리학에서 빛의 매질이라 사고했던 가상의 물질 '에테르'에 관한 환상을 이야기한다. 비록 실존하지 않더라도 천체의 영원한 운동을 가능하게 하는 원소인 에테르를 다양한 음악적 상황들로 풀어내고 싶었다는 것이 그의 의도이다. 사실 연주된 곡들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느낀 작품이었다.

 

 

작품은 주로 선법적, 화성적으로 투명하고 형태가 확실한 음악적 상황들에서 점차적으로 규정 불가능한 무형의 상황들로 진행되며, 이 사이들에서 발현되는 다양한 음악적 에너지들과 협화에서 불협화로, 악음에서 소음으로 이동되는 과정들의 시적인 순간들이 작품의 주요 아이디어이다. 

 

- 이성현 작곡가

 

 

설명 또한 나의 이해력으로는 따라가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여운이 오래 남는 곡인 이유는 조화에서 부조화로 흘러가는 와중에도 연주의 완벽함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흔히 아는 멜로디의 클래식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기에 조금만 틀려도 티가 나기 마련이다. 현대음악에 대해서는 종종 '틀려도 아무도 모른다'라는 말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 곡에서는 불협마저 계산된 느낌으로 잔잔히 그리고 치밀하게 계산된 반골이라는 이미지가 떠올랐다. 거대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곡이었다.

 

 

앙상블 블랭크 8월의 크리스마스_보도사진.jpg


 

전반적으로 현대음악이 이렇게 흘러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공연이었다.

 

이전 시대의 클래식도 섭렵하지 못한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지만 이제껏 알고 있던 기존에 음악과 비교해 많은 변화가 느껴졌다. 소리의 부조화에 대한 고찰이라던가, 도전적인 주법, 현대인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고민에 대한 주제를 다룬 곡들 덕분이다.

 

앞으로의 현대음악의 행보가 기대되면서도 미래에서 바라보는 '지금의 음악'이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한승하태그.jpg

 

 

[한승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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